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과 중앙지검의 대립…윤석열의 속 보이는 행보

[하성태의 와이드뷰] 이쯤되면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 만천하에 자랑 아닌가

“해당 녹취파일 내용에 대한 본지의 법조계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채널A 기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與圈) 인사들에 대한 신라젠의 로비 의혹’을 여러 번 언급했으나, A 검사장은 ‘(유시민 의혹에) 관심 없다. 신라젠 사건은 (로비 의혹 사건이 아니라) 다중 피해가 발생한 ‘서민·민생 금융범죄’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일 <조선일보>가 단독보도한 <‘검언 유착’ 의혹의 A 검사장, 알고보니 채널A 기자에 “유시민 의혹 관심없다”> 기사의 핵심 내용이다. 이날 <조선일보>는 익명의 ‘법조계 취재’와 ‘검언유착’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확보한 채널A 기자들과 A 검사장의 대면 대화 녹취록 등을 근거로 A 검사장이 ‘유시민 의혹’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이 같은 보도는 지난 16일 서울지검이 A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직후인 17일 A 검사장이 입장문을 내고 “나도 피해자”라고 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듯한 보도였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 2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부산고검을 방문했을 당시 A 검사장과 채널A 기자들이 직접 만나 대화한 것을 녹음한 백모 기자의 휴대전화 녹취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조선일보> 기사를 좀 더 보자. 

“그러자 A 검사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다중 피해를 준 사건이다. 1명이 100억원을 피해 본 사건보다 1만명이 100억원 피해 본 사건이 훨씬 심각하다’면서 ‘정확히 규명해야 하는 ‘서민·민생 금융범죄’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기자가 재차 ‘기자들은 유시민 이사장도 문제 되지 않을까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하자 A검사장은 ‘유시민이 뭘 했는지 나도 아는 게 없다’며 ‘금융범죄를 정확히 규명하는 게 중요하고 그게 우선이다’라고 답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녹취 파일 내용을 전하며, 채널A 기자들이 지속적으로 ‘유시민 의혹’을 강조한 반면 A 검사장은 해당 의혹에 전혀 관심도 없고 취재를 지시하거나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묘사했다. 채널A 기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도용해 취재했을 뿐이라던 A 지검장의 주장과 일치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헌데, 이례적으로 서울중앙지검이 이를 지적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굳이 일요일에... ‘조선’ 단독보도 반박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사실관계 전반을 호도하거나 왜곡해 수사과정 공정성에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

21일 서울중앙지검이 출입기자단에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 중 일부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해당 <조선일보> 기사에 대해 “해당 기사에 언급된 내용은 확보된 증거자료 중 관련자에게 유리할 수 있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보도했다”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주말 동안 파장을 일으킨 기사에 서울중앙지검이 일요일 임에도 정정을 시도한 것은 물론 “호도”와 “왜곡”, “공정성에 오해” 등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는 강한 표현도 눈길을 끈다. ‘검언유착’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이 적극적으로 언론 보도 단속에 나선 셈이다.  

그리고 22일, <조선일보>와 A 지검장의 주장에 정반대되는 보도가 나왔다. 이날 <한겨레>는 <‘검·언유착 의혹’ 한동훈 검사장 수사 제동거는 대검>에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채널에이 백아무개 기자의 휴대전화에서 한 검사장과의 대화 녹음파일을 발견하고 강요미수죄를 입증할 단서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 <이미지 출처=한겨레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한겨레 홈페이지 캡처>

A 검사장의 주장을 뒷받침한 <조선일보>와 달리 백모 기자의 휴대전화 녹취 파일이 A 검사장의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였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수사팀은 녹음파일을 분석한 결과 한 검사장에게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하기로 했다”며 “수사팀은 이 기자에 대해서는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백모 기자의 녹취 파일을 둘러싼 <조선일보>와 <한겨레> 중 어느 쪽이 더 진실에 가까울까. 혹은 어떤 쪽이 더 서울중앙지검의 ‘검언유착’ 수사 과정의 진실을 담고 있을까. 그 판단과 함께 주목되는 것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행보다. 앞서 채널A 이모 기자 측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요청을 즉각 수용한 대검과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간의 의견이 엇갈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흥미로운 이유다. 

윤석열 총장의 속 보이는 행보 

“검찰 고위직이 연루된 이 사건을 두고 유독 많은 잡음이 불거지는 것을 보면 ‘엄정한 수사’와 ‘내부 인사 비호’라는 두 기류가 부딪치고 있다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수사팀은 이달 초 채널에이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부산고검 차장검사)의 대화 녹음파일을 통해 혐의를 입증할 단서를 확보한 뒤 한 검사장을 피의자로 전환했다. 

이후 채널에이 이아무개 기자 구속영장 청구, 한 검사장 소환조사 등을 추진했지만 대검이 범죄 혐의 구성이 어렵다며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같은 증거를 놓고 수사팀은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하고 대검은 범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극단적인 시각차가 존재한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같은 날 <수사팀-대검 충돌로 번진 ‘검언 유착’ 수사 난맥상>이란 제목의 <한겨레> 사설 중 일부다. <한겨레>는 해당 수사가 “잇따라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며 “급기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대검찰청 지휘부가 범죄 성립 여부를 놓고 의견 충돌을 빚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며 위와 같이 분석했다. 

정리해 볼까. 일선 수사팀은 A 검사장의 소환조사까지 추진했다. 하지만 대검이 제동을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이어 윤 총장이 재가한 채널A 기자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요청이 받아들여졌다. ‘윤 총장의 A 검사장’ 비호 논란이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는 전개 과정이라 할 만 하다. 

같은 사건을 두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채널A 이모 기자의 구속영장 청구, A 검사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천명했지만, 윤 총장의 의중이 반영된 대검의 결정은 정반대였다고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전통을 자랑하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윤석열 검찰’이 만천하에 자랑하고 있다고 봐도 무장하지 않을까. 

▲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 <자료사진=뉴시스>
▲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 <자료사진=뉴시스>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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