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GDP’ 알고보니 세계 챔피언, “22년만 최악” 쏟아낸 언론들

[하성태의 와이드뷰] 진짜 나라 경제 걱정한다면 ‘장난질’ 그만 둘 때 아닌가

“우려했던 경제성장률 급락 쇼크가 현실화됐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올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은 전분기 대비 -3.3%였다.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1분기 (-6.8%) 후 가장 낮은 것이다. 우리 경제는 지난 1분기 -1.3% 성장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함에 따라 경기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졌다(중략).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으로 기업들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이 유행이지만 한국만 유독 실적이 부진한 이유도 여기 있다. 정부도 2분기 성장 쇼크를 막연한 낙관으로 넘길 게 아니라 근본적인 정책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책 기조를 소득주도성장에서 투자주도성장으로 바꾸는 것이 절박하다.”

▲ <이미지 출처=한국경제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한국경제 홈페이지 캡처>

지난 24일자 <한국경제>의 <22년만의 최악 성장, 결국 기업 뛰게 해야 경제 산다>란 사설의 서론과 결말이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GDP 성장률(전분기 대비 -3.3%)에 초점을 맞춰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기조였다. 헌데 절박하게 바꿔야 할 것은 정부 정책 기조가 아닌 <한국경제>를 비롯한 보수경제지의 논조인 듯 보인다. 

상식적인 언론이라면, 아니 상식적인 경제지나 경제 전문가라면 이 발표에서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이 ‘22년 만의 최저, 최악’이 맞는 걸까. <한국경제>는 해당 사설에서 코로나 19를 불과 세 번 언급했다. 

지난 2분기는 전 국민이 체험한 것처럼 코로나 19의 여파가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시기였다. 여전히 줄지 않고 있는 사망자 숫자는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경제>는 심지어 “한국만 유독 실적이 부진하다”고 꼬집었다. 사실인지 여부는 재차 거론하고, <한국경제> 주장의 핵심은 오매불망 “규제 완화”였다.    

“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이 뛰게 해야 한다. 지금 기업이 뛰지 못하는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 탓만이 아니다. 경영이 힘들어도 해고가 어렵고, 임금은 매년 생산성 향상분보다 더 올려줘야 하는 노동경직성에, 시대변화를 따라잡으려는 신사업은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규제가 기업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최배근 교수가 지적하는 우리 언론의 장난질 

반면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의 올 2분기 GDP는 -30%대가 예상된다. 우리의 -3.3%가 아닌 그 10배에 가까운 -30배 말이다. 이를 두고 2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아틀란타 연준지부가 먼저 그걸(미 GDP) 발표하는 수치가 있어요. 그게 –34.7%로 발표를 했어요, 7월 17일 날”이라며 이렇게 부연했다. 

“-35% 정도 된다는 이야기죠, 반올림하면요. 그래서 이게 의미하는 게요 단기적이지만 중국하고 미국이 GDP가 역전돼 버렸습니다. 3분의 1 이상이 줄어들어버렸으니까요. 한 21조 달러에서 7조 달러 이상이 날라간 거예요, 그러니까요.”

우리의 -3.3%를 괜히 ‘선방’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 보수경제지는 이런 수치는 애써 감추거나 우리의 ‘선방’과 절대 비교하지 않고 있다. JP모건 등 외국 투자은행의 경우, 주요 국가의 2분기 GDP 성장률을 -25%~-60%까지 내다보고 있다. 역으로 보면 전 세계 1등이라 봐도 무방해 보인다. 물론, 이 역시 잘 보도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최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 <이미지 출처=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 영상 캡처>
▲ <이미지 출처=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 영상 캡처>

“그래서 사실은 재정 투입까지 고려하면 우리가 세계 1위인 거예요, 챔피언인 거예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미국이 이 GDP 통계를 내기 시작한 게요 이게 세계대공황 이후에 이게 만들어진 하나의, 지표입니다. 그런데 대공황 때 제일 나빴던 게 1932년인데, 그때 –12.9%였었어요. 미국 역사상 최악인 거지, 지금은요. 미국은 사망이라고 표현해야 되는…….”

최 교수 따르면, 한국은행의 24일 발표는 전 분기 대비였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수치가 바로 전년 동기 대비라는 것. 전년 동기 대비 우리 GDP는 -2.9%였다. 이 같이 전년 동기와 대비하면 미국의 GDP 마이너스 성장률을 더 커질 것이 명약관화해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이 거짓말하지 않는 수치를 두고 “최악”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언론을 두고 최 교수는 이렇게 꼬집었다. 

“그런데 그렇게 지적을 받으면서도 계속 하는 거 보면 그냥 어차피 자기 신문 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계속해서 그냥 가는 것 같아요.” 
 
3분기 2.2% 증가 예상하는 영국 경제분석기관도 나왔는데 

3분기 전망은 더 밝을 것으로 예상하는 외국 기관도 적지 않다. 영국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도 그 중 하나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로이드 찬(Lloyd Chan) 연구원이 <뉴스1>에 밝힌 전망은 이랬다. 

“한국의 GDP는 올 2분기 3.3% 감소했지만 올 3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력한 통화와 재정 부양책이 국내의 수요 회복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글로벌 봉쇄조치가 완화되고 중국 경제가 호전되면서 한국의 수출 압력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의 코로나19 확산 역시 대체적으로는 통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한국 정부가 160조원의 '한국판 뉴딜' 가운데 6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시작하면서 일자리가 창출되고 노동시장의 위기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떤가. <한국경제>의 ‘22년만의 최악 성장’이란 겁박과는 극과 극의 평가 아닌가. 어디 <한국경제> 뿐인가. 23일 한국은행 발표 이후 언제나 그렇듯 대다수 언론이 ‘IMF 이후 최악’이란 헤드라인을 뽑아냈다. 이를 두고 최 교수는 “장난질”이라 표현했다. 경제 지표를 가지고 국민들 눈을 가리는 이러한 우리 언론의 ‘장난질’ 이제 그만 둘 때도 되지 않았나. 진짜 나라 경제를 걱정한다면 말이다.  

▲ <이미지 출처=뉴스1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뉴스1 홈페이지 캡처>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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