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태의 와이드뷰] 간호사 출신 이수진 의원이 짚은 “우리가 서 있어야 할 원점”
“문재인 지지율 철저히 떨어뜨려 대통령이 감옥에 가는 아름다운 전통 이어받자.”
지난해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주최한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건강보험 적용필요 논의’라는 주제의 포럼에 등장한 ‘돌발 시위’ 속 피켓 문구다. 이날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행사 도중 단상 앞에 드러눕는 일종의 퍼포먼스 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의료계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임 회장은 당시 보건복지부가 인플루엔자 신속항원 검사에 대해 급여화를 추진하는 계획과 관련해 의료계 등 각계의 의견을 듣는 포럼에 토론자로 참여했다.
당시 임 회장이 포럼 시작과 동시에 단상 앞에 드러눕는 시위를 벌인 이유는 간단했다. 보건복지부가 논의 중인 인플루엔자 간이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반대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날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역시 성명을 내고 “인플루엔자 간이검사에 대한 급여화는 실손보험을 팔고 있는 재벌들의 배만 불릴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의료계 수사 논란과 맥을 잇는 주장이라 할 만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 매체인 <청년의사>는 <‘문 대통령 감옥행’ 목표 삼은 소청과醫, 뒷감당은 의협이?> 기사에서 임 회장의 돌발 시위를 이렇게 평했다.
“소아청소년과의 어려움을 토로하기 위함이라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대한의사협회 대표로 참석한 자리에서 의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다하지 못했을 뿐더러 반정권 투쟁을 연상케 하는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의협 책임론까지 부각되고 있다.”
그랬던 임 회장이 이번엔 의협의 진료 거부 사태와 관련해 4일 정부여당과 합의에 이른 대한의사협회(의협)과 최대집 회장을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이어 “(의협) 최대집 및 임원 전원을 불신임한다”는 내용의 불신임결의신청서를 공개하며 여론몰이에 나서기도 했다.
‘도긴개긴’ 의협 최대집 회장 비난하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만일 최대집 회장이 전공의협의회 뜻에 반해서 민주당과 일방적으로 합의한 게 사실이라면... 결코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지난 의협 회장선거에서 최 회장한테 회장 후보를 양보한 것은... 그가 감옥에 갈 준비가 되어있다고 해서 양보한 것이지.. 이런 짓 하라고 한 게 절대 아닙니다.”
4일 임 회장이 본인 페이스북에 연이어 올린 글 중 일부다. “최 회장에게 회장 후보를 양보”했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이어 임 회장은 의협과 정부여당의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관련 논의의 원점 재검토 소식에 대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젊은의사 비대위)’ 지지를 천명하며 이런 주장을 이어갔다.
“이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젊은의사 비대위가 동의하지 않는 의협,여당,정부안에 결단코 반대하며 만약 최대집 의협 집행부가 젊은의사들의 뜻에 반해 이를 강행 한다면 회장 탄핵등 할 수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젊은의사들을 지지하겠다.”
아울러 임 회장은 최대집 회장 및 제40대 임원 전원에 대한 불신임 결의 신청서에서 최 회장이 “회원의 중대한 권익에 위반되는 행위를 했다”며 국민여론과 배치되는 주장을 이어가기도 했다.
“피신청인 회장 최대집 및 제40대 임원 전원은, 회원 및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젊은의사 비대위)의 사전 동의를 얻지 않거나 그 의사에 반하여,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관련 합의에 이르렀다는 내용이 국민에 공개되도록 함으로써 대한의사협회 및 회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였습니다.”
정부여당과의 합의 내용 공개가 의사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 같은 주장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소아청소년과 의사들 전체를 의협보다 더 한 이익집단으로 바라보진 않을까. 특히나 최대집 현 의협 회장에게 회장직을 양보(?)했다고 주장하는 임 회장이 ‘문재인 감옥행’을 주장하는 ‘정치투쟁’을 벌였다는 사실은 의사 사회 전체를 회의하게 만드는 장면이지 않을까.
이어지는 고견들
물론, 4일 정부여당과 의협의 극적인 합의안을 두고 ‘다른’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진퇴양난에 빠진 대전협 소속 전공의들 얘기가 아니다. 간호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이 대표적이었다.
“의료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으로써,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다시 주장합니다. 의대정원은 반드시 확대되어야 합니다. 정부 제시 규모보다 더 확대해야 합니다. 지역의사제 도입, 실제 지역 의무근무를 최소 10년 이상으로 해야 합니다.
공공의대 설립으로 필수 공공 의료 영역을 강화해야 합니다. 지방의료원과 지방 의과대학, 비인기 진료과목 의사인력 양성에 집중 투자해야 합니다. 의사들의 불법 집단 진료거부를 계획하고, 지시하고, 참여한 모든 행위를 강력 처벌하고,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을 청구해야 합니다.”
같은 날 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은 ‘원론’을 재확인하며 “이번 합의안은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지역의사제 도입을 의사들의 진료 복귀와 맞바꾼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힘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힘을 무기로 국민을 협박할 때, 그것도, 한번 잃으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국민의 생명을 인질삼아 불법 집단 행동을 할 때, 과연 정치는 무엇을 해야 하고 어느 ‘원점’에 서 있어야 합니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한편으론, 이번 합의가 그간 정치적 행보로 일관해 온 최대집 회장의 정치력이 발휘된 장면이라 해석도 적지 않다. 강력범죄가 확인된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는 내용이 포함된 의료법 일부 개정안이나 약사법 개정안, 중외제약 리베이트 수사 등 의사들에게 불리한 의료계 현안이 정치권 내에 산적한 가운데 더 이상의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한 최 회장의 노림수가 아니냐는 해석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진료 거부를 풀지 못하는 대전협이나 최 회장 및 의협 임원들의 불신임을 천명한 임 회장, 그리고 전공의 들의 투쟁을 방치한 의협 모두 국민들의 불신을 자처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의료계와 합의에 이른 정부여당을 향한 ‘다른’ 목소리나 쓴소리 모두 정부여당이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는 고견들이라 할 수 있다. 의료계를 향한 불신이 극에 달한 만큼, 이러한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의사들의 이익이 아닌 코로나19 시대의 걸맞은 공공 의료 확충을 완수하라는 고견 말이다.
정부여당이 이번 합의를 이익집단으로 전락한 의협과 다수 의료인들의 모순을 해결하는 원점으로 만들어야 할 이유다. 이를 ‘원점’이라 표현한 이수진 의원의 고견 역시 경청해야 할 것이고.
“살인적인 격무에도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모순. 박근혜정권 시절에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을 주장했다가, 문재인 정부에서는 반대하는 의과대학 교수들의 모순. 의사들의 불법 진료거부로 환자가 생명을 잃어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비참한 현실.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의사조직에서 집단행동을 거역하기 힘들다는 일부 전공의들의 고백. 우리가 서 있어야 할 ‘원점’입니다.”
하성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