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 의원의 ‘부인 재산형성과정’ 질문에 아파트 변명 늘어놓은 尹
“(윤 총장의 의도는) ‘부부 일심동체다. 민정수석이 그런 거(사모펀드) 하면 되느냐’는 것이었죠. 도덕적 판단부터 시작해 가지고 법적으로도 문제라는 것이었고요. 결론은 ‘조국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으로 안 맞다’는 거죠. (윤 총장이) 낙마라고 이야기해요. 법무부 장관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본인 입으로).”
지난 7월 <뉴스타파>와 인터뷰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발언 중 일부다. 지난 2019년 8월 27일 검찰총장 취임 직후에 윤석열 총장을 대면했다는 박 전 장관은 “재임 동안 제일 실망스러운 날”이라며 ‘조국 일가족 수사’에 임하는 윤 총장의 의도에 대해 “그날 검찰의 민낯을 봤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 박상기의 증언 “윤석열이 ‘조국 낙마’ 직접 말해”…尹 답할 차례).
박 전 장관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은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한 당일인 8월 27일 오후 윤 총장을 불러 직접 만났다. 압수수색 사실을 같은 날 아침 일찍 법무부로부터 보고를 받고 알았다는 박 전 장관은 당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던 ‘조국 딸 입시비리’ 의혹엔 일절 관심이 없다고 밝힌 윤 총장이 ‘사모펀드 의혹’을 ‘조국 일가족 수사’의 ‘스모킹 건’으로 꼽았다고 했다. 같은 인터뷰에서 박 전 장관은 이렇게 부연했다.
“과거 문제가 많았던 사모펀드 사건과 똑같다는 겁니다. (윤석열 총장이)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부부일심동체라는 표현을 썼죠. 부부일심동체이니 정경심 교수가 사모펀드 관련해서 문제가 있다면, 그건 곧 조국 장관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박 전 장관의 인터뷰가 공개된 직후, 대검찰청은 “박 전 장관이 언급한 검찰총장 발언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대검은 당시 만남에 대해 “윤 총장이 장관 인사권자도 아닌 박 전 장관에게 조 전 장관의 낙마를 요구하거나 낙마시켜야 한다고 말한 사실은 없다”며 “박 전 장관의 조 전 장관에 대한 선처 요청에 대해 원론적인 답변을 했을 뿐”이라고 덧붙인 바 있다.
박 전 장관 주장대로라면, ‘부부일심동체’가 ‘조국 일가족 수사’의 도화선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난해 ‘윤석열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강제수사 역시 윤 총장 본인에게 적용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윤 총장의 부인과 장모 역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사모펀드 의혹’ 못지않은 위법과 불법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 않은가.
“제 처 일에 관여한 것 아니다”... 그러면 ‘조국 수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최근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사건이 이에 해당한다. ‘(주)코바나 관련 협찬금 명목의 금품수수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가조작 및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매 특혜 의혹 사건’, ‘요양병원 운영 관련 불법 의료기관개설, 요양급여비 편취 사건과 관련 불입건 등 사건 무마 의혹 및 기타 투자 관련 고소사건’ 말이다.
박 전 장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부부는 일심동체’라거나 가족이 관련돼 있으니 ‘윤석열 총장은 검찰총장으로 안 맞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윤석열 검찰’은 동양대 표창장 의혹을 지금까지 붙들고 늘어지고 있지 않은가. 이에 대해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윤 총장은 부인 관련 의혹에 대해 무어라 답했을까.
“그건 뭐 제 처 일은 제 처 일이고 제가 무슨 제 처 일에 관여하고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과거 부정청탁금지법 자진 신고와 관련해 코바나에 관한 부분은 왜 빠뜨렸나는 질의에 윤 총장의 답은 이랬다. 부인 김모 씨의 재산형성 과정이나 이와 관련 장모 최씨가 연루된 것 아니냐는 질의에도 윤 총장은 “전혀 모르다”, “(재산) 형성 과정이야 저는 결혼 전에 나이 오십이 넘어서 했다”고 일축하고 나섰다. 질의가 이어지자, 윤 총장은 아래와 같은 장문의 답을 내놨다.
“(전략) 그런데 마치 무슨 남편이, 제 검사 생활을 보면 결국 이쪽 저쪽에 제가 정치적인 사건으로 워낙 공격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그거 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2012년 결혼 직후부터. 그래서 저희 집사람은 어디 가서 남편이 공무원이다, 검사라는 얘기도 안 합니다.
또 누가 알아도 저쪽에서 먼저 얘기를 해도 오히려 말을 안 꺼내고 제 얘기가 나오면 자기한테 불리하기 때문에. 그런 점은 좀 알아주십시오. 그것은 저도 제 처를 옹호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공직이라고 하는 것은 엄정하게 검증도 받아야 되지만 또한 정당하게 일하는데 근거 없이 의혹을 막 제기해서 이렇게 하면 누가 공직을 하겠습니까? 저는 그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게 문제가 될 거면 제가 이 일에 관여를 했거나, 집사람 일에. 또는 저희 집사람이 어디 가서 자기 일하는 데 남편을 팔아서 일을 도와준다, 사건을 봐준다, 이런 식이 돼서 했다는 그런 자료나 무슨 근거가 있으면 그건 얼마든지 엄정하게 하십시오. 그러나 아까 여기 나오는 부동산 오인 소유. 그거 아버지가 87년에 돌아가시고 가족이 공동상속 받은 겁니다.”
간단하다. ‘조국 일가족 수사’와 비교하면 말이다. ‘근거 없는 의혹’인지 근거가 상당한 의혹인지 여부는 윤 총장의 ‘입’으로 확인할 사안이 아니다. 지난해 ‘윤석열 검찰’이 벌였던 말 그대로 전방위 수사의 ‘법과 원칙’을 윤 총장 가족에게 적용하면 간단한 문제다.
윤 총장이 공위공직자수사처 1호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치 아니겠는가. 한편 이날 말 바꾸기나 동문서답 지적을 받은 윤 총장은 이런 주장을 이어갔다. 가족 관련 의혹의 핵심이 부동산이 아닌데도 괜스레 아파트와 관련된 변명을 늘어 놓은 것이다.
“그거 이외에는 저희 집사람 아파트 딱 두 채 있었는데 그것도 재작년에 고위공직자들 1가구 1주택으로만 하라고 해서 그거 사실은 가격이 오르는 중인데 처분했고요. 지금 상속 받은 거하고 지금 사는 아파트 그거밖에 없습니다. 어디 부동산 투기 이런 거 해 본 적 없습니다. 그건 원래 가지고 있었죠. 오래 전부터. 자기가 쭉 사업을 해오면서. 그것도 저희 집사람이 그러면 그걸 어떻게 합니까? 그걸로 부동산을 삽니까?”
김진애의 ‘사랑’론이 주목받은 이유
“(전략) 검찰총장님이라는 상당히 커리어가 밝은 분이 있을 때 이런 관련되는 사건들이 있을 때 이런 부분에 혹시 이건 사랑이 부인을 지켜주시고, 부인의 가족을 지켜주시려고 하나, 이런 게 아닌가. 거기다가 좀 더 나가면 여러 가지 재산을 지켜주려고 그러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일반적으로 들 수가 있는 겁니다(중략).
그러니까 저는 이게 이런 거예요. 남편이 거물이면, 더군다나 저는 젊은 여성이 커리어로 성공한 거는 제가 축복을 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기껏 5000만 원짜리 자본금의 회사입니다. 그리고 특별하게 뭐가 많은 것도 아니에요. 1인 회사예요.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렇게 거물이 되고 이렇게 재산이 모았느냐(...).”
이날 윤 총장 부인의 재산 형성 과정을 따져 물은 김진애 의원의 의도는 이랬다. 이제껏 공공연히 제기돼왔던 의문이요,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근거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윤 총장의 답은 과연 본질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을까.
윤 총장이 내놓은 답변만 보면, 국민적 의혹을 풀기엔 어림도 없어 보인다. 이어지는 오후 국감에서, 윤 총장은 또 어떤 ‘눈 가리고 아웅’식 답변으로 면피에 나설까. 과연 ‘조국 때 처럼’이란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할 만한 장면이 펼쳐지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도록 하자.
하성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