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임을위한행진곡’ 묵묵부답에 5.18단체들 ‘불참’ 선언

“역사 지우기 한몫하려 해…‘朴 대통합’에 맞는 것인가”

5·18광주민주화운동 33주년 기념식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광주민주화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대해 국가보훈처는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5·18민중항쟁 33주년기념행사위원회, 5월 3단체 등 광주·전남 시민단체들이 기념식 불참을 선언하고 천막농성에 돌입할 계획을 밝혔다.

행사를 담당하는 위원회와 5월 당사자들의 기념식 불참이 결정되면서 반쪽짜리 기념식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 5·18기념곡 지정 촉구대회 ⓒ5·18 기념재단
'임을 위한 행진곡' 5·18기념곡 지정 촉구대회 ⓒ5·18 기념재단

앞서 지난 13일 5·18민중항쟁33주년기념행사위원회, 5월 3단체(5·18구속부상자회, 부상자회, 유족회), 5·18 기념재단, 광주진보연대 등 광주·전남 시민단체들은 국가보훈처에 15일 정오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민주화운동 33주년 기념식 제창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광주·전남 시민단체들은 아울러, 국가보훈처의 공식 답변이 없으면 기념행사 불참 및 천막농성 등 강력한 투쟁을 펼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가보훈처가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음에 따라 광주·전남 시민단체들은 행사위원회 차원에서 기념식에 불참하기로 합의했다. 또, 오는 18일 국립 5·18 민주묘지 앞에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사퇴와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 기념곡 지정을 촉구하는 천막농성과 침묵시위, 서명운동 등을 벌일 예정이다.

농성은 시민단체들의 특성에 따라 개별적으로 진행되며, 행사위는 천막농성에는 동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운태 시장과 지역국회의원 등 정치권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임을 위한 행진곡 대책위’는 16일 아침 대책회의를 열고 정부에 대해 기념식 제창을 재촉구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5‧18민주유공자유족회 정춘식 회장은 16일 ‘go발뉴스’에 “지금으로서는 기념식에 불참한다는 입장이고 천막농성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임을 위한 행진곡’은 먼저 가신 영령들에 대한 추모곡이다. 가사 내용은 보면 알 수 있다. 과연 이 노래가 어떤 역할을 하기에 못 부르게 하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정 회장은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기념식에 온다면 대 환영”이라면서도 “지금까지 불려왔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못 부르게 하는 것이 박 대통령의 대통합에 맞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정 회장은 아울러, “내일이 추모제이고 모래가 행사다. 오늘쯤이면 식순이 나와야 한다”며 “유공자를 위한 곳이 국가보훈처이니 만큼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 제창이든 합창이든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5·18단체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노래 한 곡 부르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며 “일부 세력의 5·18 역사 왜곡과 음해가 갈수록 심해지는데 보훈처마저 5·18을 상징하는 노래를 소외시켜 역사 지우기에 한몫을 하려 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 8일 새누리당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주제곡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8일 열린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과거 민주화 투쟁시절 저 자신도 하루에 몇 번씩 불렀던 민주화 투쟁의 주제가였다. 노래 가사 어디어도 반국가적, 친북적 내용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며 “오랫동안 불려왔던 노래를 왜 중단시켜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5.18 기념행사용으로 별도 노래를 제정하기 위한 예산이 책정돼 있다고 하는데 아까운 예산 낭비하지 말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식 주제가로 선정해 5.18 유가족과 광주시민들이 원하는 바와 같이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심재철 의원도 “애국가를 대신하고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겠다는 것이 아닌데 굳이 별도의 노래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에 김 의원의 말씀에 동의를 표시한다”고 거들었다.
 
같은 당의 하태경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taekyungh)에 “개천절, 한글날 등엔 모두 기념곡이 있다. 국가기념일인 5.18에도 기념곡을 둔다면 기존에 있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일 좋다”는 글을 남겼다. 다만, 하 의원은 “애국가도 부르고 이 노래도 부르는 것이다. 일부 좌파진영에서 애국가는 부르지 않고 이 노래만 부르는 것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하 의원은 “새누리당은 근대화뿐만 아니라 한국의 민주화도 포용해야한다”며 “만약 새누리당 자체로 5.18 기념식을 한다면 애국가에 이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같이 불렀으면 좋겠다. 새마을 노래는 새누리당 노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은 민주당 노래라는 이분법은 극복돼야(한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지난 1980년 이후 5·18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가 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기념식에서 계속 불렸으나 이명박 정부 이후 식순에서 빠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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