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는 전혀 없는 질나쁜 소설, 그런다고 보수대통합이 쉽게 될까
“무엇보다 박근혜가 감옥에 있는 한 대한민국 정치는 과거에 발목을 잡힐 수밖에 없다. 내우(內憂)와 외환(外患), 안보와 경제 위기가 겹친 이 엄혹한 시기에 국격과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털고 미래로 갈 때가 됐다.”
박근혜, 또 박근혜다. 보수 통합 논의가 이뤄지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일간지 지면에 ‘박근혜’ 석 자가 출몰한다. 특히 보수 일간지의 칼럼 란은 ‘박근혜’가 뜨거운 이슈다. 18일자 <동아일보>의 박제균 논설주간은 <이제 박근혜를 말할 때 됐다>란 칼럼에서 보수 야권을 향해 적극적으로 ‘박근혜 카드’를 활용하라고 주문하고 나섰다. 바로 이렇게.
“그러기에 한국당의 황 대표부터 본격적으로 박근혜 석방을 말해야 한다. 청와대가 박근혜 석방을 총선 카드로 쓸지, 말지 눈치를 보는 듯한 태도로는 여권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황 대표가 먼저 박근혜 석방의 기치를 높이 든다면 여권의 총선 카드로서의 효용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가 주장하는 보수 통합도 박근혜 문제를 피하고서는 온전한 합의를 이룰 수 없다. 먼저 박근혜 석방론이라는 끈으로 묶어서 연대하고 다가온 총선에 임할 필요가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박 논설주간은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되면 그의 성격상 탄핵과 수감의 한풀이를 통해 보수 세력을 분열시킬 거란 관측도 많다. 과연 그럴까”면서 “소위 ‘선거의 여왕’이라는 박근혜가 자칫 좌파 장기집권의 초석을 깔아줄지 모를 중차대한 총선을 앞두고 보수 필패(必敗)의 길로 갈까”라며 ‘정치인 박근혜’가 총선 승리를 위해 도움이 될 거라는 추동을 숨기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을 ‘총선판’으로 끌어들이려는 보수매체의 훈계가 가히 찬란한 수준이다. <조선일보>를 대표하는 극우 논객인 김광일 논설위원은 22일 아예 <박근혜·문재인, 둘은 전쟁 중이다>라며 대결 구도를 만들기까지 했다. 여기에 더해, 여권 핵심부가 ‘박근혜 특사’을 고려 중이라고 적시한 ‘소설’까지 등장했다. 근거는, 물론 없다. 역시나 <조선일보>의 작품이었다.
질 나쁜 <조선일보>발 소설
“지금 여권 핵심부는 성탄절 특사(特赦) 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집행정지나 보석 조치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 임기 반환점을 돈 문 대통령이 국민 화합 차원에서 박 전 대통령을 풀어주겠다는 명분이다. 여론은 찬반으로 갈릴 것이다. 야권(野圈)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질 게 뻔하다.
문제는 이것이 석방 찬반 논란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과거 국정 실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은인자중한다면 파장은 덜할 것이다. 하지만 석방 후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며 정치 활동을 재개한다면 극도의 국론 분열과 정치적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조선일보> 25일자 <‘박근혜 수감 1000일’에 벌어질 일들>이란 칼럼에서 배성규 정치부장의 주장이다. 앞서 소개한 <동아일보> 칼럼에서 박제균 논설위원조차도 “자유한국당에서도 박근혜 사면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미약하다”며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물론이고 친박(친박근혜)들조차 공개적으로 박근혜 석방을 말하길 꺼리는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불과 일주일 전 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올 성탄절이 ‘박근혜 수감 1000일’이라며 여권 핵심부가 총선을 위해 ‘박근혜 특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벌어질 일들”이란 ‘소망형 칼럼’임을 숨기지 않은 채. 왜 그럴까.
“최근 유 변호사와 우리공화당 지도부는 보수 진영의 젊은 인사들에게 총선 출마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되면 공화당을 확대·재편한 박근혜 신당이 뜰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하다. 친박 핵심 인사는 ‘박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석방 후 ‘자성(自省)’보다는 독자세력화를 통한 '셀프 신원(伸寃)'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더구나 범여권이 추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독자생존은 더 용이해진다. 물갈이 과정에서 탈락한 한국당 현역들이 대거 박 전 대통령에게 몰려갈 가능성도 크다. ‘보수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야권으로선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되는 셈이다. 여권도 이를 노리고 있다.”
배성규 정치부장의 논리는 이렇다. 이미 구속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옥중 정치 중이다. ‘박근혜 신당’ 출범도 유력하고, 본인 의지도 강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이후 우리공화당과 같은 극우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보수 야권 분열을 원하는 여당도 이를 반긴다. 그런데, 근거는 전혀 없다. 질 나쁜 소설이 아닐 수 없다.
“폐업이 답”이라는 <중앙일보>, ‘박근혜 신당’ 위협으로 한국당 추동하는 <조선일보>
“한국당, 여전히 폐업이 답이다.”
23일 <중앙일보> 중앙콘텐츠랩 이훈범 대기자가 쓴 칼럼의 도발적인 제목이다. 이 대기자는 “8개월 전 한 말이지만 여전히 유효하다”며 일관되게 한국당의 폐업을 주장하고 있었다. 바로 이렇게.
“한국당은 문을 닫는 게 맞다. 태극기당이든 박근혜당이든, 네 개든 다섯 개든 쪼개져서 각자의 길로 가는 게 낫다. 그래서 눈치 보지 말고 오락가락하지 말며 선명하게 제 주장하는 게 낫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여전히 갈팡질팡 고민 중인 듯 싶다. 여권이 ‘박근혜 특사’를 검토 중이란 (최근 보도된 적 없는) 소설까지 들먹이며 ‘박근혜 신당’을 현실화하는 이유는 어렵지 않다. 위기의 한국당을 향한 채찍질 말이다. 그리하여 배 정치부장은 칼럼을 이렇게 끝 맺었다. 너무나 투명해서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결말이 아닐 수 없다.
“위기에 처한 한국당에 박 전 대통령은 최대 난제가 될 것이다. 한국당은 그 ‘1000일’ 이전에 선제적으로 인적 쇄신과 보수통합의 성과와 비전을 보여야 한다. 그것도 국민이 납득하고 박수 칠 만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박 전 대통령이 국민 시선을 붙잡고, 야권을 흔들 쓰나미가 되어 들이닥칠 것이다.”
이렇게 ‘박근혜 신당’ 출범을 강조한다고, 그런다고 위기의 한국당이,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스스로를 구할 수 있겠는가. 과연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일간지들이 이구동성 열망하는 ‘보수대통합’이 그리 쉽게 얻어질 것 같은가.
아이러니하게도, 그 통합의 열쇠를 옥중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이 잡고 있는 상황은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1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의 평가에 그 답이 있다. 씁쓸한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다. 보수 통합? 계속 그렇게만 해 주시라.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을 탄핵한 62명의 한국당 현역 의원, 특히 주동자들은 용서하지 않는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황 대표에 대해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우리공화당과 (한국당과의) 통합은 절대 어렵다.”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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