문준용 “곽상도, 사실관계 다 알면서도 거짓말…권한남용 상습적으로 반복”
“<코로나 피해 긴급 예술지원>은 심의기준 ①사업의 적정성 및 타당성(20점) ②사업수행역량 및 실행능력(60점) ③사업의 성과 및 기여도(20점)을 고려해 지원대상자 결정. ‘피해사실 확인서’는 심사 대상 여부를 판단하는 참고자료에 불과.”
지난 9일 서울문화재단이 <‘문준용 작가’ 언론보도 관련 알립니다>란 제목으로 내놓은 해명자료의 핵심이다. 같은 날 <조선일보>가 보도한 <문준용, 원서에 딱 4줄 쓰고 코로나 지원금 1400만원 받았다> 기사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깔끔하고 명쾌한 설명이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공격 지점은 좀 달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38)씨가 서울시에 ‘코로나 피해 긴급 예술 지원’을 신청하면서 피해사실 확인서에 단 네 줄만 적어내고도 최고액 지원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문 씨는 2006년 한국고용정보원 5급 직원으로 채용될 때도 경력 세 줄에 동영상 전문가로 발탁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야당은 ‘대통령 아들의 나랏돈 아빠찬스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는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실이 서울시 산하 서울문화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시각 분야 281명 지원자들의 피해사실 확인서를 전수(全數)조사한 결과”라며 “최종 합격자 46명으로 경쟁률은 6 대 1 이었다. 나머지 235명 가운데 91.4%(215명)는 문 씨보다 상세히 피해사실을 기재했음에도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곽상도 의원이 제기한 문준용 씨의 ‘코로나19 피해 긴급 예술인 지원금 수령’ 논란의 후속보도였다. <조선일보>는 “당시 코로나 피해여부에 심사기준이 맞춰진 상황에서 문 씨는 ‘네 줄짜리 피해사실’만으로 더 심각하고 실질적인 피해에 부딪힌 영세예술인들을 제치고 1400만원의 지원금을 타낸 셈”이라고 덧붙였다.
예술전시 등의 특수성을 외면한 채 해당 지원금을 일반 재난지원금과 동일선상에 놓고 싶은 욕구와 어떻게든 대통령 아들이 특혜를 받았다는 꼬투리를 잡기 위한 안간힘. <조선일보>의 프레임이 딱 이 수준이었다. ‘대통령 아들이 더 가난한 영세예술인들을 제치고 부정하게 나랏돈을 먹었다’는 프레임이라고 할까.
이어진 서울문화재단과 문준용 씨의 해명 및 반격
이에 대해 서울문화재단은 “지원신청 예술인이 제출한 ‘피해사실 확인서’는 본 심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참고자료이며, ‘피해사실’이 지원여부를 결정하는 심의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피해사실 확인서’는 확인서의 분량이나 서술형식과 무관하게 피해사실 여부만 확인하는 참고자료이며, 지원신청 자격이 있는지를 식별하는 근거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또 지원여부를 결정하는 심의기준은 역시 “▲사업의 적정성 및 타당성(20점) ▲사업수행역량 및 실행능력(60점) ▲사업의 성과 및 기여도(20점) 등 세 가지이며, 이를 바탕으로 선정 여부를 결정한다”고 못 박았다.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피해사실 확인서’는 부차적인 항목에 불과하다는 설명과 다를 바 없었다.
또 서울문화재단은 “심사위원들은 재단에서 제시한 심의기준에 따라 각자 개인별 점수를 채점하여 합산 처리”한다며 “단, 각 위원들의 점수가 과도하게 차이가 남으로써 의사결정이 변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고․최저 점수를 제외한 나머지 심사위원들의 평균점수로 순위를 정한다”고 부연했다. 심사위원들도 문 씨에게 어떤 특혜를 줄 여지가 없었다는 부연이었다.
이에 대해 10일 문 씨도 페이스북을 통해 반격에 나섰다. 문 씨는 “곽상도 의원은 거짓말을 하고,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는 가짜뉴스 날조에 공모하고 있습니다”라며 아래와 같은 장문의 글을 올렸다. 문 씨는 서울문화재단과 대동소이한 근거를 바탕으로 훨씬 더 강한 어조로 곽 의원과 <조선일보>를 비판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밝히지만 이 지원금은 예술가 피해 보전이 아니라, 유망한 예술 활동을 선발해 제작 지원을 하기 위한 것입니다. 코로나 시국이니 이런 지원을 해야 예술계가 활성화 되는 겁니다. 실력 있는 유명 작가들이 뽑힐 가능성이 높고, 영세 작가 지원이 아닙니다.
저의 지원신청서는 20여 쪽에 달하고, 저의 예전 실적, 사업 내용, 기대성과, 1400만원이 필요한 이유 등이 작성되어 있습니다. 그 타당성과 실행능력 등에 종합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 뽑힌 것입니다. 곽상도 의원 등은 그중 피해 사실만을 발췌하여 거짓말의 근거로 악용하는 것입니다.”
이어 문 씨는 “피해 사실은 심의기준이 아니라는 사실이 지원금 공모에 명시되었고 저는 그에 맞춰 피해사실을 요약하여 작성한 것”이라며 “증명할 수 없는 피해는 제외하기도 하였”다고 덧붙였다. 곽 의원이나 <조선일보>의 주장과 달리 피해사실 확인서는 중요 서류가 아니고 그나마도 간단하게 요약했다는 것이 핵심요지였다.
이에 대해 문 씨는 “곽상도 의원은 이 지원금 심사와 관련된 거의 모든 자료를 확보했으니,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습니다”라며 “즉, 제가 뽑힌 이유가 피해 사실 말고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숨기고, 피해사실 네 줄만으로 대통령 아들이 지원금을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지속적으로 문 씨의 예술 활동에 시비를 걸고 논란을 생산해 온 곽 의원에 대한 보기 드문 반격이었다.
“뿐만 아니라 곽상도 의원은 제 심사 점수와 등수까지 기자에게 공개해버리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이것은 심각한 명예훼손이며, 국회의원의 권한을 남용하는 것입니다. 곽상도 의원이 이렇게 무분별한 권한 남용을 상습적으로 반복해오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알립니다.
또한 지원신청서의 피해 사실이란 것은 지원자들의 주장일 뿐, 사실로 검증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립니다. 지원금 심의가 그것들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락에 반영할 수 없음은 쉽게 예상되는 겁니다. 그래서 피해 사실은 심의기준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곽상도 의원과 <조선일보>, 참 열심히들 산다
아울러 문 씨는 <조선일보>에 대해서도 “김형원 기자는 곽 의원의 거짓말에 자신의 글짓기 기술까지 보태어 가짜뉴스를 적극적으로 날조하고 있는 것”이라며 돌직구를 날렸다. 합격자 수와 문 씨의 점수 등을 직접 거론한 <조선일보>를 향해 조목조목 수치로 반박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지난 이틀 간 곽 의원의 주장과 <조선일보>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던 대다수 언론이 문 씨의 반론은 어느 곳도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문 씨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지 14시 간이 지난 11일 오전 11시 40분경 <연합뉴스>가 첫 보도를 했을 뿐이다.
이쯤 되면, 곽 의원과 <조선일보>의 합작 보도의 의도가 명확해진다. 근거나 기준도 맞지 않은 지엽적인 의혹을 설날 연휴 밥상 민심용 ‘떡밥’으로 던지고 논란을 생산하기 위한 의도 말이다.
그 의도를 성공하게 만든 것은 역시 언론일 것이다. 자체 검증은커녕 서울문화재단의 해명은 짧게 언급한 채 곽 의원과 <조선일보>의 주장을 무차별적으로 받아쓴 그 언론들 말이다.
심지어 그 언론들은 설 연휴를 핑계로 문 씨의 주장은 완전히 무시해버렸다. <연합뉴스>처럼 뒤늦게 보도한다 해도 대다수 국민들의 머리엔 곽 의원과 <조선일보>의 주장만이 남았을 터다.
설 연휴에도 불구하고 보수야당 의원과 보수언론은 제 밥벌이를 다 했다. 그로 인한 피해는 대통령 아들이 받았지만 여론에 어떤 영향일 미쳤을지는 불을 보듯 빤한 일이다. 곽 의원과 <조선일보>, 참 열심히들 산다. 그래서 더 무섭다.
하성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