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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내 얘기 하려니 부끄러워…페미니즘 접근 흥미롭게 보더라”[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68] 변상욱 CBS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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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기자  |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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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20  14:21:41
수정 2016.07.14  1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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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말에 트위터 글을 묶어 멘토링 책인 <우리 이렇게 살자>를 출간했던 변상욱 CBS 대기자가 이번에는 그의 해설판 격인 에세이집 <인생, 강하고 슬픈 그래서 아름다운>을 지난 5월 20일 출간했다.

총 7쳅터로 구성된 <인생, 강하고 슬픈 그래서 아름다운>은 변 기자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을 솔직 담백하게 하게 털어놓았다. 특히 페미니즘에 대한 내용도 있어서 많은 여성의 공감을 얻고 있다. 책에 대해 자세히 들으려고 지난 15일 목동 CBS에서 변 기자를 만났다. 

변 기자는 “나이가 있는 분들은 비슷한 걸 공유하고 있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 돌아보시는 듯하고, 여성들은 제가 남성으로서 페미니즘에 접근하는 부분을 흥미롭게 보시는 느낌을 받는다”고 반응을 설명했다.

기존에 주로 칼럼집을 출간했기 때문에 자기 이야기를 해야 하는 에세이집을 내며 부끄러움은 없었을까? 이에 변 기자는 손발이 오글거리는 건 어쩔 수 없고 너무 부끄러워서 못 싣겠다는 글들은 뺐고 부끄럽지만, 이것이 솔직한 제 모습이라고 여겨지는 글들은 그대로 집어넣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달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으로 여성 혐오 문제가 대두되었다. 그러나 경찰 치안의 문제인데 여성 혐오로 물타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이에 변 기자는 “여혐의 문제다. 여자 조현병 환자가 칼을 품고 다니면서 남자만 찌르려고 숨어 기다리진 않고 남자가 술에 취해 때리거나 찌르거나 강간했지 여자가 술에 취해 남자를 그렇게 폭행하지는 않지 않느냐”면서 “경찰 치안 문제나 화장실 보안 문제와 여혐의 문제는 얼마든지 병행해 논의하면 되지 어느 것 하나를 먼저 하고 다음 것일 수는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인터뷰를 마치며 <GO뉴스> 독자들에게 “언론의 지평은 그동안 지상파 TV 방송사와 커다란 신문사 몇 개가 독과점하던 시대에서 완전히 뒤집히고 있다. 새로운 언론의 시대에 시민을 대변하는 대안 언론들이 어느 정도 자기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많이 도와달라”고 대한 언론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 변상욱 CBS 대기자 ⓒ 이영광 기자

다음은 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부끄러운 글들을 뺐지만 솔직한 제 모습은 그대로 넣어”

- 지난달 20일 <인생, 강하고 슬픈 그래서 아름다운>이란 에세이집일 출간하셨어요. 20여 일 지났는데 반응은 어떤가요?

“역시 나이 드신 분들과 여성들이 더 좋아하는 듯합니다. 나이가 있는 분들은 비슷한 걸 공유하고 있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 돌아보시는 듯하고, 여성들은 제가 남성으로서 페미니즘에 접근하는 부분을 흥미롭게 보시는 느낌을 받습니다. 젊은 사람들도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들을 만나겠지만, 인생의 맛을 느끼는 게 다를 거로 생각합니다.”

- 제목의 의미는 뭔가요?

“인생이란 어떤 것이냐고 물었을 때 뭐라고 대답할까요? 저는 ‘인생은 강한 거야. 사람들은 이렇게도 살아가 인생은 슬퍼. 왜 태어났는지도 모르고 태어났는데 어떤 사람은 태어난 곳이 흙수저고 어떤 사람은 금수저야, 허덕허덕 살아가는 게 인생인가라면 너무 허무하고 슬퍼’라고 해요. 그런데 인생은 따뜻함도 있고 사랑도 있고 멋진 세상으로 다가올 때도 있고 살아볼 만한 아름다운 것이기도 하죠.” 

- 기존에는 칼럼집을 내셨지만 에세이집은 처음인 듯해요.

“딱딱한 사회 비평이나 시사 칼럼에만 익숙해 있어 에세이집을 쓰려고 했으면 제가 머리가 터질 수도 있기 때문에 못 썼을 거예요. 다행히 여성 웹진이나 환경 잡지 또는 사보 등에 감성적인 터치로 글을 썼던 것들이 모여 책이 되었습니다. 과거의 글에서 모티브를 얻어 오늘에 접목시킨 글들도 있고 흐름상 다시 쓴 것도 있고요.”

- 자기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게 부끄럽기도 했을 것 같아요.

“그렇죠. 손발이 오글거리고 제가 읽어도 헛웃음이 나오는 글들이 있더군요. 성경 말씀에 ‘내가 예전에는 어린아이 같았으나 이제 장성하고 보니 옛날 것들이 그게 아니었다는 생각을 한다’는 구절이 있는 데 딱 그짝입니다. 어떻게 보면 제가 발전한 것이기도 하죠. 손발이 오글거리는 건 어쩔 수 없고 너무 부끄러워서 못 싣겠다는 글들은 뺐고 부끄럽지만, 이것이 솔직한 제 모습이라고 여겨지는 글들은 그대로 집어넣었습니다.”

   
▲ <인생, 강하고 슳픈 그래서 아름다운>의 표지

- 부제가 ‘CBS 변상욱 대기자의 살아가는 이유’던데.

“책에 모르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몰라요. 왜 태어났는지 이유도 잘 모르겠고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뜻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목숨을 이어가고 삶을 살아내는 것이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하니 이렇게 살고 있는 거라 여겨집니다.

또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게 어렵고 힘들 수도 있고 괴로울 때도 있지만 살아간다는 게 이 정도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삶을 진지하게 여기고 살아가는 만큼 삶도 저를 진지하게 대하며 사랑해주는 것 같기도 해서 사랑하며 살아 보렵니다. 그냥 살아지는 게 아니라 열심히 살아보면 삶이 더 들여다보일지 모르죠.”

“이 순간 최고의 가치라고 몰입하면 ‘살아가는’ 것”

- 살아가는 것과 살아지는 것의 차이는 뭔가요?

“전혀 차이가 아닐 수도 있지만 엄청난 차이일 수도 있어요. 어떤 사람 둘이 산 중턱에 서 있는데 한 사람은 올라가는 중이고 한 사람은 꼭대기까지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중이면 두 사람은 같은 게 아니죠. 그래서 살아지는 것과 살아보겠다는 건 차이가 크죠.

예를 들면 설거지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일은 설거지를 하는 것이고 가장 즐거운 일도 설거지를 하는 일이어야 해요, 그러나 설거지를 하면서 ‘지저분한 걸 내가 또 해야 하냐’고 투덜투덜하거나 ‘빨리 마치고 드라마 봐야 하는데’ 혹은 ‘빨리 마치고 커피나 마셔야지’라는 생각으로 행동과 목표가 일치하지 않으면 스스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거죠. 지금 하는 일을 즐거워하고 기꺼워하고 지금 이 시각 만큼은 이게 최고의 가치라고 몰입하면 그건 살아가는 겁니다.”

- 지난해 <우리 이렇게 살자>의 긴 수필집을 내신다고 하셨잖아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이 <우리 이렇게 살자>의 해설집이라고 하셨던데.

“<우리 이렇게 살자>가 먼저 나왔습니다. 트윗과 페이스북에서 멘토링을 위해 저의 생각들을 짧게 정리한 것을 모았는데 이 에세이집은 어떤 사람, 어떤 책과의 만남 또는 어떤 대화들 속에서 제가 그런 생각들을 꺼냈는가라는 배경설명이에요, 그래서 <우리 이렇게 살자>의 해설판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 책 이야기 중에 신촌에서 만둣국 드실 때 이야기가 큰 울림을 주던데.

“저는 만둣국을 먹으면서도 불평하고 있는데 두 할아버지는 라면 국물 남은 것도 흡족해 하시면서 ‘이게 어디야. 이만하면 됐지’라고 소주잔을 기울이셨죠. 제가 일단 부끄러웠고 왜 세상은 저 할아버지들에게 따뜻한 만둣국 국물조차 허락하지 않는가라는 분노도 어느 정도 담긴 겁니다. 그 분노를 먼저 느끼고 사람들에게 정리해 알려야 하는 직업이 기자인데 제가 거기 앉아서 그런 모습을 간파해 내지 못하고 오히려 싸구려 만둣국이라 불평하고 있었다니 부끄러운 일이죠.

흔히 말하는 민중이라는 존재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살아갔던 것이죠. 민중의 삶이 무엇이고 민중에게 어떤 보탬이 될 수 있을지 등의 고민을 책으로만 머리로만 하고 있었음을 깨우친 경험입니다.”

- 책에 보면 이게 기자 생활하는 데에 전환점이 된 것 같은데 그래서 지금도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는 거죠?

“실제로 기자의 세계관과 기자의 철학이 어떤 모습을 갖고 있느냐는 기자가 어떤 공간을 오가고 거기서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잖아요. 늘 자가용을 이용하고 주차장에 내려 사무실만 오가거나 홍보담당이나 관련 공직자들만 만나 커피 대접받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궁핍과 좌절을, 불의와 모순을, 개혁과 해방을 절실하게 공감하기란 불가능할 겁니다. 어떤 장소, 어떤 시간에 머물렀느냐가 사회적 자아를 형성하고 기자를 만듭니다.”

“여혐 논의 차단, 온갖 불평등 책임지라고 할까봐 미리 막는 것”

- 페미니스트 관련 내용이 있던데 지난달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이 발생해서 여성혐오를 두고 논란이 있잖아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성 혐오 문제보다는 경찰의 치안 문제점을 먼저 제기해야 한다고도 하던데.

“역시 여혐의 문제에요. 여자 조현병 환자가 칼을 품고 다니면서 남자만 찌르려고 숨어 기다리진 않고 남자가 술에 취해 때리거나 찌르거나 강간했지 여자가 술에 취해 남자를 그렇게 폭행하진 않아요. 우리 사회 저변에 깔린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술에 취해도 정신적 결함이 생겼어도 드러나는 겁니다. 몸에 이미 습득된 거죠. 그래서 여혐이라고 보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합니다.

   
▲ 지난 5월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출구에서 시민들이 살인 사건 피해자 여성 추모글을 남기고 있다.피해자 20대 여성은 지난 17일 강남역 인근 상가 화장실에서 본인이 평소에 여자들에게 무시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용의자 김모씨에게 흉기에 찔려 숨졌다. <사진제공=뉴시스>

약자를 공격하려는 지극히 동물적인 본능이 아니냐 할지 모르지만 정말 동물적 본능이라면 암수를 구별하는 게 아니라 새끼를 구별해 노리겠죠. 여자들이 남자를 혐오할까 봐 걱정이 많았던 사람들의 심정 이해는 합니다. 그러나 균형이 안 맞는다고 생각해요. 한쪽에서는 계속 쓰러지고 찔려 죽어가는데 그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우릴 싸잡아 미워하지 말아 달라는 이야기부터 꺼내는 건 균형이 안 맞는다고 생각해요. 여성들이 포스트잇에 이런 생각들을 적어 죽은 이를 추모하는데 그 옆에 가서 포스트잇을 붙이는 여성을 째려보며 못 붙이게 하는 건 한국사회의 치졸하고 조잡한 수준을 보여준 거죠.

문제를 해결하면서 남녀의 화합이나 상호 이해를 이야기할 순서인데 여혐 자체를 묻어두려고 하죠. 경찰은 ‘여혐 문제는 우리가 상대할 바가 아니니 알아서 하라’고 하고 검찰은 사건만 풀려고 해요. 그러나 중요한 건 구조적인 모순과 불평등을 해결해 발생을 예방하는 겁니다.”

- 하지만 경찰 치안의 문제도 있잖아요. 그런데 젠더의 문제를 건드리면 경찰 치안 등의 문제가 덮이잖아요.

“경찰 치안 문제나 화장실 보안 문제와 여혐의 문제는 얼마든지 병행해 논의하면 되지 어느 것 하나를 먼저 하고 다음 것일 수는 없다고 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사람이 다치면 개인 대 개인의 문제로 몰고 가려고 해요. 이건 경찰의 방식이에요. 왜냐면 그렇게 사건 처리하면 자기들 처지에서 수월하거든요.

세월호가 대표적인 예에요. 세월호 참사로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되니 선장 잘못으로 몰아요, 그러다가 선장만의 잘못이 아니라 배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하면 선주를 끌어들이죠. 그것도 안 되니 해경을 없애는 것으로 끝내려 합니다. 그 뒤 더 커다란 비리와 밝히지 못한 진실이 있을 수 있는데 거쯤에서 끝내려 합니다. 시민들이 들고일어나도 국가가 막아버려요.

여혐도 여자 대 남자의 문제가 될까 봐 막아버리는 거죠. 여자에 대한 온갖 불평등이 잔뜩 사회에 쌓여 있으니까 책임지라고 할까 봐 미리 막는 거죠. 세월호 가족들을 청와대 못 가도록 유치장에 가두고 대책위 사람들을 핍박하는 것이랑 똑같아요.”

- 페미니즘은 어떻게 관심 갖으셨어요?

“책에도 나오지만, 페미니즘은 여신학자 세미나를 취재하다가 여성 목사님이 나와서 ‘세상을 창조하신 이후로 한 번도 사람을 부를 때 남자, 여자로 구분해 부르지 않으신 하나님’이라는 기도를 하실 때 마음으로 받아들였어요. 그걸 시작으로 결혼해 주말 부부로 아이를 키우면서 여성들의 일생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게 된 결과죠. 나중엔 페미니즘 그룹에 참여하고 관련 단체에 이사로 들어가 활동을 하게 되며 페미니즘을 접한 거죠.”

“언론 독과점 시대 완전 뒤집혀…대안언론들 자리잡게 도와달라”

- 이 책으로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조금 전 이야기한 정직함이에요. 자기가 분명히 확인하고 있는 문제인데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건 거짓이고 위선이며 인간적으로 불성실하고 부정직한 겁니다. 또 하나는 책엔 공감과 공존이에요. 내가 억울하고 아프듯 저 사람도 억울하고 아프며 만나서 함께 어깨를 걸고 나아가야죠. 그것이 의로운 세상이고 정의사회이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겁니다.”

-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는 공감이 사회이슈가 되었어요.

“왜 그러냐면 속도가 너무 빨라요. 남을 천천히 바라보면서 그 사람을 느낄 겨를이 없어요. 뛰어가면서 춤출 수 없잖아요. 공감이라는 건 함께 춤추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뛰어가려고 하면 안 돼요. 더구나 경쟁이 치열해요. 사람들은 목말라하고 있어요. 공감에 목말라 있고 따뜻한 배려에 목말라 있어요. 이걸 빨리 고쳐야죠.”

   
▲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시민단체가 2015년 6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에서 청와대의 메르스 보도 통제 규탄 및 홍보수석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늘 드리는 부탁이지만 언론의 지평은 바뀌고 있습니다. 광고 수익만 해도 MBC가 1등이면 어디가 2등일까요? 최근 2등은 대기업인 CJ E&M이었어요. 그다음 KBS와 SBS예요. 언론의 지평은 그동안 지상파 TV 방송사와 커다란 신문사 몇 개가 독과점 하던 시대에서 완전히 뒤집히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돈 많은 대기업에 넘겨주기는 너무 안타깝죠.

새로운 언론의 시대에 시민을 대변하는 대안 언론들이 어느 정도 자기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세요. 이미 <GO발뉴스> 독자들은 그걸 하시는 분들이지만 주변에 더욱더 알려서 건강한 언론이 시민사회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많이 협력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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