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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콘과 삼성의 여성 노동자들(상)[독점연재]내가 겪은 23년, 삼성을 고발한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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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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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5.12  07:57:23
수정 2013.05.19  10: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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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서 2007년 사이 나는 중국 심천에 있는 폭스콘에 네 번에 걸쳐 출장을 다녀왔다. 폭스콘은 대만의 홍하이 그룹 소속으로 직원만도 100만 명이 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OEM 생산 업체였다. 심천에서는 24만 명의 노동자들이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IBM의 컴퓨터뿐만 아니라 소니, 노키아, 필립스, 삼성, LG 등의 제품을 만들고 있었다. 아침에는 출근하는 노동자들로 건물이 안 보일 정도였고, 공장이 하도 커서 먼 곳은 버스나 캐디카 모양의 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내가 갔던 곳은 삼성의 모니터를 만드는 이누룩스라는 컴퓨터 조립 회사였다. 삼성은 이누룩스에 ODM(제품의 디자인부터 개발, 생산 등 전 과정을 제조사가 맡는 방식)을 주었다. 이누룩스의 조립 현장에 들어갔을 때 나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 너무 더워서 숨이 턱턱 막히는 작업장에는 한 라인당 100여 명씩 직원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일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모니터를 만들면 한 명이 한 공정씩 담당하는 반면, 거기서는 한 공정에 네 명이 달라붙어 작업 중이었다.

라벨 붙이는 일은 물론 혼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검사도 서너 명이 함께하고 있었다. 관리 감독도 매우 심해서 공안(경비)들이 생산라인뿐만 아니라 화장실 앞에서도 직원들을 감시했다. 심지어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이동할 때도 검열을 했다. 폭스콘이 대만 계열 회사였기 때문에 관리자들도 대부분 대만 사람들이었다. 실적이 좋지 않은 여직원들은 동료 앞에 세워놓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기도 했다. 지금까지 폭스콘에서 자살한 노동자들이 15명이나 된다는데, 이런 숨 막히는 분위기가 그 이유인 것 같기도 했다.

그곳의 노동자들은 일이 밀리면 13일 동안 쉬는 날도 없이 일한 적도 많다고 했다. 점심시간이면 어린 여성 노동자들은 여기저기서 좁은 의자에 엎드려 쪽잠을 잤다. 피로가 그들 얼굴에 더덕더덕 내려앉아 있었다. 무더운 더위에 냄새 나는 열악한 환경에서 그렇게 자고 있는 어린 친구들을 보고 있자니 수많은 감정들이 일어났다 사라지곤 했다. 피로에 덮인 그들의 얼굴이 한국에 있는 삼성전자 VD사업부의 제조그룹 여직원들 얼굴과 겹쳤다.

“우리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냐고요!”

삼성 제조 여사원들은 이렇게 세상에 대고 몸부림치면서 절규하고 있었다. 제조그룹의 컨베이어 라인이 셀 라인으로 바뀐 뒤 일의 강도가 두세 배 높아지며 나타나기 시작한 모습이었다. 일이 너무 힘들어 유산하는 여성들도 많았다. 일부는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다가 하혈을 하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삼성 직원들이 대우받으며 일하는 것 같겠지만, 실제로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온갖 일들을 다 겪고 있었다. 유산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봐도 여직원들은 절대 이야기하지 않았다. 누구 하나 자신의 고통을 알아주거나 위로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아예 입을 다물었던 것이다. 하지만 차분히 달래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울음부터 터트렸다. 입을 떼기도 전에 서러웠던 일들이 북받쳐 울컥 올라왔던 것이다. 그 여성들을 보면서 나는 사실 큰 충격을 받았다.

이것은 IMF 이후로 변화된 삼성 내부의 모습이었다. 기존의 컨베이어 라인은 2005년 말부터 해외 공장과 수원 공장 모두 한두 사람이 제품 전 과정을 책임지는 셀 라인으로 바뀌었다. 쉽게 말해 기존의 컨베이어 시스템에서 한 제품을 생산하려면 약 100명 정도가 분업해서 스크류를 체결하고, 백커버를 씌우고, 검사를 했지만 셀 라인으로 바뀐 뒤에는 1~3명이 한꺼번에 그 모든 공정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요즘에는 그것도 생산량이 떨어진다고 10~20명이 하는 셀로 바꾸었다). 그렇게 하면 생산량이 훨씬 많아지는데다 작업량을 모두 수량화시킬 수 있었다.

라인 작업자 옆에는 아예 자동 바코드 인식 카운터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물건을 만들면 자동으로 바코드를 인식하여 작업자 앞 모니터에 등록되었다. 작업자별로 생산 수량이 모두 표시되니 사람들은 쉴 수가 없었다. 다른 동료보다 생산 수량이 적게 나오거나 불량 제품이 다수 발생하면 해당 관리자는 라인을 세워 작업자들을 모아놓고 질타를 했다. 한마디로 일 못하고 생산량이 떨어지면 회사에 찍히는 셈이었고, 그것이 고과(점수)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불이익을 받게 되었다. 하위고과인 D를 두 번 받으면 권고사직 사유가 되기 때문에 회사가 당장 해고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동료들은 카운터기 숫자를 올리기 위해 엄청나게 속도를 내야 했다. 그 카운터기 숫자가 그들은 얼마나 공포스러웠겠는가.

더군다나 회사에서는 임산부가 있는 라인이든 튼튼한 남자 직원이 일하는 라인이든 실적과 공수를 똑같이 관리했다. 임산부는 남자 직원들과 비교해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음에도 라인별로 경쟁을 시킨 것이다. 임신한 여사원들은 실적으로 ‘쪼니까’ 어쩔 수 없이 장정들의 속도에 맞춰 일할 수밖에 없었고, 안 잘리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열심히 일하다가 유산까지 하게 되었다. 쉬고 싶어도 자신이 쉬면 동료들이 힘들어지니 말은 못하고 그 높은 노동 강도를 다 받아들이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 (다음편에 계속)

※ 외부기고는 ‘go발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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