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연구원은 600일간의 대통령 일정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과 전수 조사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특별한 분석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미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들께 공개한 일정을 입맛대로 통계 왜곡한 것에 불과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부에서 상당수 비공개였던 대면보고, 접견 등의 일정을 원칙과 기준에 따라 공개해 왔습니다. 공개된 일정을 악용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여의도연구원이 발표한 내용은 공개된 청와대 일정을 가지고 통계를 왜곡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결과로, 공당의 연구소가 사실상 가짜뉴스의 생산지가 되어버린 꼴입니다.”
28일 청와대가 김의겸 대변인 명의로 낸 논평이다. 최근 자유한국당 부설 여의도연구원이 내놓은 대통령 일정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두고 정치적 주장을 위한 사실 왜곡과 자의적 해석이라 적극 반박한 것이다. 이 분석에서 여의도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을 ‘방콕 대통령’이자 ‘혼밥 대통령’이라 규정한 바 있다.
즉각 반박이 쏟아졌다. “방콕 대통령? 그럼 아예 집무실에도 안 나오고 침실에 숨어서 대면보고도 안 받던 박근혜는요?”라고 반문한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이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28일 “관저 정치에 빠져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눈 뜨는 곳이 곧 집무실’이라며 옹호하고 나섰던 자유한국당이 이제 와서 ‘방콕’ 운운하는 것은 또 다른 코미디일 뿐”이라며 “가짜뉴스 유포에 나선 박성중 의원과 자유한국당은 국민 앞에 정중하게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 분석을 주도한 한국당 홍보위원장 출신 박성중 의원의 주장은 어땠을까.
▲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빅데이터로 분석한 문재인 대통령 600일 분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방콕 대통령’, ‘혼밥 대통령’ 논리 들어보니
“방콕 대통령이라고 우리가 강조한 것은요. 청와대에서 공개한 일정 2,144건 중의 1,611건. 75%가 청와대에서 이루어진 일정이었습니다. 실제 지금 경제 현장이라든지, 굉장히 어렵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서 교육 현장이라든지, 미세먼지라든지, 굉장히 어려운데, 청와대 내에서 75% 머물러 있고, 또 15%는 해외에 가 있습니다.
그러면 90% 가까이가 전부 청와대 아니면 해외에 있는 겁니다. 10%만 국내 행사라든지, 현장에 가는 겁니다. 그래서 굉장히 현장이 아닌, 청와대 내부의, 청와대에 방콕해서 정치하는, 보고서를 받는, 보고서 위주로 정치하는, 그런 대통령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차원에서 저희들이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날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한 박성중 의원은 문 대통령 일정 중 75%가 청와대에서, 15%가 해외순방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지금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죽는다고 난리고, 고통스럽다고 난리인데, 현장으로 가지 않고, 보고서만 가지고 하면, 결국 우리 국민은 어디로 가야 합니까?”라고 반문했다. 이 보고서가 걸고넘어진 것은 또 휴가 날짜와 북한 관련 일정이었다.
“그런데 600일 중의 160일이 비어있습니다. 물론 저희들 휴일이라든지, 법정 공휴일은 어느 정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600일 중에 1/4이 넘는 일정이 비어있다는 것은 이것은 문제가 있다. 대통령은 휴일에 쉬라고 한 것 아닙니다. 세계 각국의 대통령과 경쟁하는, 치열한 국제 경쟁의 장입니다. 대통령이 쉬면, 대한민국 전체가 문제가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북한 일정은 분 단위로 쪼개져 있습니다. 방금 이야기한 청와대 일정은 자기들의 변명일 뿐입니다. 청와대 홈페이지 상에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정말 그게 중요하다면, 홈페이지에 나타나고, 거기에 대한 대상,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이런 내용들이 간단하게 적혀 있어야죠. 그만큼 대통령이 어떤 경제 관심사보다 북한에 훨씬 관심이 있으니까 밑에 비서관이라든가, 행정관이 알아서 그렇게 기록해놓은 것 아닙니까?”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월19일 밤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경축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에 입장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발언 하나 하나가 주옥같다. 관저 집무 등을 포함 청와대에 일정이 집중돼 있다는 비판은 자유한국당이 지닌 트라우마인 ‘박근혜 포비아’를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박근혜 정부 시절 잘잘못으로 가늠하려는 습성, 즉 집요하게 ‘이전 정부에서 관저 집무가 문제시됐으니 니들은 다른가’라고 물고 늘어지는 습성이라 할 수 있다.
휴일 통계 역시 어불성설이긴 마찬가지다. 박 전 대통령은 출근도 하지 않고 일정도 공개하지 않아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이는 까맣게 잊은 채로 ‘휴일에도 일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박 전 대통령이 지탄받은 것은 ‘세월호 7시간’을 포함해 평일에도 일하지 않아서이지 휴일에 일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반대로, 전 세계적인 관심사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된 일정을 세세하게 기록하는 것은 청와대의 ‘서비스’에 가까워 보인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의 관심사가 북한에만 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왜 현장에 가지 않느냐”는 타박과 무엇이 다른가. 그렇다면 문 대통령이 하루가 멀다 하고 대구 ‘서문시장’ 방문 등 ‘포토제닉’에만 열을 올렸던 박 전 대통령의 그 보여주기식 국정운영을 답습이라도 해야 한단 말인가.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저희가 확인한 숫자와는 달랐습니다. 600일 중에서 대통령의 일정이 전혀 없었던 날은 119일입니다. 그리고 이 119일이 어떤 날인지도 따져봤습니다. 주말과 공휴일·휴가일이 107일,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주중에 공개 일정이 없었던 날은 12일인 셈입니다.”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28일 JTBC <뉴스룸>은 팩트체크를 통해 여의도연구원의 이러한 분석을 비판조로 다뤘다. 오죽했으면, 손석희 앵커는 “중요한 것은 그러면 어떤 일정을 통해서 어떤 성과를 냈느냐 하는 것”이라고 사족을 달았을까.
그나마 휴일 날짜도 160일이라던 여의도연구원의 분석과는 달랐다. <뉴스룸>은 여의도연구원과 마찬가지로 청와대 홈페이지와 함께 언론 기사와 사진, 영상 등을 빠짐없이 체크했다고 밝혔다. 관점에 따라, 의도에 따라 160일이던 휴일이 119일까지 줄어 든 것이다. 그렇다면 전현직 대통령 중 일정이 가장 적은 이는 누구였을까. 자유한국당은 아마도 이에 대해 먼저 사과 혹은 답을 내놔야 할 것 같다.
“일단 일정이 가장 많은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600일동안 515일간 공개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그 다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501일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481일, 반면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일정은 눈에 띄게 적었습니다. 공개 일정이 399일이었습니다. 공개 일정이 없는 날이 201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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