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서명하기 위해 입장하는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 주위로 사진기자들이 카메라를 내려놓고 취재거부를 하고 있다. 이날 나승룡 국방부 공보과장은 한일정보보호협정 취재 공개를 요구하는 사진기자들에게 협정을 공개할 수 없으며, 권력인양 국방부측이 찍은 협정 사진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이에 사진기자들은 협정이 밀약이지않은 이상 비공개인것은 받아들일수 없다고 판단 취재거부를 결정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방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한 서명을 23일 강행하면서 비공개로 진행하고 막가파식 태도를 보여 기자들이 취재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30여명의 사진기자들은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국방부 청사로 들어오자 일제히 카메라를 바닥에 내려놓고 ‘보이콧’ 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일본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양국을 대표해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에 서명했다.

뉴스1에 따르면 국방부는 “일본 측의 요청으로 협정식은 비공개로 한다”며 다만 국방부에서 촬영한 사진 1장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사진기자들은 ‘왜 역사적인 순간을 비공개로 진행하느냐’, ‘밀약이 아닌 이상 협정식 장면을 취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공개를 요구했다.

사진기자들은 장소가 협소해서라면 대표 사진기자 1명만 보내겠다고 제안했지만 국방부측은 계속해서 비공개 원칙을 고수했다. 

국방부 측은 “마음대로 하라”는 입장을 보이다가 급기야 “(원래 제공하기로 했던) 사진제공도 하지 말라”며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사진기자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항의의 표시로 취재거부를 결정하고 주한 일본대사가 입장하는 장면을 촬영하지 않았다.

국방부 측은 뉴스1에 “한일간에 합의된 내용이니 (취재 공개 등) 합의 사항을 뒤집는 것은 적절치 않으니 (대사가) 통과할 수 있게 배려해달라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현장에 있지 않아 기자들이 카메라를 내려 놓은 과정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겠다”고 밝혔다.

▲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왼쪽)와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에 최종 서명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뉴시스>

김종대 “권한쟁의 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 헌재 청구할 것”

국민적 반발에도 졸속 밀실협상을 강행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정부는 무엇이 그리 급하고, 무엇을 숨기려고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외교안보 기밀자료를 최순실에 퍼준 대통령이 이제는 군사기밀마저 일본에 퍼주고 있다”며 이같이 성토했다.

이 대변인은 “반성과 사죄 없는 일본정부의 우경화와 군사대국 도약에 박근혜정부가 협조했다는 역사적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종회 의원은 비상대책회의에서 “국정운영의 자격을 이미 상실한 대통령이 매국노가 아니고서야 이러한 졸속 협정을 재가할 수 있는가?”라며 “바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등 11개 시민단체는 국방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정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근간부터 뒤흔드는 일”이라며 무효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국정 운영의 자격도 능력도 없는 박근혜 정부가 국회와 국민을 철저히 무시하고 군사 작전하듯 강행한 협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국회의 동의 없이 행정부 단독으로 추진된 협정 체결은 입법부의 동의권을 침해했다는 점에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한 정의당 김종대 원내대변인은 “역대 국방부는 가서명 끝나고 본서명까지 7∼8주가 소요됐지만 이번에는 불과 일주일만에 체결한다”고 속전속결 강행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즉시 권한쟁의 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 등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고, 국회에서도 지속적인 입법활동을 통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무력화하고 원천 무효화하겠다”고 밝혔다. 

▲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를 위한 대학생대책위원회 학생들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반대를 위해 시위를 펼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국정 운영의 자격도 능력도 없는 박근혜 정부가 국회와 국민을 철저히 무시하고 군사 작전하듯 강행한 협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서명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