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警에 비난 쇄도..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

김영주 변호사 “가해자-아동 분리가 능사는 아냐…진상조사‧원인분석 선행돼야”

‘양천 입양아동 사망 사건(일명 정인이 사건)’이 전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前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장 김영주 변호사는 “아동학대 대응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계속되는 아동학대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주먹구구식 대책이 아닌 진상조사와 원인분석이 우선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아동이 사망할 때까지 학대 가해자인 양부모와 분리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자, 담당 경찰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관련해 김 변호사는 “아동학대 사건은 사건 처리가 쉽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정인이 사건의 경우) 우선적으로 가장 기초가 되는 학대 판정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대 판정이 제대로 되면 (가해자와 피해아동) 분리 여부를 결정하고, 분리된 이후에 무슨 조치를 취할지도 판단해야 된다”며 “분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가정에) 복귀도 시켜야 되고, 복귀하면 그 이후에 잘 지내는지 모니터링도 하고, 사례 관리도 해야 되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의 전제가 되는 학대 판정을 경찰이 놓친 것이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영주 변호사는 다만 가해부모와 피해아동을 분리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아동과 분리된 상황에서 오히려 가정의 끈이 끊어지고 멀어지면서 아동이 없는 것이 오히려 본인의 삶에 편하다고 판단해 버리면 아동이 돌아왔을 때 다시 아동에 대한 학대나 부당한 대우를 할 여지가 오히려 크다”며 “분리 이후의 대책 없이 분리를 원칙으로 보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궁극적인 대책이 되려면 가정 자체가 아동을 보호하고 아동을 양육해내는 단위로서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지금은 분리까지만 이야기가 나오고 분리 이후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아동을 분리한 상태에서 이 가정을 어떻게 회복시키고, 회복되었다면 아동을 다시 집에 돌려보낼 수 있는 건지, 돌려보냈을 때 어떤 지원이 있고, 어떤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건지, 그리고 분리한 상태에서의 아동에게 재활훈련(상처 치유, 교육) 등을 해줄 수 있는 다른 단위의 시설이나 쉼터가 있는지, 이런 추가대책을 함께 논의했을 때만이 분리가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故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은 선물과 추모 메시지가 적혀있다. 故 정인 양은 생후 16개월째인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폭력과 학대로 숨을 거두었다. <사진제공=뉴시스>
▲ 故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은 선물과 추모 메시지가 적혀있다. 故 정인 양은 생후 16개월째인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폭력과 학대로 숨을 거두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영주 변호사는 또 최근 논의되고 있는 ‘형량 강화’ ‘가해자 신상 공개’ ‘즉각 분리’ 등은 효과적인 대응책이 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이번 기회에 재발방지를 위해 이 (아동학대 대응)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이 사건에서 우리가 무엇을 놓쳤고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하고 전문가들, 공공(기관이) 다 모여서 깊이 있는 연구를 시작하고, 그 답으로써 나오는 대책만이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형량 강화’ 방안에 대해서는 “중한 범죄로 국민들에게 인식돼 경각심을 심어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신고를 주저하게 하거나 재판이나 수사 절차에서 더더욱 엄격하게 (피해를) 증명해야 되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이는) 오히려 아동보호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주 변호사는 영국의 ‘클림비 사건’을 예로 들어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원인분석을 주문했다.

그는 “영국의 경우 클림비라는 아동이 사망한 이후에 의회, 정부 다 모여서 2년가량 아주 면밀하게 조사를 한 후에 그 조사로 나온 대책이 정책으로 실현되고, 행정으로 구현되는 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분노하고 난리가 나지만 또 달라지는 것 없이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사건이 또 일어난다”고 꼬집고는 “이런 사건 하나하나 그냥 놓치지 말고 전문가, 국회, 정부가 머리를 맞대 진상조사를 깊이 있게 해서 그에 따른 결과를 대책으로 발표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에 접근해 아동학대를 방지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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