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가 어제(2일) 보도한 기사 제목입니다. 지난달 31일 정부가 마련한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중국 우한 교민 중 1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내용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지적한 문제는 대략 이렇습니다. △우한 교민 확진 환자의 경우 전세기 탑승 전에 실시되는 중국의 방역을 통과했다 △그리고 김포공항 도착 때 실시되는 검역까지 모두 통과했다 △그런데 귀국한 이후 확진 판정이 났다 △이와 같은 ‘무증상 입국자’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그런 다음 머니투데이의 결론은 ‘중국과 한국 방역이 뚫렸다’입니다.
▲ <이미지 출처=머니투데이 홈페이지 화면 캡처>
방역이 뚫린 게 아니라 격리 조치에 성공한 것
머니투데이 기사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이상한 프레임’을 작동시켰다고 봅니다. 해당 기사가 왜 ‘이상한 기사’인지, 더 정확히 말해 ‘이상한 제목을 달았는지’ 이렇게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게 좀 답답하네요.
우한 교민들을 국내로 이송하는 이유가 뭘까요? 정부가 우한 교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두 차례에 걸쳐 700여 명의 우한 교민을 국내로 이송할 때 ‘아무런 증상이 없는 교민’만 데려올 수 있었을까요. 그랬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제로’에 가깝습니다.
물론 상태가 심각한 사람은 전세기에 탑승할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탑승 전 별다른 징후가 발견되지 않은 교민의 경우 국내로 이송시키는 게 온당하죠. 그러기 위해 정부가 전세기를 마련한 것이구요.
하지만 국내로 이송하는 과정이나 이송된 후에 ‘증상’이 발견될 가능성은 있는 겁니다. 그럴 경우 방역당국의 관리 하에 격리 조치 및 치료를 받게 되는 거구요. 이건 당연한 과정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을 거면 굳이 뭐하러 700여 명의 우한 교민을 국내로 데려온 걸까요. 정부는 정부의 일을 한 것이고, 우한 교민 중에 ‘확진자’가 나와서 ‘제대로 격리 조치’를 한 겁니다.
그런데 머니투데이는 <‘무증상자’만 온다더니…우한교민 1명 확진, 中·韓 방역 뚫렸다>라는 제목을 뽑습니다. 이게 방역이 뚫린 건가요. 어떻게 이걸 방역이 뚫렸다고 볼 수 있는 걸까요.
저는 정부가 방역과 검진을 제대로 진행했고 ‘증상이 있는 확진자’를 발견해 ‘격리 조치’에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창밖 내다보는 우한 귀국 교민 어린이’ … 어떤 공익적 목적이 있나
지난달 31일 연합뉴스는 <창밖 내다보는 우한 귀국 교민 어린이>라는 제목의 사진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사진 설명은 이렇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 지역에서 철수한 한 교민이 (1월)31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도착해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 <이미지 출처=포털사이트 다음의 연합뉴스 31일 '창밖 내다보는 우한 귀국 교민 어린이' 기사 캡처>
연합뉴스는 해당 아이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했지만 ‘이 사진’이 어떤 보도 가치가 있는지 저는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저는 이 사진 한 장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적지 않다고 봅니다.
이 사진 한 장에 △우한 교민에 대한 불안한 시선과 구별짓기 △우한 교민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 증폭과 해소 등의 ‘문제’가 담겨 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결과적으로 ‘아이의 사진 한 장’에 불과하지만 보기에 따라 ‘지극히 무책임한 선정적인 보도’일 수 있다는 겁니다.
어제(2일) 한국일보가 <‘신종 코로나’ 보도 재난보도준칙에 준해 정확하게 전하겠습니다>라는 공지를 통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보도와 관련해 본사의 재난보도준칙에 준해 취재 및 편집 보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한국일보는 △책임 있는 기관의 공식 발표에 따르되 그 진위와 정확성에 대해서도 검증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 △현장취재는 정부기관의 대응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하겠다 △감염 피해자와 그 가족 등의 신상 공개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중을 기하고, 자극적이거나 불확실한 보도를 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내용입니다.
적어도 이 준칙에 따르면 제가 언급한 연합뉴스 ‘사진 기사’는 “감염 피해자와 그 가족 등의 신상과 관련해 자극적이거나 불확실한 보도”를 한 기사에 해당합니다. 확진자와 접촉자가 증가하고 불안감이 가중될수록 ‘중심’을 잡아야 하는 게 언론입니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불필요한 불안과 우려를 가중시키는 것도 자제해야 하지만 굳이 보도하지 않아도 되는 기사를 보도하는 것도 문제라는 얘기입니다. ‘재난보도준칙’ 다시 꺼내서 읽어봐야 할 언론 종사자들이 여전히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 1일 오전 우한 교민이 격리된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주변이 전날과 달리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방역과 경계근무가 이뤄지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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