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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씨 죽음’ 이 하청업체 안전교육 미비 때문?[신문읽기] ‘위험의 외주화’ 대신 ‘안전점검’ ‘안전교육’ 강조한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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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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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17  08:52:57
수정 2018.12.17  09: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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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만나자고 할 때는 안오더니, 사람이 죽어야 오나”> 

조선일보가 지난 14일 ‘온라인’에서 보도한 기사 제목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중 사고로 숨진 고(故) 김용균 씨 빈소에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보내 조의를 표하자 김씨 동료 등이 항의했다는 내용입니다. 

기사 자체는 문제 될 게 없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이런 기사를 쓸 자격이 있는가? 이 문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해당 기사는 ‘김용균씨 사망’과 관련해 조선일보가 보도한 첫 기사이기 때문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조선비즈 기자가 ‘청와대 비판’에 초점 맞춰 온라인에서 처음으로 보도

이런 얘기까지 하고 싶진 않지만, 해당 기사는 ‘조선일보 기자’가 아니라 ‘조선비즈 기자’가 썼습니다. 누가 썼는지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 이렇게 반론을 펴실 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위해 이것 하나만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조선일보가 사고 발생(11일) 이후 어제(16일)까지 보도한 김용균씨 사망 관련 기사는 <“대통령 만나자고 할 때는 안오더니, 사람이 죽어야 오나”>라는 기사가 사실상 전부였습니다. 

그것도 ‘조선비즈 기자’가 온라인으로 작성했습니다. ‘본지’ 지면에선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김씨 동료가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자 ‘그것에 초점을 맞춰’ 기사를 냈습니다. 조선일보의 관심은 ‘김용균 씨의 안타까운 죽음’에 있는 게 아니라 ‘김씨 동료의 문재인 대통령 비판’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선일보의 ‘반노동주의’와 ‘극단적인 정파주의’가 얼마나 심각한지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어이가 없는 건, 비정규직 죽음조차 ‘정치적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던 조선일보가 오늘(17일) 지면에서 드디어(!) 사실상 첫 보도를 했다는 겁니다. <사망사고 태안火電 하청업체,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없었다>(12면)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하지만 초점이 묘합니다. “김씨의 사고를 두고 운영사와 하청업체에서 안전 점검을 부실하게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체의 안전교육이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와 같은 부분을 주목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오늘자(17일) 지면에서 ‘김용균씨 사망’ 기사 처음 보도한 조선일보…반쪽짜리 보도에 그쳐

이른바 ‘안전점검과 안전교육 미비가 문제’였다는 식으로 보도한 겁니다. ‘위험의 외주화’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나 한국서부발전의 사고 은폐의혹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습니다. 

이뿐인가요. 주말 동안 ‘새로운 의혹들’이 불거져 나왔지만 조선일보 지면엔 관련 기사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동안 침묵을 지켰던 동아일보도 오늘자(17일) 16면 <또 컵라면… 반복된 비정규직의 비극>이란 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동아일보 보도 내용, 잠깐 볼까요. 

“15일 공개된 김 씨의 유품에선 끼니를 때울 컵라면 세 개와 과자 한 봉지가 나왔다. 김 씨는 평소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위험한 곳에서 작업을 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구의역 안전문 수리 중 전동차에 치여 숨진 김모 군(당시 19세)의 유품에서도 컵라면이 나왔다. 어둠 속에서 작업을 하기 위해 김용균 씨가 직접 산 손전등은 고장 난 상태였고, 사고 당시에는 휴대전화 조명으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중략) 

김 씨는 혼자서 컨베이어벨트 6km가량 구간을 점검하는 일을 했다. ‘설비 순회점검 구역 출입 시 2인 1조로 점검에 임한다’는 한국발전기술의 내부 지침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벨트에 설치돼 있는 ‘풀코드(정지) 스위치’도 혼자서 작업하고 있을 때에는 누를 수 없는 구조다. 

또 전국공공운수노조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이 11일 오전 5시 37분경 서부발전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서부발전은 오전 6시 30분경부터 약 80분간 김 씨가 사망한 컨베이어벨트에서 1m가량 떨어져 있는 벨트를 돌렸다.” 

김용균 씨 유품 공개된 이후 침묵하던 동아일보도 보도

김용균 씨 생전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됐고, 공공운수노조는 김씨의 유품을 공개했습니다. 부족한 식사 시간 탓에 늘 끼고 살았던 컵라면과 과자, 샤워용품 등이 포함되면서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동안 김용균씨 사망과 관련해 제대로 거의 침묵으로 일관한 동아일보지만 적어도 오늘자 지면에선, 다뤄야 할 내용은 다뤘습니다. 뒤늦긴 했지만 그나마 ‘압축적으로 짚어야 할 건 짚었다’는 얘기입니다. 

   
▲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도중 숨진 김용균씨의 유품. 김씨가 끼니를 대신한 컵라면과 과자 등이 15일 발견됐다. <사진제공=민주노총, 뉴시스>

실제 오늘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이 김용균씨 사망과 관련해 후속 기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8면 전면을 할애해 ‘위험의 외주화’와 ‘김용균씨 사망 후속기사’를 다뤘고, 한겨레는 <김용균씨 업무는 ‘불법파견’…발전5사도 알고 있었다>는 기사를 1면에 실었습니다. 한국일보는 <컵라면 유품마저... 구의역 김군과 똑같았다>는 제목으로 12면에 관련 기사를 배치했습니다. 

국민일보 역시 12면에 <하청·비정규직·청년에게 떠넘긴 위험… 죽어 나가는 김군들>이라는 기사를, 세계일보도 10면에 <“꽃다운 나이에 가다니… 비정규직 노동자는 사람 아니냐”>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중앙일보는 <하청직원 숨진 태안화력 컨베이어, 두달 전 안전검사 합격>이란 기사를 16면에 배치했습니다. 

특히 오늘(17일) 서울신문은 1면 <시신 수습 뒤로한 채 ‘벨트’ 재가동>에서 “지난 11일 새벽 3시 23분에 김씨의 시신이 발견됐지만, 발전소 측은 새벽 5시에 원청 감독관 등을 호출해 바로 옆 벨트를 재가동하려고 점검에 나섰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서부발전이 시신 수습보다 벨트 재가동에만 전념했다는 의혹을 비중있게 보도한 겁니다. 그리고 3면 전체를 할애해 ‘위험의 외주화’ 문제의 심각성을 조명했습니다. 

이번 사고가 하청업체가 안전교육을 하지 않아서 발생했다? 조선일보의 ‘해석’ 

하지만 오늘자(17일) 지면에 ‘김용균씨 사망’ 기사를 처음으로 보도한 조선일보는 ‘위험의 외주화’와 관련한 부분이 ‘단 한 줄’도 없습니다. 

조선일보가 이번 사고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는 <사망사고 태안火電 하청업체,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없었다>라는 제목에서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하청업체가 안전교육을 제대로 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취지의 제목이기 때문입니다. 

‘위험의 외주화’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점은 언급하지 않은 채 ‘하청업체의 안전교육’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비슷한 사고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왜 사망에 이르렀는지, 사고 발생 이후 한국서부발전의 은폐 의혹 등은 조선일보 기자들 ‘눈’엔 보이지 않나 봅니다. 

다른 기자들 눈에 잘 보이는데 왜 유독 조선일보 기자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걸까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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