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들이 대선토론회 수화통역 제공 방식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재는 수화통역사 1명이 사회자를 비롯해 후보자 5명을 커버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일과 23일, 24일 세 차례 진행된 대선후보 방송토론회에서 수화통역을 맡은 조성현씨는 수화통역 뒤 “실신 직전까지 갔다”고 토로했다.

장애인 전문언론 <비마이너>에 따르면, 조씨는 “토론자들은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는데 전 2시간 내내 엉덩이 한번 들지 못하고 앉은 채 떠들어야 하니 토론회가 끝나면 속옷까지 다 젖는다”고 말했다.

수화 화면이 지금보다 커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수화통역 크기는 화면 6분할 시, 후보자 얼굴 사이즈와 동일하다. <비마이너>는 “수화화면이 너무 작아 정작 농인은 수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이를 빗대 한 농인은 ‘수화통역사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몰라볼 정도’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에 장애인인권단체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청각장애인들의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며 수화통역제공시스템 개선을 요구했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는 “이번 대선은 종전과 달리 준비 기간이 짧아 방송토론에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지만 수화언어 통역 제공 문제로 청각장애인 유권자의 권리가 박탈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선거방송토론 후보 1명당 수화통역사 1명을 화면에 배치하되 여러 사람 출연시에는 수화통역사 3명을 한 화면에 동시 배치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수화통역사가 등장하는 창을 전체 화면의 6분의 1 수준으로 확대하고 각 방송사마다 토론 중계시 통역인을 각각 배치할 것도 요청했다.

더 나아가 대선 이후 모든 방송사에 적용될 ‘선거방송 수화통역 지침’을 만들고 공직선거법상 임의로 규정돼 있는 수화통역 제공을 의무 규정으로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SNS상에는 수화통역시스템 개선을 촉구하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개설되기도 했다.

<소리를 보고싶당>이라는 이름의 이 페이지는 “미국은 사회자, 대통령 후보자 한명마다 수화통역사가 있다”며 “하지만 한국은 사회자 1명, 후보 5명의 토론을 통역하는 수화통역사는 1명”이라고 꼬집었다.

페이지는 “긴 시간동안 화장실도 못 가고, 물도 못 마시고 심지어 두세 명이 동시에 말할 때는 제대로 된 통역을 하기 힘들다”며 “방송 기술이 문제라면 대통령 후보자 옆에 수화통역사를 배치 해달라”고 제안했다.

이어 “라이브 방송이 힘들다면 각 방송사 홈페이지와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지금 영상처럼 제공 해달라”며 사회자와 후보자 5명 개개인의 수화전담창이 표시된 영상을 공개했다.

한편, 지난해 말 ‘박근혜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 참여한 한 농아인도 이와 관련한 속 이야기를 시민들에게 털어놓은 바 있다.

당시 농아인 김세식 씨는 “촛불집회에 수화통역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4번째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문을 열고는 “수화창이 작아질수록 세상과 단절되는, 숨통이 조여 오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달라. 국민 한 사람도 소외 받지 않는 광장에서 ‘이게 진짜 나라다’라고 외치고 싶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