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바이러스인가? 조선일보의 ‘악의적’ 제목

[신문읽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미지 덧씌우기? … 노조 설립이 침투 경쟁인가

<한노총은 삼성화재, 민노총은 디스플레이… 삼성 침투 경쟁> 

오늘(4일) 조선일보 16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최근 삼성 계열사에서 잇따라 노조가 설립되고 출범되는 ‘상황’을 다뤘습니다. 조선일보가 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은 간단합니다. 다음과 같은 대목에 조선일보의 관점이 상징적으로 집약돼 있습니다. 

“양대 노총은 정규직 전환 근로자가 대폭 늘고 있는 공공부문을 비롯해 최근에는 ‘무노조’ 원칙이 무너진 삼성에서도 조직 확대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삼성 계열사 노조 결성 확대 … ‘한국노총과 민주노총간 세력 경쟁’으로 본 조선

사실 조선일보가 삼성에서 노조 조직과 결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안’을 다룬 것 자체가 이례적입니다. 

조선일보는 △삼성전자 노조가 지난달 29일 직원들에게 보낸 노조 가입 권유 이메일을 회사 쪽이 일괄 삭제해 논란을 빚은 내용 △여야 국회의원 43명과 시민·노동단체들의 ‘삼성준법감시위원회’ 비판 공동성명 등 삼성에 불리한 내용은 사실상 외면으로 일관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4일) 삼성에 노조 결성과 출범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안을 나름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하지만 역시 조선일보다운 기사를 배치했습니다. 

‘무노조 원칙’을 고수해 왔던 삼성에서 왜 이렇게 노조 결성이 늘고 있는지를 분석한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한국노총 vs 민주노총 세력 경쟁’을 주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그리고 양대 노총의 이 같은 경쟁이 앞으로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삼성 계열사의 노조 조직은 더 증가할 거라고 봤습니다. 

“지난해 말 사상 처음으로 민노총이 한노총을 제치고 제1 노총 자리를 차지하면서 양측의 조직 확대 경쟁은 불이 붙는 양상이다.”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삼성 계열사의 노조 확대 양상을 조선일보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조선일보의 ‘반노조’ 성향 알고는 있지만 … 노조 확대를 ‘침투’라니

저는 이런 분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찌 됐든 이런 식으로라도 삼성에서 노조 결성이 확산되고 있다는 ‘상황’을 보도한 조선일보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큰 기대는 안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기사의 제목 - <한노총은 삼성화재, 민노총은 디스플레이… 삼성 침투 경쟁>은 대단히 악의적이라고 봅니다.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 향상을 위해 노조를 조직하고 확대하는 게 어떻게 ‘침투’가 되는 걸까요? 마치 삼성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라는 ‘불순세력’에 의해 공격당하는 피해자처럼 묘사를 했습니다. 

해당 기사 본문에 ‘침투’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이 단어는 제목을 책임지는 지면 편집자나 데스크가 뽑은 단어로 보입니다. 

통상 ‘상식적인 언론’이라면 ‘삼성에서 노조 결성 확대 움직임’이라는 사실 위주의 제목을 뽑았을 겁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노조 확대=삼성 침투 경쟁’이라는 프레임을 제목에서 부각시켰습니다. 기사 본문에도 없는 표현까지 등장시키면서까지 말이죠. 

▲ <이미지 출처=YTN 화면 캡처>
▲ <이미지 출처=YTN 화면 캡처>

저는 지금 이슈의 블랙홀이 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부정적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이 같은 제목을 뽑은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금이 다른 시기도 아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시점이고 △바이러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 침투 경쟁’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연관성 때문입니다. 

지금 침투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연상이 되는지요. 게릴라? 불순세력? 바이러스? 판단은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자유에 맡깁니다만 노조 확대를 ‘침투’로 해석하는 조선일보는 정말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조선일보의 ‘반노조’ 성향을 익히 알고 있는 입장에서도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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