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도 안한 ‘삼성 준법감시위’ 언론은 ‘호들갑’

[신문읽기] 이재용 파기환송심 앞두고 기자간담회 … 공식 출범 전 ‘여론몰이’

“삼성그룹이 외부인사가 중심이 된 독립 그룹 감시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를 꾸렸다 … 그러나 총수에게 권한이 집중된 삼성그룹의 특성을 염두에 두면 그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총수의 용인 범위 안에서만 준법 감시 활동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오늘(10일) 한겨레 1면에 실린 <회사가 준 정보만으로 준법감시 하라는 삼성> 가운데 일부입니다.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지형 전 대법관이 어제(9일) 개최한 기자간담회를 다루고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한겨레신문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한겨레신문 홈페이지 캡처>

공식 출범은 이달 말이나 2월 초 … 굳이 9일 기자간담회 개최한 이유? 

오늘(10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중에 한겨레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가장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준법감시위’가 삼성 내부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제재·권고안을 내놓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 없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습니다. 

또 김지형 위원장이 유성기업 사건에서 어용노조 설립이 유효하고 직장폐쇄 및 해고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는 노동계 우려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다른 신문도 일부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고는 있지만 문제제기 강도 면에서 한겨레는 ‘독보적’입니다. 

사실 저는 ‘삼성 준법감시위’가 공식적으로 출범하기 전에 이렇게 ‘거창하게’ 기자간담회를 하는 것부터가 이례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공식 출범 할 때 ‘준법감시위’ 활동과 포부를 밝히면 될 것을 왜 굳이 출범 전에, 위원장으로 내정된 변호사가 이런 간담회를 할까 –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제(9일) 간담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고려한 ‘언론플레이’ 성격이 짙다고 봅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가 지난달 6일 삼성의 준법 경영 방침을 제출하라는 ‘이례적인 주문’을 했는데 오는 17일 바로 그 ‘이재용 부회장 재판’이 열립니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재판 시작 전 △재판부 주문에 삼성이 얼마나 부합하려고 노력했는지 △얼마나 독립적인 기구 구성을 위해 삼성 측이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리기 위해’ 기자간담회를 연 게 아니냐는 겁니다. 형식은 ‘기자간담회’였지만 결국 파기환송심 재판부를 향한 삼성 측의 메시지였다는 얘기입니다. 

형식은 기자간담회 … 궁극적 목적은 파기환송심 재판부를 향한 메시지? 

어제(9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이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고 합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참석 기자들은 “위원회가 삼성 경영진을 어느 선까지 감시하고 고발할지, 삼성이 권고를 얼마나 받아들일지, 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 이후 얼마나 지속될지 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현장 기자들의 이런 의혹 제기와 우려가 실제 오늘(10일) 지면에 얼마나 제대로 반영됐는가 –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선 물음표로 남겨 놓으려 합니다. 한겨레 등 일부를 제외하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기사 상당수가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았다’ 쪽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10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의 ‘삼성 준법감시위’ 기사 제목만 한번 살펴 볼까요? 한겨레를 제외한 8개 신문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삼성 준법감시위 구성 완료…“이재용, 독립성 보장 약속”> (경향신문 11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이달 말 출범… 투명경영 계기되나> (국민일보 17면)
<삼성 준법감시위 “노조-승계 문제 등 성역 없이 감시”>(동아일보 1면)
<“위원회 구성-운영 독립성 보장받았다”> (동아일보 6면)
<계열사 7곳 ‘외부자 눈’으로 감시… 재계 “해외서도 드문 기구”> (동아일보 6면)
<기업수사 前검사… 진보성향 시민단체… 지배구조 전문가…> (동아일보 6면)
<김지형 “이재용 부회장, 삼성준법감시위 자율·독립성 약속”> (서울신문 9면)
<김지형 위원장 “이재용, 삼성준법감시위 독립성 약속”> (세계일보 14면)
<삼성 ‘7인의 준법감시委’ 설치… “노조·승계문제까지, 성역은 없다”> (조선일보 B3면> 
<“삼성 승계·노조문제도 감시…이재용 만나 보장받았다”> (중앙일보 E2면) 
<삼성 준법감시위 “경영진 직접 조사하고 위법 신고 받을 것”> (한국일보 18면)

물론 여기에도 포인트나 비중 차이는 있습니다. 동아일보처럼 노골적으로 ‘삼성의 의지’를 강조하는 신문이 있고, 경향·서울신문이나 한국일보처럼 ‘일각의 우려’를  기사에 포함시킨 신문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한겨레처럼 ‘한계와 우려’에 방점을 찍은 신문은 없습니다. 한겨레가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삼성은 2006년(엑스파일 사건), 2008년(비자금 의혹 사건), 2017년(뇌물제공 사건) 등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세차례나 쇄신을 약속했지만 모두 용두사미”로 끝났습니다. 

▲ <이미지 출처=JTBC 화면 캡처>
▲ <이미지 출처=JTBC 화면 캡처>

대형 사건 터질 때마다 ‘쇄신 약속’한 삼성 … 하지만 용두사미로 끝났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삼성 준법위원회’에 언론이 지나치게 무게중심을 두는 건 경계해야 합니다. 동아일보처럼 너무 ‘세게’ 의미부여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미 삼성 측은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 효과를 충분히 누린 것으로 보입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를 향한 메시지 전달을 의도하고자 했다면 언론이 ‘기대 이상’으로 잘 전달했다는 얘기입니다. 오는 17일 재판부는 어떤 결론을 내릴까요? 같이 한번 지켜보시죠.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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