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 참석해 청구인, 피청구인 변호사 출석 여부를 묻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헌법재판소가 7일 박근혜 대통령측이 요구한 15명 중 8명의 증인을 채택하면서 오는 22일까지 탄핵심판 사건의 증인신문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월말 탄핵 결정이 불가능해졌고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퇴임 전인 3월 초 탄핵 결정도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신청한 8명을 증인으로 채택한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벌총수들은 모두 빠졌다.

재판장인 이정미 재판관은 이날 나오지 않은 김기춘 전 실장을 20일 재소환하고 그때도 불출석하면 증인 채택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헌재는 오는 16일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김수현 고원기획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20일에는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과 반기선씨에 대해, 22일에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최순실씨에 대해 증인신문을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월 말 탄핵 결정은 불가능해졌다. 통상 최종변론 후 재판관들이 의견을 나누는 평의를 거쳐 2주후 결론을 발표한다. 이정미 재판관 퇴임 전 결정을 위해서는 3월10일 금요일이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지금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파렴치한 여론전과 대통령 변호인단의 무더기 증인 신청에 분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국민들은 헌재가 지연 전술에 헌재가 휘말리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며 “추가 증인신청이 없더라도 박 대통령이 탄핵되어야 할 이유는 만천하에 차고 넘친다”고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탄핵 심판이 형사 재판이 아닌 자격 심사의 개념인 이상, 박근혜 대통령 측의 꼼수에 일일이 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국민들의 인내심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며 “헌재는 탄핵심판의 속도를 더 올려달라, 늦어질수록 대한민국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월말 선고가 물 건너가자 SNS에서는 “답답하고, 짜증나고, 속 터진다”, “헌재가 수상하다”, “이제 슬슬 헌재 폐지론 나오겠네”, “이제 탄핵 물 건너 가는 것 아닐까요”, “도대체 뭐가 더 부족한 건가”, “헌재가 정녕 희대의 재판 쇼를 하려는가?”, “우리나라의 역사를 되돌릴 작정인가?”, “대통령 대리인단 요구 잘 들어주는 친절한 헌재재판관들”, “언제까지 질질 끈 건가”, “망했네”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줄서기와 아첨의 달인 김문수씨가 종박집회에 참석한 걸 보면, 박근혜 일당이 헌법재판관 한 두 명의 약점을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구심을 보였다.

전 학자는 “박근혜 일당의 죄상이 다 드러나도 탄핵이 인용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탄핵이 기각되면, 조기 대선도 없다”고 경고했다.

조국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근혜씨가 임명한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에 대한 우려가 많이 들려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조 교수는 “두 분이 사실상 죽은 권력자에 대한 ‘보은’을 위해 도도한 촛불 민심을 역행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앞서 법조인 출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탄핵심판 결정 직전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헌재 심판장에 나오겠다고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관련기사 : 박범계 “朴, 막판 출석 선언, 탄핵심판 장난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