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태의 와이드뷰] 언론개혁 밀알 되고 있는 조국 전 장관의 ‘소송의 시간’
“제 딸에 대하여 구역질 나는 성적 허위사실과 모욕 글을 쏟애낸 일베 회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또 다른 다수 일베 회원의 유사한 범죄행위가 포착돼 형사고소가 추가로 이뤄졌고 고소인 조사도 마쳤다(...). 보는 분들의 정신건강을 생각해 쓰레기 같은 글 내용은 소개하지 않는다. 여성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악의 성적 침해 글이라는 말씀만 드린다.”
지난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조 전 장관은 해당 일베(일간베스트) 회원 A에 대해 ‘구약식 처분’이 내려졌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이 회원 A가 경찰과 나눈 전화 통화 음성파일이 공개돼 눈길을 끈다. 경찰은 “(통화 내용을) 일베에 또 올리지 마세요”라고 경고했지만, 이 회원 A는 통화 내용을 게시하고 다른 일베 회원들에게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아, 근데 그 전과가 이게 남는 건가요?”
일베(일간베스트) 회원 A가 경찰에게 물었다. 이 회원 A는 경찰이 “(일베 게시물이) 대부분 좀 그렇잖아 내용이”라고 질책하자 “아니 너무 이상한 내용은 별로 없긴 한데, 민주당을 좀 싫어하는 댓글이 많긴 하죠”라며 아래 대화를 이어갔다.
“무슨 당을 싫어하건 간에 그 사이트는 적당히만 이용하고, 적당히 해야지 그런 댓글을 달면 안 돼. 잘못한 건 잘못했다 인정하고.” (경찰)
“네 잘못했다고 인정은 할게요. (중략) 근데 그, 제가 잘, 이게 뭐 잘못했다고 하면 용서받을 수 있나요?(...) 처벌을 덜 받으면 어느, 어느 정도 처벌 받아요?”
‘적반하장’ 일베 악플러와 태도 돌변한 정치 블로거
음성파일 속 경찰이 읽어내려 간 회원 A의 게시글은 목불인견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회원 A는 황희두 민주연구원 이사에게 재차 고소를 당했다. 회원 A가 음성파일을 게시하며 조롱을 이어가자 황 이사가 이를 비판했고, 회원 A가 이번엔 황 이사를 조롱하면서 고소전이 벌어진 것이다. 26일 황 이사는 페이스북에 ‘일베 악플러 고소 참교육 후기’란 글을 게시, 그간의 상황을 정리했다.
“직접 올린 통화 내용과 댓글 반응을 보니 잔뜩 겁먹었네요. 하지만 여전히 ‘온라인 허세’는 못 버렸나 봅니다. 안심과 위로를 받고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관심을 받고 싶나봅니다. 끝까지 용서는 없습니다.”
대학생으로 추정되는 회원 A는 황 이사를 향해 “너 같은 빨갱이들”, “방통대 난장이 주제에”와 같은 인식 공격 발언을 이어간 바 있다. 지난 4월 조 전 장관 측에 이어 9월 황 이사로부터 재차 고소를 당한 회원 A는 음성파일 속 경찰에게 “그게 성립이 되나요, 모욕죄?”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황 이사는 “앞으로도 그런 용감한 악플러들에게는 따박따박 대응해 주겠습니다”라며 이런 경고를 전했다.
“악플이든 일베든 뭐든 본인의 행위는 자유롭게 하시되 책임 또한 본인이 져야 한다는 걸 명심하십시오. 다른 네티즌들의 위로를 받으며 정신승리로 끝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오롯이 혼자 고독하게 감당해야 할 겁니다.”
조국 전 장관이 언론과 악플러들에게 시전 중인 가르침
한편 조국 전 장관과 그 가족을 모욕하는 글을 수차례 게시하고 허위사실로 비방한 보수 블로거가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정치연구소’란 블로그를 운영 중인 안 모씨는 조 전 장관 부친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허위 비방을 일삼아 조 전 장관 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최근 서울 방배경찰서가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에 나서자, 안 모씨의 태도는 돌변했다.
“해당 사이트를 운영하며 조국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에게 불편함을 드린 점 고개숙여 사과드립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성숙해지는 모습으로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떤 마음을 떠나 결과적으로는 누군가에게 피해가 가거나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했어야 하는데, 고민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앞으로 특정 인물에 관련된 모든 글과 말에 신중하게 행동하겠습니다.”
최근 안 모씨가 블로그에 게재한 글 중 일부다. 하지만 안 모씨는 자신이 누구에게 무슨 잘못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하나마나한 사과에 이어 안 모씨는 “더 좋은 자유우파 사이트로 보답할테니 계좌번호로 후원해달라”며 후원 독려를 부탁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김필성 변호사는 이런 일침을 전했다.
“저들은 대로변에서 다리사이도 기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반성과는 아무 상관 없는 행동입니다. 저들을 반성하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형사처벌과 손해배상입니다. 그 이외의 어떤 방법도 그들에게 먹히지 않습니다. 대화는 사람하고 하는 겁니다. 조국 교수님께서 저들에게 참교육을 시전하는 따뜻한 스승이 되어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조 전 장관이 “서두르지 않고 지치지 않으면서 하나하나 따박따박 진행할 것”이라며 ‘소송의 시간’에 돌입한 것이 지난 7월이다. 조 전 장관은 언론인 이외에도 “악성 글을 자신의 블로그, 유튜브 등에 올린 몇몇 비(非)기자 인물에 대해서도 고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구속 수감된 전 월간조선 우종창 기자를 비롯해 하나하나 소송전의 결과가 나오는 중이다.
안 모씨처럼 판사에게 보여주기식에 불과한 하나마나한 사과 글을 올리는 이도 있다. 반면 일베 회원 A씨처럼 반성은커녕 경찰과의 통화 글을 자랑스레 게시하며 조롱을 이어가는 이들까지 출현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생은 실전’이란 가르침이리라. 김 변호사 말마따나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말이다.
일각에선 공인이자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조 전 장관과 그의 가족이 언론과 비언론인을 가리지 않고 소송전을 벌이는 것을 곱게 보지 않는 이들도 존재한다. 부디 신경쓰지 마시기를. 공인이란 미명 하에 조국 일가족은 이미 전례 없는 비난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 있다.
이미 충분한 대가를 치렀다. 그런 조 전 장관 일가족이 누군가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어쩌면 국민들이 감사해야 할 지 모른다. 검찰개혁의 불쏘시개를 자임했던 조 전 장관이 벌이는 ‘소송의 시간’ 자체가 ‘언론개혁’의 밀알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하성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