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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콘과 삼성의 여성 노동자들(하)[독점연재]내가 겪은 23년, 삼성을 고발한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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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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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5.19  10:25:13
수정 2013.05.26  09: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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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노동 강도는 비단 임신한 여직원들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남자 직원들을 포함해 삼성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들의 문제였다. 회사는 생산량을 늘리고 이를 사장에게까지 보고하기 위해 특별 라인을 만들어 거의 날마다 밤 10~11시까지 일을 시켰다. 직원들이 일요일까지 쉬지 않고 일한 적도 다반사였다. 얼마나 잔업을 많이 했던지 기본급 100만 원이 조금 넘던 월급이 300만 원까지 올라간 직원도 있었다. 정말 일하기가 ‘징그러웠’다.

하루는 미혼이었던 제조그룹 남자 사원이 출근을 하지 않아 집으로 찾아가보니 화장실에 쓰러진 채 숨져 있었다. 돌연사한 것이다. 그렇게 일을 많이 했으니 몸이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 예전에는 공장 천정에 자재 운반 행거를 설치해 프론트와 백커버 CRT 등을 올려 운반했는데, 빨리 일하려고 자신의 라인 모델의 프론트 커버를 먼저 잡으려다 직원들의 손이 부딪쳐서 서로 얼굴 붉히며 싸우기도 했다. 정말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온 직원이 그렇게 일하느라 지쳐 있는데 회사는 작업 수행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레벨 시험을 만들었다. 한마디로 제조 직원들을 노동집단 체제로 만든 것이다. 게다가 4레벨에 도달하면 더 이상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는데 파트장은 또다시 직원들의 이름을 응시자 명단에 올렸다. 처음 시험 제도를 만들 당시에는 ‘자유의사에 따라 시험을 보게 하겠다’더니 어느새 강제 사항이 되어버린 것이다. 직원들이 응시하지 않으면 위에서 파트장을 닦달하니 그도 강제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다.

일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죽겠는데 연습까지 해가며 시험을 치려니 죽을 지경이었고, 특히 임산부들은 그것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렇다고 대단한 시험이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그저 백커버 씌우고, 스크류 체결하고, 품질검사하고, 박스를 포장하는 단순작업이었다. 아주 단순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임에도 시험을 치르게 하는 이유는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회사 측은 ‘한 사람이 빠지면 누구나 그 작업을 대신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 했지만 그 시험은 너무 사람들을 도구화시켰다. 이러니 사원들이 회사생활을 힘들어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과도한 업무량은 제조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제품기술그룹의 한 과장은 어느 날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는데 코피가 뚝뚝 떨어졌다고 했다. 출장 가는 사람들이 많아 열 명이 해야 할 일을 다섯 명이 하려니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에서 자신의 일을 바꿔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자네한테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하도 답답해서 누군가에게 털어놓아야 살 것 같네”라며 그는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내게 이야기했다. 일반 사람들이 삼성에 환호를 지르는 동안 삼성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은 하소연할 곳 없이 병들어 죽어갔던 것이다.

제조그룹을 비롯해 삼성전자 전체 현장에서 자살한 직원들도 여러 명 있었다. 삼성(삼성건강연구소)은 이런 죽음을 ‘빈번한 자살’이라고 불렀다. 기숙사에서 여직원이 자살을 하면 아침 출근 시간에 기숙사 옆을 지나가지 못하도록 직원들의 통행을 제한했다. 회사는 직원들의 자살 원인을 대부분 남자친구, 술, 가정 등 개인적인 문제로 처리했고, 직원이 자살했던 그 방은 다음 날이면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소리 소문 없이 치운 것이다. 회사를 다녔던 직원의 흔적이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게 이상했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2010년 천안에서 일어났던 김주현 씨 자살 사건도 내게 큰 충격을 주었다. 제조그룹 여직원들의 유산 문제에 비추어보면 그 사건 역시 삼성의 현장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노동 강도와 통제가 빚어낸 불행이었을 것이다. 주현 씨는 쉬지 못하고 하루 14~15시간씩 일했고, 화학약품을 많이 사용하는 LED사업부의 엔지니어였기 때문에 항상 피부병을 달고 살았다. 김주현 씨의 외견상 사인死因은 자살이었지만 어쩌면 실제로는 병들어 죽은 것인지도 몰랐다. 삼성 안에서의 죽음은 기흥 반도체 공정에서만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여러 형태로 삼성 계열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언론에서 홍라희나 이부진의 명품 패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나는 유산되거나 죽어간 여직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런 친구들의 희생으로 그들은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었다. 여성 노동자들의 유산 이야기들을 접하고 나는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결심하게 된 것이다.(다음편에 계속)

※ 외부기고는 ‘go발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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