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 구성원 잇따라 성명…노종면 “경영진 버티면 제작거부 투쟁 점화될 것”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공정보도’ 논란으로 위상이 추락한 공영방송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구성원들의 움직임이 정권교체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양새다. 박근혜 정권 하에서 임명된 고대영 KBS 사장과 김장겸 MBC 사장의 용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는 것. 조준희 전 YTN 사장이 최근 자진 사퇴를 선택한 가운데 고 사장과 김 사장의 향후 거취가 주목된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29일 노보를 통해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원 이사장에 대한 퇴진행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노조는 “김장겸 사장은 암흑시대 9년의 한 가운데에서 보도국을 장악했다. 정치부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그리고 사장까지 유례없는 수직상승이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12년 대선 편파 왜곡보도, 2014년 세월호 유족 모욕과 왜곡보도, 2016년 최순실 게이트 축소 물타기 보도, 2017년 대선 최악의 편파 왜곡보도까지 김 사장은 이 모든 사태의 현장을 지휘한 직접적 책임자”라며 “그 뒤를 봐주며 MBC파괴를 합작한 자가 고영주 이사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MBC 암흑시대 9년을 끝내겠다. 헌법 21조 언론자유를 회복하겠다. 방송의 독립과 공정성을 되찾겠다”며 “7년간 이어진 기나긴 파업을 이제 승리로 마무리하겠다. 암 투병중인 해직기자도, 쫓겨난 PD들도, 사라진 아나운서들도 모두 제자리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앞서 MBC 기자협회, 영상기자회, 노조 민실위 등으로 구성된 MBC 대선보도 감시단은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MBC에서 저널리즘은 죽었다. MBC가 자랑하던 취재와 방송 시스템은 파괴됐고 베테랑 기자들은 화면에서 사라졌다. 이 파괴와 부역행위의 중심에는 언제나 김장겸 사장이 있었다. 김 사장은 헌법 가치인 언론자유를 침해했고 방송법을 위반했다”며 김 사장의 퇴진을 엄중히 요구했다.
KBS 구성원들도 잇따른 성명을 통해 고대영 사장 퇴진운동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언론노조 KBS본부(KBS새노조)는 24일 중앙위원 및 지부장, 집행부 명의의 결의문을 내고 “고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은 즉각 KBS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고 사장과 이 이사장을 향해 “당신들은 공영방송 KBS를 청와대 방송으로 만들었고 삼류로 전략시켰다. 당신들이 사장과 이사장으로 있는 한 새로운 나라, 정상적인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국민들이 KBS에 대한 신뢰를 다시 가져다줄 리가 만무하다”며 “더 이상 회사를 망치지 말고 떠나시라.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정중한 부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도국의 중추격인 10년차 이상 20년차 미만 기자 215명도 사내게시판을 통해 고 사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고 사장과 이선재 보도본부장, 정지환 보도국장을 직접적으로 거명하며 “당신들이 지금 자리에 남아 있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들이 멋대로 주무르던 후배 기자들이 잠자코 있으니 눈 질끈 감고 버티면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런 끝없는 오만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건가! 착각도 그런 착각이 없다”고 일갈했다.
또한, “당신들이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KBS 저널리즘, 이제 우리가 고이 모셔 새롭게 시작할 것이다. 국민들께 다시 사죄하며 우리들의 할 일을 ‘제대로’ 하기위한 길로 나설 것”이라며 “그 길에 당신들이 또 한번 걸림돌로 박혀 있다면 그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전직 KBS 기자협회장 11명과 PD협회도 고 사장의 자진사퇴를 골자로 한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MBC, KBS 구성원들의 이같은 움직임과 관련, 해직 언론인들의 응원도 잇따르고 있다.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KBS와 MBC의 경영진이 버틴다면 유래없이 강력한 제작거부 투쟁이 점화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시민 눈높이엔 못 미칠지언정 언론인들은 결코 투쟁을 포기하지 않았다. 부역세력에 투항한 일부가 있을지언정 언론노조를 중심으로 한 투쟁전선은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박성제 MBC 해직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MBC 노조의 성명을 링크하면서 “MBC노조의 다짐.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글을 남겼다.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도 “미디어법 파업도, 39일 파업도, 170일 파업도 늘 종결투쟁의 자세로 임했지만 이제 진짜 우리가 종결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언론노조는 지난 23일 “KBS와 MBC를 비롯해 적폐 인사가 있는 언론사에선 조합원이 함께 참여하는 1인 시위와 더불어 매주 금요일 퇴진 촉구 집회를 진행한다”며 “적폐 인사의 완전 퇴진과 언론 정상화가 이뤄질 때까지 이번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