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언론계 이슈와 전망(2)] MBC 새 사장 선출과 KBS ‘개혁’도 관심
오늘(3일)도 어제(2일) 이어 2020년 언론계 이슈와 전망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어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크게 5가지 사안을 주목했는데요. 오늘(3일)은 두 번째 시리즈로 ‘세 가지 사안’에 대해 중점적으로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3) 진보 언론의 위기, 가속화 될 것인가
지난해 말에 공론화 된 이른바 ‘경향신문 사태’는 진보 언론의 경영난과 편집 원칙에 대한 위기 징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 광고에 언론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특히 다른 언론에 비해 대기업에 비판적이고 편집 자율권이 보장돼 있는 것으로 평가를 받았던 경향신문에서 ‘기업 비판 기사’가 ‘5억 원의 협찬금’과 맞바꿔질 수 있다는 것 – 이 ‘사실’이 뉴스수용자들에게 주는 여파가 상당히 컸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 같은 내용을 경향신문 기자들이 먼저 공개적으로 ‘사과문 형태’로 제기한 것은 ‘다른 평가’를 필요로 하는 대목입니다. 광고성 기사와 협찬을 바탕으로 하는 홍보기사가 넘쳐나는 시대에 기자들 스스로 자사의 치부를 이렇게 공개할 수 있는 언론이 한국에선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미 수차례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위기가 가중되면 가장 먼저 위기를 맞이하는 게 진보언론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습니다.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은 기업 협찬과 광고 등을 받는데 구성원들의 ‘내적 갈등’이 덜 한 편입니다. 이른바 기사와 광고 혹은 협찬을 통한 ‘주고 받기’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른바 한국에서 진보·개혁 언론으로 분류되는 경향신문이나 한겨레는 다릅니다. 아니 많이 다릅니다. 경향신문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기자들의 반발이 거셀 뿐만 아니라 내부 진통도 큽니다. 기자협회보 지난달 31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부터 새 사장 선임, 재발방지책 마련 등 사태 수습을 놓고 구성원 사이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묘하게도(!)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올해 새 사장을 선출합니다. 경향신문은 ‘이번 파문’과 관련해 이동현 사장이 사의 표명을 한 상태입니다. 한겨레는 직선제로 사장 선출을 하는데 현재 양상우 사장이 연임에 나설 거라는 전망도 있습니다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건 아닙니다. 기자협회보는 2일 “양상우 현 사장의 연임 의사가 공식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일부 후보군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경향과 한겨레의 새 사장 선임 … 어떤 수익 구조를 만들어 낼 것인가
사실 경향과 한겨레 경영진의 ‘보폭’은 생각보다 넓지 않습니다. 진보 언론 경영이라고 하는 게 ‘현실적으로’ 협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루트가 다양하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아 나서야 하는데 안타까운 건, 그런 고민을 내부적으로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뉴스수용자들과 ‘어떤 식으로든’ 적극적으로 소통을 해서 새로운 독자층과 구독층으로 연결시키는 방법론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하는데 제가 봤을 때 이에 대한 고민은 과거에 비해 별로 나아가지 못한 듯 보입니다.
저는 진보 언론 특성상 대기업이나 정부 광고에 의존하는 방식보다는 결국엔 독자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는데 ‘그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진보 언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생존하려면 결국 ‘독자와의 소통과 관계’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제가 어제(2일)도 언급했지만, 뉴스수용자들의 언론개혁 요구에 레거시 미디어들이 어떤 전망을 내놓을 것인지가 올해 매우 중요하다고 했는데 저는 경향과 한겨레가 다른 기성 언론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언론개혁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현안에 대해 ‘어떤 고민과 솔루션을 내놓을 것인가’가 중요한 상황에서 ‘구성원들만의 소통’ ‘우리끼리 논의’ 구도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독자와 뉴스수용자들을 만나서 그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저 역시 원론적인 수준에서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긴 합니다만 ‘기업 편향적’이고 ‘기득권 지향적’인 상당수 주류 미디어들과 ‘다른 차원’의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면 결국 독자들과 적극적 소통을 통해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상당수 레거시 미디어들은 대기업과 기득권을 바라보면서 일정 부분 생존할 수 있지만 진보 언론은 ‘상황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2020년 진보 언론의 위기가 가속화 될 것인지 여부는 결국 구성원들과 뉴스수용자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4) MBC 새 사장 선출 … KBS ‘개혁’은 어떤 모습으로 가시화 될 것인가
올해는 지상파에도 새로운 변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MBC는 지난해 말, 최승호 사장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요. 3월 즈음에 새 사장이 선출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저는 MBC 새 사장이 누가 되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선출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MBC사장 선출 방식의 변화는 MBC 향후 행보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만약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기존 방식대로 이사들이 권한을 행사해 사장을 선임한다면? 저는 이 자체가 후퇴라고 보진 않습니다만 ‘더 많은 MBC의 변화’를 기대하는 분들에겐 실망스러운 소식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방문진의 의사만 반영돼 선출된 사장이냐, 아니면 시민들과 뉴스수용자들의 의사가 일정 정도 반영된 사장이냐에 따라 MBC 보도와 프로그램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조만간 방문진이 이사회를 열어 시민 참여 방식 등을 포함한 사장 선임 절차를 논의한다고 하니 함께 지켜보면 될 것 같습니다.
KBS의 경우 최근 신뢰도 등의 지표에서 과거에 비해 상당 부분 나아진 결과를 보이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달 27일 공개한 ‘2019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결과를 보면 신뢰도와 영향력 부문에서 KBS가 1위를 기록했는데요, 그동안 다른 기관이 조사에서 JTBC 등에 상당히 밀렸던 ‘성적’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입니다.
특히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는 언론의 직접 소비자인 일반 국민 5천 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저는 의미가 좀 더 있다고 봅니다.
지표상으로 일정 부분 호전되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우려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내부 갈등’이 좀 더 표면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현재 KBS는 ‘출입처 중심 취재시스템’을 개혁하는 논의를 진행 중인데 구성원들간 이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BS의 ‘출입처 개혁 논의’가 일정 정도 성과를 내고 타 언론사에도 영향을 주면서 나름 상승 작용을 일으킨다면 별 문제 없겠지만, 저는 언론개혁에 대한 레거시 미디어들의 저항과 반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황을 단정할 순 없지만 경우에 따라 KBS 기자들이 ‘고립되는 최악의 상황’도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우려되는 건, 이 과정에서 그동안 숨죽였던 KBS내 ‘보수 세력’들이 노골적으로 저항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 여기에 ‘관행으로부터의 탈피’를 요구받고 있는 일부 구성원들의 불만이 묘하게 겹치면 갈등 양상이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양승동 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과 언론개혁에 의지를 가지고 있는 구성원들이 ‘예상되는 난관’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 것인가. 향후 KBS 행보에 있어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5) 종편 재허가에서 MBN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올해는 주요 방송사들의 재허가·재승인이 일제히 예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관심은 오는 11월로 기간이 만료되는 MBN이 재승인 심사에서 ‘통과’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MBN은 ‘자본금 편법충당’ 의혹이 제기됐고 경영진이 기소가 된 상황입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보도가 됐고, 제가 ‘2019년 언론계 결산’에서도 대략적으로 언급했는데요 내용을 간략히 인용합니다.
“2011년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할 당시 MBN은 최소자본금인 3000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은행에서 550억 원을 임직원 16명 명의로 차명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사도록 했습니다. 무슨 얘기냐? 종편을 출범시키기 위한 투자모집이 어려워지자 MBN이 외부 투자를 받은 것처럼 직원들을 동원하는 편법을 썼다는 말입니다.
이 자체도 심각한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MBN이 이 같은 사실을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현재 상황은 MBN에게 매우 좋지 않습니다.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감리위원회는 MBN의 행위를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을 냈고, 검찰은 지난(해) 10월 18일 MBN 본사를 압수 수색하기에 이릅니다.
전국언론노조 MBN지부가 지난(달) 26일 노보를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주요 임원 임명동의제 △노조 추천 사외이사 도입 등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자본금 편법 충당’ 혐의와 관련해 노조가 나름의 대안으로 최소한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장치를 사측에 요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2019년 언론계 결산’에서도 언급했지만 “과연 ‘이 정도’로 내년 재허가 국면을 MBN이 재승인 심사를 돌파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는 MBN의 방송법 위반 여부와 행정처분도 검토 중입니다. 어찌 됐든 2020년이 MBN에겐 최대 고비로 기록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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