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문서파쇄와 재단 해체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개입 정황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 ‘정부가 기업들에 비용을 떠넘겼다’고 쓴 칼럼을 재조명되고 있고 프랑스 경제단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미르재단은 정부 주도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해 11월19일자 김정호 수석논설위원의 <이런데도 법인세를 올리자고?>란 제목의 칼럼에서 “‘재단법인 미르’라고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지난달 문을 연 문화재단이다”고 말꼭지를 뗐다.

▲ 한국경제신문 2015년 11월19일자 <김정호 칼럼 / 이런 데도 법인세를 올리자고?> ⓒ 한국경제신문PDF

김정호 논설위원은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한류를 넘어 음식과 의류, 라이프 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겠다며 정부가 주도해 세운 조직”이라고 설명하고 “당연히 정부 재정이 투입됐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16개 기업이 486억원을 출연했다”고 밝혔다.

그는 “몇몇 기업에 물었다. 미르에 왜 돈을 냈냐고. 답은 “내라니까 냈다”였다”며 “누가 내라고 했느냐고 다시 물었다. “다 아시면서”라는 꼬리 없는 답이 돌아왔을 뿐이다”라고 모금 과정을 폭로(?)했다.

그러면서 김 논설위원은 “대한민국을 문화국가로 용솟음치게 하겠다는 원대한 포부가 나쁠 리 없다”며 “그러나 그건 정부가 할 일이다. 그 비용을 왜 기업들에 떠넘기는가”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외국의 경제단체도 미르재단이 정부 주도로 만들어졌다고 홈페이지에 명시하고 있다.

프랑스의 지역 상공회의소인 파리일드프랑스상의는 지난 6월2일 대한상공회의소(KCCI), 한불상공회의소(FKCCI)과 협력과 상호 지원에 대한 합의를 체결했다며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해당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파리일드프랑스상의는 말미에 미르재단은 한국 정부 주도하에 창립됐고 상위 19개 한국 기업이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르재단과 파리일드프랑스상의가 지난 4월22일 2017년에 에꼴 페랑디-미르(école FERRANDI-MIR)를 세우기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 <이미지출처=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해당 내용에 대해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정부에서는 ‘민간법인’이라서 정부와는 절대 관계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는데 파리 상공회의소에서는 ‘한국 정부가 주도(또는 제안)하여 만들어지고, 한국의 19개의 최상위 사기업들이 후원하는 미르재단’이라고 소개한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권력형비리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미르재단”이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고, 진실은 밝혀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전경련은 ‘미르재단이 청와대 주도로 설립됐다’는 대기업 문건이 보도된 30일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해산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에 앞서 28일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재벌기업에서 하루만에 관련 서류를 일제히 파기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한 재벌기업 계열사의 임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28일 재단 출연이나 재단 설립과 관련한 자료는 모두 없애라는 요청이 왔다”며 “이에 따라 나를 포함한 임직원들이 모두 인쇄 형태로 보관하던 자료는 문서 파쇄기에 집어넣었고 과거 주고받았던 이메일 등은 컴퓨터에서 모두 삭제했다”고 밝혔다.

또 30일 미르 재단이 입주한 서울 논현동 빌딩 2층 주차장에서 문서를 파기한 대용량 쓰레기봉투도 발견됐다. 문서 파쇄는 최근 전경련에서 파견한 신임 경영지원본부장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문서파쇄 대용량 쓰레기봉투 사진에 SNS에서는 “문서 파기는 왜 하는데? 차떼기로 돈 뺏던 놈들이 천막당사 만들어 코스프레하더니”, “증거인멸은 가중처벌”, “미르재단의 문서가 파쇄되어도 왜 검찰은 압수수색은커녕 딴청만 피우고 있습니까?”, “엄연한 증거인멸입니다. 반드시 가중처벌 되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일고의 가치도 없다, 유언비어다 하더니 모든 게 사실임을 스스로 입증하는 거네”, “미르 의혹, 증거인멸 될 때까지 내시 단식 하는 거였군”, “그래서 이정현이 단식쇼 들어갔구나, 이정현쪽으로 시선 몰아 넣고, 증거인멸하려고”,

“진짜 상상초월이네. 바로 여기가 권력 실세의 본진이었구나. 어디 공중파나 메이저신문에서 엄청나게 깐 것도 아니고, 의혹 제기 되는 정도였는데도 바로 증거 인멸 들어가네. 얼마나 두려웠길래”, “죄를 짓고 눈앞에서 증거인멸해도 어쩔 수 없는 한국, 법과 원칙대로 해라”, “국가적 범죄행위를 눈앞에서 보고도 손가락만 빠는 경찰 검찰 이게 나라냐?”, “결국 청와대가 주범으로 기업체 협박해서 돈 뜯다가 이제 와서 증거인멸에 혈안이 되어 날뛰는 것을 통해 스스로가 범죄집단임을 확실히 증명”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