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자살’에 전·현직 종사자 증언·제보 후폭풍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의 입점업체 여직원 투신 사건 이후, 백화점 측이 ‘협박성’ 함구령을 내린 사실이 알려지며 억눌려왔던 전·현직 종사자의 증언과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29일 <노컷뉴스>는 ‘슈퍼 을(乙)’ 입장에 억눌려온 백화점업계 전·현직 종사자와 그 가족들의 분노에 찬 증언과 제보들이 언론사와 온라인 공간에 쏟아지고 있다며 ‘함구령’이 무색해지고 있는 건 물론, 다수 네티즌들이 불매 운동까지 제안하고 나서면서 백화점 측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라고 보도했다.
<노컷>은 전·현진 종사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대형 백화점이 “매출 목표량을 채우라”며 입점업체 직원은 물론 가족이나 친구 카드로까지 결제하도록 ‘가매출’을 강요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보도했다.
롯데와 신세계백화점에서 숙녀복 매니저로 일했다는 A씨는 <노컷>에 “가족들이 돈 벌러 다니는 게 아니라 카드 찍으러 다니느냐고 할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매출이 잘 안나오면 백화점 측이 본사에 전화해 ‘매니저 바꾸라’고 압력을 넣는 건 기본”이라며 “죽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 게 나뿐만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의류회사에 근무하는 매너저 B씨는 <노컷>에 “(매니저 당시) 내가 5년간 가매출로 찍어준 금액이 2억 원가량 될 것”이라며 “연봉은 2000만 원도 안 됐는데 카드값이 4000만 원쯤 나와서 신용카드사 VIP가 되기도 했다”고 했다.
또 다른 매니저 C씨는 <노컷>에 “해당 층별로 담당 과장이 있는데, 매일 저녁 영업이 끝나면 점장(임원)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거의 초주검이 되어온다”며 “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각 층의 입점업체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부인이 백화점 매니저라는 D씨는 <노컷>에 “백화점 측은 항상 ‘이번 달에 매출 얼마 할 거냐고 묻는다’”며 “이때 ‘5000(만 원)’이라고 하면 해당 층 관리자가 ‘6000(만 원)하라’고 강요하는 식”이라고 했다.
결국 종사자들은 1000만 원 넘는 가매출을 찍게 되면서 빚이 늘어나는 것이다.
친구가 백화점 매니저라는 E씨도 <노컷>에 “친구가 압박을 많이 받길래 내 카드로 가매출을 여러번 끊어준 적이 있다”며 “자살 사건도 여러 번 있던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컷>은 입점업체 직원들을 극단으로 내모는 건 비단 ‘가매출’뿐이 아니라며 백화점 관리자들의 인격 모독과 연장 노동 강요 역시 다반사라는 게 종사자들의 증언이라고 밝히며 관련 인터뷰를 실었다.
백화점 매니저 F씨는 <노컷>에 “일부 백화점 관리자는 이근안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정신 고문 기술자’란 얘기가 업계에 파다하다”며 “얼마나 출세하겠다고 손윗 사람들을 그렇게 쪼아대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한 달 전쯤 백화점 매니저를 그만뒀다는 G씨도 <노컷>에 “주말 평일 상관없이 하루 500만 원씩 매출을 찍으라고 강요했다”며 “밤 10시 이전에 귀가하는 건 엄두도 못 냈다”고 했다.
이 밖에도 <노컷>은 백화점이 ‘고객 초대 행사’라며 몸값 비싼 연예인을 불러도 그 비용 부담이 고스란히 입점업체들에게 전해졌다는 증언도 함께 보도했다.
매니저 A씨는 “보통 연예인을 부르면 한 시간에 1000만 원씩 주는데, 백화점은 브랜드들이 내게 한다”며 “고객들 식사까지 전부 우리 몫이었다”고 했다.
<노컷>은 ‘슈퍼 갑(甲)’인 대형 백화점의 횡포는 비단 롯데백화점만이 아니라며 업계 종사자들의 인터뷰도 내보냈다. 또 다른 백화점 매니저 H씨는 “백화점 3사끼리는 매출을 못 채우는 직원들의 블랙리스트까지 공유하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안다”며 “일종의 담합 아니겠냐”고 했다.
종사자들의 잇따른 증언과 분노에 백화점업계는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롯데백화점 측은 <노컷>에 “(여직원 투신 사건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자살 동기 등에 대한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공식 입장 발표를 미루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