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 의혹’ 인사참사까지…“민정수석 책임져라”

靑관계자 “얼굴 못들겠다”…‘검찰 개혁’ 드라이브도 주목

이른바 ‘성접대’ 연루 의혹에 휩싸인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자진 사퇴한 가운데 박근혜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법무부 내부에서는 당혹스러운 기류가 읽혀진다. 여기에 해당 의혹이 만약 사실로 밝혀진다면 검찰 개혁의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박범계 민주통합당 의원은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김 차관의 사퇴와 관련, “왜 이렇게 국민들게 걱정을 끼쳐드리는 인사를 해야 하느냐, 인사시스템이 정말 망가진 것 아니냐, 이런 걱정과 우려가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이 공약한 인사위원회를 빨리 청와대에 둬야 한다”며 “일단 높은 분들을 (인사위원회에) 앉혀놓고 그분들이 정말 호되게 추궁해서 1차로 예비검증을 거쳐야지 그렇지 않으면 계속 이런 일들이 반복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당의 박지원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 ‘고성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소문 확인도 하지 않고 임명해서 검찰 전체와 공직사회 전체를 먹칠하는 행위에 대해 과연 청와대 인사검증라인이 박근혜 대통령을 보필할 수 있겠는가”라며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앞서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은 김 차관의 사표를 즉각 수리하는 것은 물론, 차관 인사과정에서 나타난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검증과 관련한 관계자들을 전원 문책해야 한다”며 “거듭되는 박 대통령의 부실인사로 국민들은 극도의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성향 매체인 <동아일보>는 22일자 사설에서 “이번 사건은 김 차관이 임명되기 수주 전부터 경찰 주변에서 소문이 퍼졌다. 그런데도 인사검증을 맡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은 ‘사실이 아니다’는 본인의 말만 듣고 제대로 검증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에야 경찰로부터 보고를 받아 박근혜 대통령에게 수사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소문의 진위가 가려질 때까지는 차관 임명을 보류했어야 옳다”며 “작금의 상황에 대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부실 검증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비판들과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본인이 정색하며 아니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냐. (의혹이) 사실이면 본인이 차관직을 수락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청와대가 김 차관에게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쳤지만, 완강히 부인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라며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에서도 청와대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고 청와대는 이를 근거로 차관 임명을 강행했다고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 신문은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침묵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김 차관과 경찰에 당했다’는 기류가 강하다”며 “청와대는 아침 수석비서관들의 회의에서 김 차관을 계속해서 보호해줄 이유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고 김 차관 쪽에 ‘수사가 진행중이긴 하지만, 일단 사의를 표시한 상태에서 대응을 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김 차관이 이날(21일) 오후 전격 사퇴를 하기 전 일찌감치 청와대 내부에선 박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후 과정이 어떻게 됐든 얼굴을 들 수가 없게됐다”고 말했다.

김 차관이 검찰출신이라는 점에서 검찰 내부에서도 당혹스러운 기류가 읽혀진다.

22일자 <서울신문>에 따르면 영남지역 지검의 평 검사는 “본인은 혐의가 없다고 하지만 어쨌든 그런 사람(건설업자 Y씨)을 알고 지냈다는 자체만으로도 할 말이 없는 것 아닌가”라면서 “창피해서 어디가서 검사라고 말도 못하겠다”는 푸념을 내놓았다. 재경 지검의 부장검사는 “겨우 조직이 추슬러진 줄 알았는데 또 악재가 터져 외부에서 검찰 조직 전체를 싸잡아 비난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선 검찰청의 한 고위간부는 “지난해 검사의 뇌물, 성추문 사건에다 하극상의 검란까지 겪었는데 다시 이런 일이 불거지다니 20년 이상 검사 생활을 한 사람으로서 괴롭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법무부의 한 간부는 “하루 종일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일을 했다”며 “오후 늦게 사퇴 소식을 듣고 마음이 더욱 무거웠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 차관이 어느정도 연루돼 있는지 아직 알 수 없는데 언론에서 너무 자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재경지검 검사장급 간부는 “김 차관이 진실을 주장하며 사퇴한 것은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의도로 봐야 한다”며 “사퇴 자체가 자백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검찰 내부의 분위기는 이른바 ‘검찰 개혁’문제와도 무관치 않아보인다. 언론에서는 김 차관을 둘러싼 의혹이 만약 사실로 밝혀진다면 검찰쇄신 드라이브가 가속도를 내지 않겠느냐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는 “한 개인의 불미스러운 의혹을 검찰 조직 전체가 다시 개혁 대상으로 비쳐질까 우려된다”는 재경지검 부장검사의 말을 전했다.

한편, 김 차관은 21일 사퇴하면서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지만 제 이름과 관직이 불미스럽게 거론된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도 제게 부과된 막중한 소임을 수행할 수 없음을 통감하고 더 이상 새 정부에 누가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직을 사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차관은 “확인되지도 않은 언론 보도로 인해 개인의 인격과 가정의 평화가 심각하게 침해되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며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가 반드시 진실을 밝혀,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명예를 회복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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