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갈등 양상도 엿보여…민주 “정권 시작부터 ‘검경의 난’”
검찰이 이른바 성접대 의혹과 관련,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신청을 기각한 것으로 전해짐에 따라 이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들이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검사출신인 김 전 차관 감싸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찰과 검찰의 ‘갈등양상’으로 이를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29일 오전 현안브리핑에서 “박근혜 정부가 시작하자마자 검경의 난이 벌어진 셈”이라며 “검찰과 경찰의 고위공직자들이 연루된 낯부끄러운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 열과 성을 다하기는커녕 거꾸로 갈등을 벌이고 있다니 참으로 한심하다”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검찰이 경찰 수사의 미진한 부분을 트집잡아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졌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니 정말 어처구니 없다”며 “혹시라도 연루자 몇몇이 도피한 상태에서 의혹이 확인되거나 수사가 미궁으로 빠진다면 어찌할 것인가. 검찰은 그때도 경찰 수사를 탓하며 방관할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검찰이 또다시 낯부끄러운 사건에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한다면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경찰 또한 충실한 수사로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연루자들을 철저히 색출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서 무너진 공직기강과 사회윤리를 바로 세워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미 진보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검찰이 이번 수사에 협력하지 않는다면 아직 명단이 다 밝혀지지 않은 관련자들과 검찰이 깊숙이 연계돼 있는 것은 아닌지, 제 식구 감싸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의 비난은 검찰을 향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SNS 상에서도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jung***), “언제나 처럼 검찰은 변함이 없어!”(yo***) 등 검찰을 비판하는 트위터리안들의 글이 이어졌다. 아이디 ‘heehe***’은 “오른손으로 왼손에 수갑 채우는 것이 웃기는 그림이기는 하다. 그래도 그러면 안되지”라고 꼬집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lsh4u)는 “검경시각 다른 건 법치보다 집단이기주의겠죠”라고 꼬집었다. 이재화 변호사(@jhohmylaw)는 “검찰, 일반인에게는 남발하던 출국금지를 검사들에 대해선 이토록 엄격한가? 출국금지가 사전구속영장이라도 되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연합뉴스>는 28일 “경찰과 검찰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전날 서울중앙지검을 통해 요청한 출금 대상자 12~13명 중 김 전 차관을 포함한 6~7명에 대해 불허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며 “검찰은 이같은 결정결과를 이날(28일) 저녁 경찰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건설업자 윤 모씨와 관련 인물들의 주요 의혹에 대한 경찰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과 윤 씨 등 관련자 3명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 이후 수사 내용에 큰 진전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의 경우에는 출금조치가 필요한 사유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의 한 간부는 “김 전 차관도 참고인 자격으로 출국 금지시키더라도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이 가능한 것”이라며 “출국 금지야말로 수사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인데 검찰이 이상한 논리를 들이대면서 수사 자체를 훼방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간부는 “우리가 조사한 기록을 충실히 첨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 혐의 소명이 제대로 안 됐다는 이유로 부실신청 운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제 식구 감싸기’라는 실리를 챙기면서 비난여론은 피하기 위해 경찰에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경찰을 향한 불만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대검 고위 관계자는 “경찰이 검찰을 겨냥해 수사를 한 것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무리한 수사로 결국 경찰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다. 한번 당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번 출국금지 요청처럼 검찰이 경찰의 영장청구를 기각하면 경찰은 ‘검찰이 제 식구 감씨기를 하고 있다’며 언론플레이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