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성 헌법재판관이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에 따라 박한철 전 소장 퇴임 이후 김이수 전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 동의 부결 등을 거치며 이어져왔던 헌법재판소장 공백 문제도 해결국면을 맞게됐다.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순조롭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이진성 재판관을 지명했다”며 “이 후보자는 그동안 권력으로부터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내용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는 등 국민의 기본권과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헌법재판소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후보자는 김이수 재판관 다음의 선임재판관일 뿐 아니라 법관 재직 시 법원행정처 차장, 각급 법원장을 거치는 등 풍부한 행정경험이 있기에 장기간의 소장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현 헌법재판소를 안정적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헌법재판관으로서 이 후보자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이와 관련,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진성 재판관은 사회적 약자 배려와 시민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했으며 법원 요직을 두루 거친 합리적인 분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며 “문 대통령이 이 재판관을 헌법재판소장에 지명한 만큼 헌법재판소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최장 헌법재판소장 공백사태에 따른 비정상적인 헌법재판소 체제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고심어린 결정”이라며 “이 후보자는 국민의 기본권과 헌법을 수호하여야 하는 헌법재판소를 안정적으로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논평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성실 의무를 위반한 것에 대한 보충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국민의 의견을 잘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고 논평했다.

부산 출신인 이 후보자는 서울고등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역임했으며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원장과 광주고등법원 법원장을 거쳐 지난 2012년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의 추천을 받아 헌법재판관에 지명된 바 있다. 언론 등에 따르면 이 후보자에 대해 ‘합리적 보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점들을 감안하면 국회 인사 청문 과정에서 별다른 결격사유가 발견되지 않는 한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에서도 이 후보자에 대한 반대 명분이 크지 않아 보인다. ‘김이수 인준 부결 사태’ 이후 새 헌재소장 후보자 지명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국민의당도 별다른 반대 없이 인준절차에 협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 최석 정의당 대변인(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이와 관련, 최석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보수야당은 뚜렷한 사유없이 김이수 후보자를 낙마시키며 사상 최대의 헌법재판소 공백을 야기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다시는 이런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이 후보자는 양승태 대법원장 추천에 의해 임명된 만큼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서도 별다른 트집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보수야당들은 이번에야말로 헌정의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8일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유남석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조속히개최될 지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2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는 상황에서 청문회를 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권 위원장은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지명했을 때 잔여 임기 동안 소장을 하는 것으로 했는데, 김 후보자가 국회동의를 받지 못하자 갑자기 임기 문제를 들고 나왔다"며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장 임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소장을 지명할 수 없다는 대통령의 무책임한 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유남석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요청하기 전에 먼저 헌법재판소장 지명 여부에 대한 입장부터 밝혀야 한다”며 “만약 유 후보자를 다시 소장으로 지명하면 두 번에 걸쳐 청문회를 해야 한다. 그것은 낭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유 후보자가 아닌 이 후보자를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 후보자 지명에 “늦었지만 다행”이라면서도 “오늘 지명으로 헌법재판관 지명을 위한 행정부(대통령)·입법부(국회)·사법부(대법원장)의 ‘3·3·3’ 추천 대원칙은 또 다시 무너졌다. 이진성 헌법재판관은 2012년 대법원장의 지명을 받았다. 헌재소장으로서 남은 임기 또한 지나치게 짧다”고 지적했다.

▲ 지난달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사진제공=뉴시스>

손 대변인은 “이 후보자로 인해 대통령 몫을 한 명 더 늘림으로서 김이수 권한대행 지명 때와 똑같은 논란을 불러온 것은 단순히 문재인 대통령의 고집인가, 아니면 헌재를 장악하려는 집요한 시도인가? 문 대통령의 이번 지명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어떤 이유로든 헌재소장의 장기간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보수야당인 바른정당의 전지명 대변인은 논평에서 “헌법재판관들이 ‘헌재소장 공석 사태가 지속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내자 그때서야 마지못해 헌법재판소장을 지명하는 절차를 밟았다”고 주장했다.

전 대변인은 “김이수 헌재소장 지명과 임명동의안 부결, 이진성 재판관에 대한 헌재소장 지명의 전 과정은 문재인 정부 인사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청와대는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 소식을 전하기 이전에 일련의 사태에 대한 사과부터 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