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권 있지만 접근 어렵다’ 민원… 文대통령 “잘 살펴보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전투표를 마치고 나오면서 ‘장애인이 투표할 때 겪는 불편함을 해소해 달라’는 장애인단체의 민원을 직접 청취했다.
8일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오전 8시40분 청와대 인근 삼청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 투표소에서 투표했다.
이날 발달장애인 단체 회원들은 ‘읽기쉬운 선거공보물을 제공하라!’, ‘장애인의 참정권이 사라졌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없습니다. 수어통역사도 없습니다’, ‘발달장애인도 대한민국의 유권자이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문 대통령을 기다렸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투표를 마친 문 대통령은 이들에게 다가가 “누가 설명을 좀 더 해달라”고 말을 건넸고, 장애인의 평등한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사전투표소 3500곳 중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600곳이나 되고 수어통역사도 배치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배치된 곳은 300곳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또 “공직선거법에 발달장애인에 대한 내용이 없어서 발달장애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공보물을 전혀 받을 수 없다. 투표용지도 글씨로만 되어 있고 얼굴이나 사진이 들어가 있지 않아 내용을 알고 투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에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 QR코드를 음성으로 넣는다”며 “그것처럼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수어 QR코드를 의무적으로 넣고, 발달장애인을 위해서는 쉬운 공보물을 QR코드처럼 선관위에서 해주지 않으면 힘이 없는 정당의 공약을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의 민원을 경청한 뒤 “무슨 말씀일지 잘 알겠다. 잘 살펴보겠다”며 “실제로 투표권은 있어도 접근하기가 어려워서, 투표용지에 기입하기가 어려워서 사실상 참정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다, 이런 말씀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언론 <비마이너>에 따르면, 이후 한국피플퍼스트 소속 발달장애인 활동가들은 청와대 인근 종로장애인복지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요구와 함께 “발달장애인의 비밀투표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사적인 관계에 있는 부모·사회복지사 등이 아니라 공적 조력인을 투표소마다 배치해 자의로 투표할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시각장애인과 신체에 장애(발달장애 포함)가 있어 혼자서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의 경우, 보조를 위해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명을 동반할 수 있다.
실제 이날 사전투표를 위해 마포구의 한 주민센터를 방문했을 때 사회복지사와 함께 대기 중인 발달장애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기표소에 사회복지사와 함께 입장했고, 그의 도움을 받아 도장을 찍었다.
김정훈 한국피플퍼스트 전국위원장은 “공직선거법에는 발달장애인 선거 접근권을 위한 어떠한 편의제공도 명시되어 있지 않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우리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한다”며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해 선거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