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딸 문다혜 씨 관련 사항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치적 이득을 노려서 대통령의 9살짜리 손주의 학적부까지 파헤쳐서 공개하는 것은 국민이 위임한 국회의원의 정상적 의정활동 권한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아무리 대통령을 공격할 소재가 궁하다 하더라도 어린 손주까지 뒷조사하는 것은 정치를 저급하게 하는 것이고, 비이성적이고, 비인간적인 행위다. 대통령의 가족 이전에 한 국민, 한 아동의 인권을 유린하고 아동에 대한 사찰 범죄행위에 가까운 것이다.”
30일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한 박광온 최고위원은 전날 곽상도 의원의 문재인 대통령 가족과 관련된 의혹 제기를 ‘비인간적’, ‘범죄행위’로 규정하며 ‘사죄’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은 유엔 아동 인권규약까지 거론했다. 곽 의원이 문 대통령 외손자의 학적부까지 확인하는 집요함을 보인데 대해 유감을 표시한 것이다.
“다른 건 다 놔두더라도 한 가지는 분명하게 지적하겠다. 유엔은 아동의 인권에 대해 특별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아동이 스스로 자기 권리를 방어할 능력이 아직 없는데다가 아동이 어렸을 때부터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환경 속에 자라면서 인권을 자신의 문제뿐만 아니라 남의 인권도 소중히 여기는 성숙한 성인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곽상도 의원의 행태는 국회의원 면책 특권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민 사생활에 관한 자료를 탐문하고, 취득하고, 공개하는 것은 국회의원 권한 밖이다. 세상에 국민의 일반적 상식을 뭉개고도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길은 없다. 더 늦기 전에 잘못을 인정하고 이 부분에 대해 명백하게 사죄하길 바란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곽상도 의원실이 학적정보를 받고자 담당교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아주 강압적으로 윽박질렀다고 한다”며 “일단 교육위에서 물러나고, 학적정보 취득과정에서 갑질과 법률 위반 여부는 없는지 철저히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상도 의원의 의혹 제기를 둘러싼 공방은 30일까지 계속됐다. 특히나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주요인물로서 공안검사 출신인 곽상도 의원의 이러한 행태에 분개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노 의원 역시 “시대가 어느 땐데 아직도 공안검사 출신으로 공작정치와 불법 일삼던 과거에 머물고 있나”라고 일갈했다. 전우용 역사학자 역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같은 논지를 폈다.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을 담당했던 ‘인권 유린 검사’의 본색”
“문대통령 딸이 아버지의 출마를 반대했었다는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가 ‘대통령 딸’이라는 위치를 부담스러워 했으리라는 건 ‘상식’으로 짐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의 해외 이주에 의심이 생기더라도, 먼저 상식으로 판단하고 다른 의혹거리가 생겼을 때 추적하는 게 정상적인 태도입니다.
자한당 곽상도 의원이 문 대통령 딸의 해외 이주를 ‘비리와 관련된 의혹거리’라고 제 맘대로 판단하고, 어린 대통령 외손자의 신상정보까지 공개했습니다.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을 담당했던 ‘인권 유린 검사’의 본색을 그대로 드러낸 행태입니다.”
▲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화면 캡처>
상식이 이렇게 어렵다. 어쩌면, 공안검사 출신인 곽 의원의 ‘상식’에서 대통령 가족의 해외 이주는 그 자체로 ‘비리’의 냄새를 풍겼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자기 눈높이에서 의심이 들면 인권이고 상식이고 안중에도 없이 파헤치고 폭로하는 그 습성이 2019년에도 먹힐 것이라 예상했다면 오판이다.
이건 사실 극우와 보수 사이를 오가는 자유한국당 전체의 습성이기도 하다. 대통령을 둘러싼 다수의 사안을 전직 대통령과 같은 잣대로 판단하다보니 이런 반인권적인 헛발질이 나오기 마련이다. 두 전직 대통령 가족 문제만 놓고 봐도 그러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 관련 의혹과 범죄 혐의라든지 비선실세와 친인척 관련 의문사까지 등장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추억’이 상식을 가리는 습성을 자꾸 소환하는 것이다. 전우용 역사학자의 곽상도 의원을 향한 일침은 그래서 더 새겨들을 만 하다. 이 폭로가 가리키는 반인권과 비상식이 곽 의원만이 아닌 보수/극우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상식’이 의심해야 할 건, 대통령 딸의 해외 이주가 아니라 저런 사람이 어떻게 아직 국회의원인가 하는 점입니다. ‘상식’의 기준을 바로 세우지 못하면, ‘모든 인간의 기본권’이 유린됩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사건의 음습한 그림자
또 하나 지적할 것은 곽 의원의 얼토당토않은 논리였다. 29일 곽 의원은 “자녀의 교육문제로 해외로 이주한 것이라면 대한민국 교육제도에 흠결이 있다는 것이고, 생업에 종사하기 위해 해외 이주한 것이라면 현 경제상황에 대한 불만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이건 ‘무조건 불만’을 만들어내기 위한 창조적인 문제제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 자녀의 해외 이주가 정확히 어떤 이유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문제’와 ‘불만’이라 단정한 뒤, 교육제도와 경제상황에 대한 불만이라 어깃장을 놓는꼴이라니. 뒤집어 보면, 가히 ‘이래도 간첩, 저래도 간첩’이란 비상식적인 논리로 공안 사범들을 조사하고 구형을 했을 공안검사의 맨얼굴이 떠오르지 않은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를 추적한다며 불법·탈법을 일삼던 과거 (박근혜) 정부 공작정치의 음습한 그림자가 떠오른다.”
29일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내놓은 반박 중 일부다. 적극 공감한다. 부디, 곽 의원과 자유한국당은 과거 논리, 이전 기준으로 이 정부를, 현 한국사회를 판단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 드린다. 박근혜 정부의 종식과 함께 박정희 시대와 결별한지 얼마나 됐나. 촛불혁명은 그러한 한국사회의 퇴행을 막기 위한 국민들의 저항 아니었나.
니가 모시던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어디에서 고생하고 있냐?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애잔하다며 이중성을 드러내도 무방한 그곳에서 영면하시기를 바란다? 굳이 다혜씨 부부 이주 지역을 아세안이라고만 밝힌 이유는 경호문제 때문이란다? 국회 본회의 불참하고 운영위 예산으로 공짜 해외관광에 혈안이 됐던 양심불량자가 감히 대통령 가족의 안위까지 위태롭게 하고 있다.신고 | 삭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