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험지’서 4관왕…오동진 “한국사회와 미국정치가 답할 때”
봉준호 감독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른 것과 관련 경인일보는 11일 ‘험지’라는 제목의 만평을 실었다.
봉 감독이 보수적인 오스카의 벽을 뚫고 ‘백인 텃밭’ 험지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험지 출마 발언’을 연상케 하는 만평이다.
이선균씨는 전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호텔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저희가 넘지 못할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끝나고 보니 오스카가 선을 넘은 것 같다”고 극중 박 사장의 대사로 소감을 전했다.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영화에서 최우식씨가 ‘시험은 기세야’라고 했는데 아카데미 오스카야 말로 기세”라며 일명 ‘오스카 캠페인’에 대해 설명했다.
강 교수는 “봉준호 감독이 수상 소감 등으로 기세를 만들었다”며 “‘아카데미는 로컬 영화제다’, ‘1인치 장벽’ 등 영화에 대한 궁금증과 소문을 만들고 흥미로운 지점들을 만들어 갔다”고 분석했다.
또 “아카데미의 변신 시점과 맞아 떨어진 것도 절묘했다”며 “‘정치적인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이라고 해서 여성영화, 인종갈등 영화에 상을 주기도 하는데 이번에 봉준호 감독이었다”고 했다.
강 교수는 “봉 감독이 외부자의 시선에서는 자유롭게, 강렬하게 멘트를 던졌는데 아카데미 회원들이 반응을 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아카데미는 하나의 계기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며 “‘분명히 아카데미에 문제가 있다, 너무 폐쇄적이다, 외국영화들이 수준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우리가 너무 고집을 부렸던 것은 아닌가’라는 것(인식)이 형성되는 것 자체가 대단한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이에 김어준씨는 “트럼프 대통령도 기여한 바가 크다고 본다”며 “할리우드 주요 제작자나 스타들 중 진보적인 인사들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발언을 한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중심주의라고 공격 받는데, 알고 봤더니 자기들도 미국 중심주의였던 것”이라며 “그게 겹치면서 ‘우리는 좀 달라야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강 교수는 “그래서 ‘장벽’이라는 용어도 아주 절묘했다고 본다”며 “자막에 ‘1인치 장벽’이라는 표현을 굳이 썼다”고 공감했다.
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이라는 말을 되게 좋아하지 않는가”라며 “‘로컬 영화’도 그렇고 미국인들이 들었을 때 가슴 아파할 단어들을 곳곳에 넣었다”고 말했다.
관련해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페이스북에서 ‘봉준호 감독은 박근혜 시대가 지긋지긋해서 기생충을 만들었고 아카데미는 트럼프 시대가 지긋지긋해서 기생충에 상을 몰아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이제는 한국사회와 미국 정치가 답할 때”라고 정치권의 변화를 촉구했다.
오 평론가는 “한국사회는 극우 보수의 기득권 세력을 몰아 내야 한다”며 “또 기득권 체제의 ‘영화적’ 붕괴는 스크린독과점 금지 법안의 입법화”라고 말했다.
오 평론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좀 언급해줬으면 한다’며 ‘그래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의 행정 운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그것이 봉준호의 성취를 이어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 사회도 아카데미가 보여준 방향을 직시하고 수용해야 할 것”이라며 “트럼프보다 더 나은 지도자를 옹립하고 그가 취했던 미국 백인 중심의 사고방식과 온갖 차별 정책을 일소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평론가는 “일본 역시 아베가 만들어 낸 비정상의 사회 분위기를 뒤바꿀 필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오 평론가는 “이제 한국과 미국, 세계의 정치가 화답할 때”라며 “영화는 변했다. 정치, 니들은 어쩔 건데?”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