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황교안·장제원...‘엄마·아빠찬스’ 진짜 수혜자들은 누구인가
“이번 기회에 (국민의힘) 자당의 국회의원 전원과 이명박 정권 이후 고위공직자 자녀에 대한 입시 및 병역 특혜에 대한 전수조사를 제안하고 앞장서 이행하기를 권한다.”
14일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입장 표명에 대한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과 관련해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최 대표는 “정치적 이득만을 노려 맥락 없는 연기를 피워 올리는 정파의 행태는 익숙한 데자뷔라 할 것이고, 부화뇌동하며 부채질하는 언론의 행태 또한 식상할 정도”라며 “정치, 언론, 검찰개혁의 과제가 얼마나 민감하고 중요한 과제인지를 절감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 대표는 추 장관 아들 문제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서울동부지검의 좌고우면 없는 수사, 공수처 출범, 대검찰청의 감찰 기능 정상화 등을 촉구했다. 시종일관 “법대로”를 주장해 온 추 장관 측 주장에 힘을 실어 준 것이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무엇보다 민생을 돌보아야 할 이 중차대한 시기에, 더 이상의 음모론을 통해 소모적인 정쟁을 이어간다면 상식적인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판의 화살을 국민의힘으로 돌렸다.
“국민의힘이 진정 국민을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면, 이번 기회에 자당의 국회의원 전원과 이명박 정권 이후 고위공직자 자녀에 대한 입시 및 병역 특혜에 대한 전수조사를 제안하고 앞장서 이행하기를 권한다. 자유한국당 시절 전직 대표들의 자녀에 관한 의혹이 깔끔히 해소되었다고 믿는지, 정녕 억울한 의혹 제기라 생각하는지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추미애가 천명한 ‘진실의 시간’, 이어진 국민의힘의 비난
“이제 진실의 시간입니다. 거짓과 왜곡은 한 순간 진실을 가릴 수 있겠지만, 영원히 가릴 수는 없습니다. 검은 색은 검은 색이고, 흰 색은 흰색입니다. 저는 검은 것을 희다고 말해 본 적이 없습니다.“ (13일 추 장관 페이스북 글 중에서)
이날 추 장관은 국민들에게 “송구”의 뜻을 표하면서도 의혹 앞에 당당했다. 아울러 추 장관은 “상황 판단에 잘못이 있었으면 사죄의 삼보일배를 했다“며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한 것과 관련 사흘 간 삼보일배를 했던 과거를 상기하는 한편 “저와 남편, 아들의 아픈 다리가 국민여러분께 감추고 싶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오히려 당당히 고난을 이겨낸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더 성찰하고 더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그간 보수야당과 언론이 쏟아낸 의혹에 대해 이렇듯 ‘진실’을 강조하며 법적으로나 도의적으로 꺼릴 것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 한 셈이다. 이에 대한 국민의힘의 반응은 날이 서있었다.
같은 날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들통 나니 눈물에 호소, 구질스럽기 가이없다”며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땅바닥에 메어친 문재인 정권의 평균에 부응하는 저급한 소설은 이쯤이어도 충분하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기존 ‘황제군복무’란 입장을 이어간 배 대변인은 “대통령과 짜고치는 가증의 눈물 쇼”, “난데없이 교통사고로 장애를 가진 남편을 소환해 가족 신파를 쓰나”, “추 장관 아들의 덜 떨어진 자신감에 분노한다”고 추 장관을 몰아 붙였고, “지나가던 소도 웃을 구차한 궤변”, “가소롭다”, “가련한 시늉” 등의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같은 날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 역시 구두논평을 통해 “추 장관이 어머니, 아내로서 인간적인 고민이 많았고 이겨내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잘 극복해 내길 함께 응원하겠다“라면서도 “우리가 묻는 것은 법의 문제(다). 기회가 평등한지, 과정은 공정한지, 결과는 정의로운지 묻는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다. ‘엄마찬스’, ‘아빠찬스’의 진짜 수혜자들은 누구인가.
나경원, 황교안의 경우
지난해 나경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전 의원의 ‘스페셜올림픽 사유화 의혹’은 어떠한가.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5년 간 재직했던 나 전 의원이 딸을 ‘당연직 이사’에 임명하는 등 자녀들에게 각종 특혜를 준 정황 등이 포착,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들에게 고발을 당했다.
나 전 의원의 ‘엄마찬스’ 의혹은 이 뿐이 아니었다. 2016년 나 전 의원 딸의 성신여대 입학 특혜 의혹이 불거진데 이어, 지난해 가을엔 아들의 이중국적 의혹과 더불어 나 전 의원의 아들이 미국 사립 고교 재학 당시 서울대 의대 논문 참여 등의 특혜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시민단체의 11번이 넘는 고발에도 현재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이다.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이었던 최서원씨의 딸 정유라씨는 둘째치더라도, ‘엄마찬스’라면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아울러 나 전 의원의 아들이 군에 입대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군 복무를 포함해 국민의힘(전신인 미래통합당 포함) 인사들의 자녀들이 누린 ‘아빠찬스’ 이력은 어떠한가.
대표적으로,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와 장제원 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 사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황 전 대표는 국무총리 후보자 시절 본인 역시 병역 면제 사유였던 ‘만성 담마진’ (두드러기 질환) 판정을 받기도 전에 병역 면제 처분을 받은 기록이 확인돼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 대표시절인 지난해엔 아들의 군 복무 이력과 대기업 입사 과정 역시 도마에 올랐다. 황 전 대표의 아들은 황 전 대표가 대구고검장과 ‘대구기독CEO 클럽’의 공동회장을 지냈던 2009~10년 당시 전북에서 대구로 자대 배치가 변경됐고, 보직 역시 일반 보병에서 물자관리병으로, 또 행정PC운용병 등으로 변경됐다. 아버지가 근무 중인 지역에서 이른바 ‘꿀보직’으로 군생활을 보낸 것이다.
또 황 전 대표의 아들이 근무한 부대는 황 전 대표와 함께 2010년 ‘대구기독CEO 클럽‘ 의 공동회장을 맡았던 당시 이철휘 대장이 지휘했던 제2작전사령부였다. 또 지난해 6월 황 전 대표는 “우리 아들이 스펙이 없다”면서도 대기업 5곳에 합격한 사실을 자랑한 바 있다. 하지만 황 전 대표의 아들은 2011년 말 ‘87 대 1’ 의 경쟁률을 뚫고 KT에 입사, 황 전 대표의 법무부장관 취임과 함께 KT 법무실로 옮긴 것이 드러나 논란을 자처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음주운전과 운전자 바꿔치기 혐의로 기소된 장제원 의원의 래퍼 노엘(본명 장용준)은 올 6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했다. 고위층 자제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불거진 것은 당연지사. 노엘은 올 4월 총선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병무청으로부터 신체등급 4급,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 판정을 받은 것이 알려졌다.
사실 열거하기도 벅차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병역 문제를 국민의힘이 정쟁화하고 언론이 연일 의혹을 부풀리는 와중에 재조명된 보수야당 유력 인사들의 자녀들이 누린 ‘엄마찬스’, ‘아빠찬스’의 전례들 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나 전 의원이, 황 전 대표가 국민의힘이 국민들 앞에 제대로 사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최 대표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건 그래서다.
사실 관계가 해명되고 있는 추 장관 아들 문제와 비교해 과연 누가 더 ‘엄마찬스’, ‘아빠찬스’의 수혜자들인가. 국민의힘이 적어도 ‘제2의 조국 사태’ 운운하며 추 장관 사퇴를 주장하려면 먼저 국민들 앞에 이러한 과거부터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먼저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더더욱, 이참에 범위를 넓혀 2000년 이후 전현직 여야 의원 자녀들의 입시 및 병역 특혜 전수조사를 벌이는 것도 국민들을 납득시킬 좋은 방법 아니겠는가.
하성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