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태의 와이드뷰] 기름 부은 尹…‘전문수사자문단’ 중립성에 문제제기 이어져
“그동안 중앙지검이 여러 차례 사이드로 저희 MBC에 우리 정말 수사 잘할 의지가 있다, 이런 얘기를 여러 차례 입장을 전달해왔는데요. 자료도 달라고 하면서 자료 줘라 우리 열심히 수사할 거다.”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했던 MBC 장인수 기자의 전언이다.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을 최초 보도한 장 기자는 이날 전한 서울중앙지검의 기류 변화는 꽤나 흥미로웠다. 애초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의지가 없다고 봤으나 지금은 생각이 바뀐 뀌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동안 저는 중앙지검이 수사의지가 없다고 봤었어요. 시간만 끌고 증거인멸 할 시간 다 주고. 핵심은 증거인멸을 했기 때문에 저도 아는 변호사들한테 몇 분 물어봤더니 (채널A) 이동재 기자 영장 치면 전광석화처럼 영장이 나올 거라고. 그리고 (이 기자가) 대놓고 녹취록을 내가 조작했다고 얘기하고 증거인 핸드폰과 노트북을 지운 다음에 그걸 굉장히 당당하게 얘기했거든요. 굉장히 법조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릴만한 얘기입니다.”
이날 <한겨레>에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이 기자의 구속영장 청구를, 한동훈 검사장의 소환 조사를 검토 중이었다. 하지만 대검이 이동재 기자가 요청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요청을 수용하면서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을 비호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어떻게든 수사를 막으려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수사 강행 의지를 드러낸 이성윤 중앙지검장이 대립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윤 총장은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선언에도 불구하고 왜 논란이 예상되는 무리수를 강행하는 걸까.
“(윤 총장이) 수사팀에 힘을 실어주든지 아니면 자기가 책임지고 결정해서 자기가 욕을 먹든지 자기는 빠졌는데 자기 수하인 대검의 간부들이 제동을 걸고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난 몰라, 이런 거지 않습니까?
자기 밑에 사람들이 알아서 하도록 하고 둘이 알아서 싸우게 만들어놓고. 총장답지 않은 행동이죠. (한동훈 검사장과) 관계가 있는 건 시인하든 안 하든 둘이 친한 건 워낙 명백한 거여서. 아마 봐주고 싶겠죠.”
‘검언유착’ 최초 보도한 MBC의 ‘열일’
같은 날, MBC가 윤 총장의 의중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단독보도를 내보냈다. <뉴스데스크>의 <[단독] 윤석열의 무리수?…'측근 감싸려다' 검찰 내홍> 보도였다. 우선 해당 기사의 앵커 멘트를 보자.
“윤석열 검찰 총장이 자신의 측근 검사장이 연루된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직접 지휘하지 않고 대검 간부들의 회의를 통해서 수사 방향을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약속과 대검 간부 회의를 앞세워서 전혀 다른 결정을 내린 것으로 MBC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대검 핵심 간부들 마저 ‘윤 총장이 측근을 지키려고 밀어 붙이기를 한다’는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날 하루 ‘검찰 내홍’, ‘갈등 격화’ 등 대검과 서울지검의 갈등 분위기를 전한 보도가 쏟아진 가운데, 윤 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과 회의 과정에서 수사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을 MBC가 포착한 것이다.
알려진 타임라인은 이랬다 지난 4일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에 공문을 보내 더 이상 사건에 관여하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수사가 잰걸음을 냈다. 11일 이동재 기자의 소환조사가 이뤄졌고, 16일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다.
그러자, 대검이 지난 주말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피의자의 요청을 급작스레 수용한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MBC에 따르면, 이러한 결정은 윤 총장의 독단이었다. 대검 간부 회의에서 결론이 나지도 않은 사안을 두고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밀어 붙였다는 얘기다.
19일 소집 여부와 관련해 열린 간부 회의에 참석한 6인 중 한 대검 간부는 MBC에 “검언유착 사건은 수사가 한창 진행중이라, 자문단에 회부할 요건도 안 돼 추후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면서도 “측근 문제라 빠지겠다며 간부들에게 맡겨놓고, 본인이 위원들을 뽑을 자문단 소집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윤 총장의 의도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MBC는 이 간부의 발언을 두고 “날을 세웠다”고 표현했다.
이날 MBC는 이 보도 외에도 <‘추미애·윤석열’ 갈등에 “서로 협력해 개혁”>, <법무부수사팀과 잇단 파열음 술렁이는 검찰> 연속 보도로 윤 총장의 ‘오늘’을 상세히 다뤘다. ‘검언유착’을 최초 보도한 만큼, 윤 총장과의 대립각을 확실히 세운 모양새였다. 반면 같은 소식을 <8뉴스> 후반부에 전한 SBS의 기사 제목은 <한명숙 사건 등 윤석열 압박 불씨 여전>이었다. 보도 논조가 확연히 갈리는 모양새였다.
만천하에 드러난 윤석열의 ‘꼼수’
논란에 기름을 부은 꼴이랄까. 윤 총장의 이례적인 결정 이후, ‘전문수사자문단’의 중립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는 중이다. ‘전문수사자문단’ 자체가 하나의 예규이며, 애당초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 당시 문무일 전 총장이 대검과 수사팀의 대립을 타개하기 위해 급조한 ‘꼼수’에 가깝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자문단 구성원 선정을 필두로 검찰총장의 의중이 투영될 수밖에 없는 방식이란 얘기다.
23일 <경향신문>도 <윤석열 직권 수사자문단 ‘밀실 운영’ 우려> 기사에서 “‘검·언 유착’ 의혹에 대한 전문수사자문단 회부 결정은 이 안건을 논의한 대검 부장회의가 파행된 상황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자문단은 총장의 결정으로 소집이 가능하고 총장이 단원을 직접 위촉하지만 심의 과정은 모두 비공개라 ‘밀실 협의’가 가능한 구조”라고 꼬집었다.
“사실 수사를 계속 하든 안하든 별 상관은 없음. 하면 하는 대로 진전이 있는 것이고, 안하면 그 다음 공수처로 가거나 특검으로 가거나... 방법은 많으니까. 결국 청명과 한식을 가리는 수준인데 다만 시간 끌기로 그 동안 무엇을 획책할 것이라는 게 께름칙할 뿐.”
23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글을 쓴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의 해설이다. 윤 총장의 의중과 검찰 내 분위기를 다각도로 해석한 황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마지막 하나가 빠질 뻔했는데, 상급 지휘감독기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다”라며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최종 결정’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사면초가라 부를 수 있을까. 그러거나 말거나, 윤 총장은 잃을 것 없다는 심정으로 ‘마이 웨이’를 가지 않을까. 윤 총장은 스스로 천명한 ‘법과 원칙’을 본인이 뒤흔드는 결정을 반복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애초 그 ‘법과 원칙’이 자신과 측근, 가족을 위한 것이었다는 듯. 하지만 이번엔 지난해 ‘조국 사태’와 달리 정치권 지형마저 바뀌었다. 윤 총장은 과연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을 지켜낼 수 있을까.
하성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