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단식 공감 안해” 67%...‘공감제로’ 민경욱은 “참 나쁜 사람들” 반발

[하성태의 와이드뷰]실정법도 무시하는 ‘단식농성’ 지지층만 공감…남은 출구는 병원행?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엿새째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가운데 25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새 천막을 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엿새째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가운데 25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새 천막을 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실장님 어려운 말씀 드려야 해서요. 알고 계신 것처럼 분수대 광장이 천막 설치가 불가한 지역입니다. 황 대표님의 힘든 상황과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있지만 그곳에서 오랜 기간 집회를 이어오시던 분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규정상의 문제가 있어서 경찰을 비롯해 실무자들도 고충이 크니 자진철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5일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휴대폰을 통해 김도읍 자유한국당 당 대표 비서실장에게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 내용이다. 청와대가 엿새째 이어가던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청와대 앞 단식 농성에 대해 임시 천막을 철거해달라는 의견을 전한 셈이다. 

이에 대해 김도읍 비서실장은 “제1야당 대표가 엄동설한에 목숨을 건 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화답은 없고 천막을 철거하라는 것이 과연 문재인 대통령의 뜻인지 알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연일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최고위원회를 개최하며 청와대를 압박 중인 한국당의 입장 역시 이와 대동소이할 듯하다. 2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한국당 의원 역시 텐트 철거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볼 때는 물론 뭐 법적인 절차로 본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정치적 입장을 본다면 야당 당 대표가 7일째 금식으로 단식을 하고 그 추운 날씨에 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그렇게 요청하는 자체가 틀렸다고 봅니다. 물론 뭐 법은 법대로 한다고 하지만 이것은 인위적으로 야당을 욕보이려고 하는 그런 무지한 행위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사진=자유한국당 제공, 뉴시스>
▲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사진=자유한국당 제공, 뉴시스>

그렇다면, 황 대표의 단식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은 어떨까. 25일 MBC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긴급 여론조사는 황 대표의 단식과 한국당의 청와대 압박에 대한 명확한 국민적 메시지를 반영하고 있었다. 

황 대표 단식에 ‘공감한다’는 28.1%, 한국당 지지율은 19.9% 

“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단식 투쟁에 공감하는지 물었습니다. ‘공감한다’ 28.1%, ‘공감하지 않는다’ 67.3%로, 부정 평가가 크게 앞섰습니다. 대구·경북을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60대 이상을 포함한 모든 세대에서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우세했습니다.”

이날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黃 단식 공감 안 해” 67.3%…“국정운영 긍정” 50%> 기사 리포트 중 일부다. ‘공감하지 않는다’ 67.7%란 수치보다 ‘공감한다’ 28.1%에 더 눈길이 간다. 

이는 전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11월 3주차 정당 지지율에서 나타난 한국당 지지율(30.3%)보다 낮은 수준으로, 일상적인 정기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한국당 지지율과 비교해 볼만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선 ‘잘하고 있다’ 50%, ‘잘못하고 있다’ 46%로 나타났다. MBC는 “이달 초 MBC 조사보다 지지 의견이 2.1%P 올랐습니다”라고 풀이했다. 정당별 지지율도 특기할 만 했다. MBC 리포트를 더 보자. 

“정당별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이 36.3%, 자유한국당 19.9%, 바른미래당 4.1%로, 이달 초보다 모두 하락한 가운데, 지소미아 종료를 강하게 주장한 정의당이 3.8%P 오른 11.6%를 기록했습니다.”

지지율이나 수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조사별 교차 비교도 세심함이 요구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나 정당별 지지율과 비교할 때, MBC의 긴급 조사 결과는 이것 하나는 확실히 확인시켜 주고 있다. 황 대표의 단식에 공감하지 않는 국민들이 비율이 70%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 전통적인, 굳건한 보수 지지층 혹은 극우 지지자들을 제외하곤 이번 단식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말이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황 대표의 단식 출구전략, 답이 없다?

“황교안 대표가 영하의 맨 길바닥에서 벌이는 목숨 건 단식에 대해 찬반을 묻는 설문을 돌리는 게 제 정신인가? 반대가 67%라고? 지금 제일 못하는 정부 고위 공무원 한 명 뽑아서 그 사람 무기징역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를 한 번 물어보시지. 그보다 더 높게 나온다는 데 500원 건다. 도대체 뭘 위한 설문조사인가? 황 대표의 단식이 몰고 올 폭풍이 무섭겠지. 아무리 그렇다 해도 참 나쁜 사람들이다.”

같은 날, 민경욱 한국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뉴스데스크> 방송 직후 올라온 글이었다. 황 대표의 단식이 몰고 올 폭풍이 무엇인지도 모르겠지만, 설문조사 결과를 두고 “참 나쁜 사람들”이라고 비판하는 저의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 여론을 겸허히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는 한국당의 일면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까.  

“문제는 출구 전략입니다. 황 대표가 철회를 요구하는 패스트트랙 법안은 국회에서 협상과 타협으로 풀 문제이지, 청와대를 상대로 한 단식농성으로 해결될 성격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당이 주최한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모 행사에서도 단식 대신, 희생과 감동을 보여줘야 한다는 쓴소리가 나왔습니다.”

26일 연합뉴스TV의 <황교안 단식, 결집력 높였지만…출구전략 고심> 보도 중 일부다. 결집력이라는 것도 극우보수 ‘집토끼’에 해당하는 것이겠지만, 당 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쓴소리가 나온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연 그런 목소리가 지소미아 유예도 본인 덕이라는 황 대표나 나경원 원내대표에까지 전해질까. 청와대 공격에 여념이 없고, 실정법도 무시하며, 여론조사 결과까지도 불신하고 비판하는 한국당 지도부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의도가 있는지 의구심만 키울 뿐이다. 그렇다면, 안타깝게도 황 대표와 한국당에게 남은 출구전략은 황 대표 본인의 병원 행 밖에 남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기사 내 MBC 여론조사는 23, 24일 양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5만5500명에게 유선 20%, 무선 80% 통화를 시도해 11.4% 응답률을 기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하성태 기자

고발뉴스TV_이상호의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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