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노동자 박종태 “삼성23년, 녹 슬면 버리는 기계취급”

‘환상’ 출판기념회…“남은 동료에 전하는 말…삼성 변화 계기 되길”

삼성 해고자 박종태 씨 자서전 <<환상: 삼성 안에 숨겨진 내밀하고 기묘한 일들>>출간 ⓒ 박종태 씨 개인 블로그
삼성 해고자 박종태 씨 자서전 <<환상: 삼성 안에 숨겨진 내밀하고 기묘한 일들>>출간 ⓒ 박종태 씨 개인 블로그
“나는 나를 끌어내려는 그들에게 잠시 냉장고에 가서 약을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내가 있던 곳에서 냉장고까지는 2분이면 충분히 갔다 올 수 있는 거리였다. 그러나 부장과 과장 등 관리자들과 인사담당자, 경비원들은 그 작은 부탁마저 거절했다. 내가 현장에 있는 동료들에게 해고 사실을 알릴까 두려웠던 것이다. 대신 그들은 냉장고 안에 있던 온갖 물건들을 꺼내와 유리 자동문 앞에 내던졌다. 그 유리문은 현장 동료들에게로 가는 유일한 길이었는데, 내가 그들에게 가지 못하도록 그 앞에 물건들을 던져버린 것이다.” 

- 삼성 해고자 박종태 <<환상: 삼성 안에 숨겨진 내밀하고 기묘한 일들>>中 -

삼성 해고자 박종태 씨가 해고 통보를 받던 날, 사측 직원들을 뚫고 들어가 그의 동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그 이야기를 담은 책. 박종태 씨의 자서전 <환상: 삼성 안에 숨겨진 내밀하고 기묘한 일들>이 출간됐다.

29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건물에서 열린 <환상>출판기념회 및 기자회견 자리에서 박종태 씨는 “책은 비록 자서전 형태를 띠고 있지만 책 안에는 현재도 삼성에서 동료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 담겨 있다”고 소개하며 “넓게는 이 땅의 노동자들의 당면과제에 대해 정부가 필히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이 책을 쓰게 됐다”고 자서전 출간 이유를 밝혔다.

그는 “23년간 삼성에서 일하면서 상상할 수 없는 노동탄압과 인권유린 현장을 직접 보고 듣고 경험했다”면서 “일부 부도덕한 경영자들이 부하직원들을 목적 달성을 위한 말 못하는, 녹이 슬면 버리는 하나의 기계로 취급해 온 것을 봐왔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삼성을 떠날 때 가장 억울했던 것은 삼성에 대한 불신과 적을 머리에 두고 떠나야 하는 동료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박종태 씨는 출판기념회가 시작되기 전 ‘go발뉴스’에 자신이 알고 있는 삼성에 대해 책으로나마 알릴 수 있어서 조금은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직 내려놓지 못했다. 아직도 진행 중”이라며 “그러나 책이 나옴으로써 절반의 성공은 이뤘다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서 삼성 관련 투쟁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 삼성이 변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을 비롯해 노회찬 진보정의당 전 대표, 김상봉 전남대 교수,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권영국 변호사, 이상호 전 MBC기자,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 등이 축사자로 참석했다.

29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건물에서 열린 <환상>출판기념회 및 기자회견 자리에서 삼성 해고자 박종태 씨는 “책은 비록 자서전 형태를 띠고 있지만 책 안에는 현재도 삼성에서 동료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 'go발뉴스'
29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건물에서 열린 <환상>출판기념회 및 기자회견 자리에서 삼성 해고자 박종태 씨는 “책은 비록 자서전 형태를 띠고 있지만 책 안에는 현재도 삼성에서 동료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 'go발뉴스'
노회찬 전 대표는 “삼성이 헌법이 보장한 여러 질서를 수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법률 몇 가지 고친다고 해서 경제민주화가 이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삼성이 민주화 돼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삼성민주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직 이 땅의 사람을 위한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상호 기자는 “삼성과 싸워왔던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다. 대부분 정서불안 상태에 놓여 있었다”면서 “사람을 미치지 않게 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다. 언론이 이들이 말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실은 조금의 공간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공론장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삼성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시민단체, 노동계 등이 표적을 향해 연대하고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상봉 교수는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은 아니어도 집중된 힘을 모으는 방식을 만들어야 효과적이다. 표적을 향해 연대하고 집중하지 않으면 하나마나한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삼성카드 안 받는다는 스티커를 집앞에 붙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제는 삼성불매 운동을 시작해야 할 때”라면서 “실질적인 행동을 하지 않으면 삼성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쌍용차지부 이창근 기획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성 박종태 대리를 지지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박종태 씨의 자서전 출간을 축하했다. 그는 “심리전까지 동원하고 백혈병으로 사람이 죽어나가도 사람이 먼지 취급 당하는 삼성 노동자들을 이제는 우리가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라며 “박종태씨의 승리는 불가능? 아니다. 곧 승리가 도래하리라. 당신과 함께라면”이라고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삼성 해고자 박종태 씨는 198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3년 동안 일했다. 2007년 협의위원으로 선출 돼 삼성전자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싸웠으나 면직됐다. 2010년에서 회사에서도 해고됐다. 그 후부터 박종태 씨는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의 자서전 <환상>에는 박종태 씨가 삼성에 입사한 뒤 경험한 일들, ‘협의위원’ 시절 노동자들을 대표해 삼성과 싸웠던 이야기, 해고 후 복직 투쟁 등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박종태 씨의 자서전 <환상>은 현재 ‘go발뉴스’를 통해 독점 연재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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