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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위 ‘이재용 대국민 사과’ 언론 외면 받는 이유[신문읽기] 준법감시위, 경영권 승계 문제 건드리자 호평 하던 기성 언론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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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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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14  10:18:37
수정 2020.03.14  11: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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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총선 등의 영향으로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번 주 사실 언론이 주목해야 할 사안이 있었습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대국민 사과를 권고했다는 내용입니다. 권고 정도 가지고 뭘 그러느냐 – 이렇게 반론하실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주목해야 할 대목은 ‘권고의 내용’입니다. 

준법감시위는 “불법 경영권 승계 및 회사 쪽의 노동조합 탄압 문제에 대해 이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했을 당시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경영권 승계’ 문제 건드린 준법감시위 … 기성 언론은 외면하거나 준법위 비판

사실 저는 준법감시위의 이 같은 권고가 ‘참신’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한편으론 ‘이상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불법이 확인됐다면 그에 합당한 법적 처벌을 받으면 되는 것이지 ‘대국민 사과’를 왜 하라는 건지 잘 이해가 안 됐고 △노조 탄압과 관련해서도 위법한 부분이 확인됐다면 사과 이전에 ‘책임’을 지면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준법감시위가 법적 처벌 문제와는 별도로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 같은 권고를 한 거라면 그 노력과 성의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재용 부회장 양형’을 고려한 ‘정치적 제스처’일 가능성이 큰 권고라고 봅니다. 

‘이렇게 대국민 사과까지 했으니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잘 고려해 달라’ - 이런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겁니다. 

지난 12일 한겨레가 15면에 관련 기사를 보도하면서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제개혁연구소 소장)의 발언을 소개했는데 저는 전폭 공감합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과거 잘못은 법원에서 판단해 유죄가 확정되면 그게 맞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부분이다. 이번 권고안엔 구체성도 없을뿐더러 감시위는 자체 조사가 진행 중인 동안에도 삼성이 과거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것에 눈을 감으며 미래의 잘못도 막지 못하고 있다.” 

재밌는 건, 기성 언론이 이번 준법감시위 권고를 보도하는 태도입니다. 지난달 28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17개 계열사가 과거 그룹 미래전략실이 임직원의 시민단체 기부금 후원 내역을 무단 열람한 것에 대해 해당 임직원과 시민단체에게 공식 사과했을 때 상당수 언론은 이를 준법감시위의 첫 성과라 호평하며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참고기사 <삼성 준법위 첫 성과? 여전히 홍보만 하는 언론> 고발뉴스 2월29일) 

“삼성이 과거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변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동아일보) “이 기구의 실효성과 삼성의 변화 의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재계에서 나온다.”(매일경제) “미래전략실은 2017년 2월 해체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과거를 확실하게 정리하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 등 준법감시위과 삼성의 변화 의지를 강조하는 기사를 대대적으로 실었습니다. 

준법감시위 호평·삼성 변화 의지 강조했던 그 많은 언론들 어디로 갔나 

그랬던 언론들 – 준법감시위의 이번 ‘권고’에 대해선 별로 주목하지 않거나 오히려 비판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대략 한번 보시겠습니까.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2월 초 출범한 준법위가 향후 벌어질 수 있는 위법행위를 예방하는 활동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출범 훨씬 이전에 발생한 사건과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까지 권고안을 낸 것에 대해 ‘지나친 간섭’이 아니냐는 염려도 나온다” (매일경제 3월12일자 19면 <“승계·무노조…삼성, 과거경영 사과하라”>) 

“한 재계 인사는 ‘앞으로 발생할 준법 의무 위반 사례를 예방하겠다고 출범한 조직이 과거 사안이나 현재 검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이 부회장이 직접 반성·사과하라고 하고 있다’며 ‘삼성이 거절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또 하나의 호랑이를 만든 꼴’이라고 말했다. 노조 문제는 삼성이 이미 사과했고, 노조 설립도 이뤄지고 있는데 이 부회장이 다시 사과하고 노조 설립 허용을 선언하라는 것도 다소 과한 요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 3월12일자 B3면 <“경영권 승계 과정 대국민 사과하라”>) 

   
▲ <이미지 출처=한국경제 온라인 기사 캡처>

지난달 29일 <준법委 요구에…‘7년전 사건’ 사과한 삼성>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배치하며 대대적으로 ‘준법위’와 삼성의 의지를 극찬했던 한국경제는 이번 준법위 권고 기사는 15면에서 간단히 보도했습니다. 지난달과는 확연히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저는 기성 언론의 이 같은 태도 ‘돌변’이 경영권 승계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준법위가 2013년 임직원들의 시민단체 후원 내역을 무단으로 열람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권고했고 삼성이 이를 수용해 사과했으면 됐지 ‘경영권 승계 문제’까지 건드리는 건 도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한 마디로 ‘준법위가 선을 넘었다’고 상당수 언론이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매경이 “준법위가 과거 여러 사안에 대해 사과 요청을 한 데 대해 ‘준법위에 기대됐던 역할’을 벗어나 지나친 간섭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비판한 것도 저는 이런 맥락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과와 별도로 ‘법적 처벌’ 받으라고 주문하는 언론이 없다 

사실 재밌는 건, 준법위 권고를 삼성 측이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겁니다. 삼성과 ‘특수관계’인 중앙일보는 지난 12일 12면 <삼성준법위 “이재용, 경영권 승계 사과를” 삼성 “진지 검토”>에서 관련 내용을 전하며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경영권 승계의 위법성 사과와 무노조 경영 철폐를 약속할지 주목된다”고 했습니다. 

실제 한겨레도 오늘(14일) 2면에서 “감시위가 ‘30일 안’으로 기한을 정한 터라, 조만간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와 한겨레 보도 등을 종합하면 삼성 측은 준법위의 권고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이 사과를 하면 그것으로 끝나는 걸까요? 저는 기성 언론 상당수가 ‘이 질문’을 던지지 않는 게 이상합니다. 한겨레 정도만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 게 사실상 전부일 정도입니다. 

“설사 ‘진정한’ 사과를 한다 해도 이를 개인 범죄의 ‘양형 깎기’에 실제로 반영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특정 피고인에게 수개월의 시간과 회삿돈을 활용해 조직을 꾸릴 기회를 주고 이를 고려해 처벌을 줄여주는 것이 우리나라 사법체계 안에서 해석될 수 있는 행동인가?” 

사과와 별도로 법을 어겼으면 대기업 총수라도 ‘법적 처벌’ 받으라고 주문하는 언론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아니 오히려 대국민 사과를 권고한 준법위를 향해 ‘지나친 간섭’을 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한국의 대다수 언론에게 삼성의 경영권 승계 문제는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인 듯 싶습니다. ‘삼성보다 삼성DNA를 데 몸으로 체화한’ 언론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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