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및 유족과 오찬…“2019년은 건국 100주년” 언급해 ‘45년 건국설’ 맞서
제 72회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독립유공자와 유족들에게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이 사라지게 하겠다”며 “독립유공자 3대까지 합당한 예우를 받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두고 온라인 상에서는 긍정적인 반응들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서 “유공자 여러분의 건강과 후손들의 안정적인 생활 보장, 장례의전 확대 등 마지막까지 예우를 다하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대책을 마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6일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뒤집힌 현실은 여전하다”며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겪고있는 가난의 서러움, 교육받지 못한 억울함 그 부끄럽고 죄송스런 현실을 그대로 두고 나라다운 나라라고 할 수 없다. 애국의 대가가 말뿐인 명예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오찬에서 구체적인 계획도 전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자녀, 손자녀 보상금이 선순위자 1인에게만 지급돼 다른 자녀, 손자녀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보상금은 현재대로 지급하면서 생활이 어려운 모든 자녀, 손자녀를 위해 생활지원금 사업을 새로 시작하고 5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독립유공자 안장식이 국가의 충분한 예우 속에 품격있게 진행되도록 장례와 해외 독립유공자 유해봉송 의전을 격상하고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영구용 태극기를 택배로 보내줬다는 얘기를 들었다. 연평해전 때 중상을 입은 문병옥 일병 아버님으로부터도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연평해전에서 중경상을 입은 장병들의 전역증이 등기우편으로 와서 설움이 복받쳤다는 말씀이었다. 정말 면목이 없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앞으로는 인편으로 직접 태극기를 전하고 대통령 명의의 근조기와 조화 지원 대상도 확대하겠다”고도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독립유공자 1만 5000여 분 중에 생존해 계신분이 쉰 여덟분밖에 되지 않는다. 한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제대로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예산을 다툴 일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찬사가 쏟아졌다. SNS 상에는 “구구절절 당연한 말씀” “이제야 나라다운 나라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 “기가막힌 생각” “월요일부터 감동”등의 글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이제 국민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길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다른 네티즌은 “돈 중요할 수 있지만 사람보다 위에 놓아선 안된다”며 “‘사람이 먼저다’를 실현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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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만 인권운동가(@rights11)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보훈 특보’로 일한 보람을 느낀다”며 “국가가 예우해야 국민도 예우한다. ‘독립 유공자에 대한 더 높은 예우가 이뤄지도록’ 함께 마음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탈북민 출신의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는 “영구용 태극기를 택배로 보내주고 중상입은 군인의 집에 전역증을 등기우편으로 보낸다는 것이, 이게 말아나 되는 행위입니까. 이게 나라입니까. 저 역시 이런 사실을 알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수를 참칭하는 세력도 외면하던 일을 해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어 주 기자는 “동북항일연군에서 일제와 총을 들고 싸우다 전사한 분들에 대해 독립유공자들로 인정해주시길 바란다”며 “솔직히 상해 임정 따라 총 한방 안쏘고 이래저리 옮겨다는 사람들에 비해, 목숨 바칠 일 없는 미국에서 독립운동 좀 한 사람들에 비해, 동북의 설해에서 풍찬노숙하며 조국광복을 위해 한 목숨 바친 이분들이 더 존경받아야 마땅하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단지 공산당 계열이라고 외면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문 대통령의 연설에는 눈여겨 볼 대목이 또 하나 있었다. “2년 뒤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임시정부 기념관’을 건립하여 후손들이 독립운동 정신을 기억하게 하고 보훈문화가 확산되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 이는 보수진영 일각에서 제기되는 ‘1945년 건국’ 주장에 정면으로 맞서는 대목이다.
앞서,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는 지난 2일 발표한 혁신선언문에서 “‘자유한국당 신보수주의’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기초한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이 옳고 정의로운 선택이었다는 ‘긍정적 역사관’을 가진다”고 밝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와 관련,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정당발전위원장은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얼마전 발표된 자유한국당 혁신선언은 대한민국을 1948년 8월 15일에 건국한 것으로 선언했다. 또한 이 뜻깊은 광복절을 건국절이란 괴상한 기념일로 만들려고도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오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도 포함됐다. 오찬 당일이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휠체어를 탄 김 할머니를 맞이하면서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추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는 문 대통령과 김 할머니가 웃으며 마주보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재하면서 “고맙습니다. 정말 마침내 해방이 오고있나 봅니다. 해방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손으로!”라는 글을 게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