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20대 국회가 개원했다. 16년 만에 여소야대가 되어 국민이 20대 국회에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컸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은 개원 첫날 123명 전원을 세비 이틀분을 모아 악성 채권을 소각하는 이벤트를 벌었다.

더민주는 5월 30일 의원 총회를 열어 30~31일의 세비 8,179만 5,000원을 모아 악성 채권을 매입해서 소각했다. 이번 이벤트로 2,525명이 탕감을 받았으며 총 탕감액은 123억 원에 달했다.

이에 국회 입성 전 사회적기업인 에듀머니의 대표로 활동했던 제윤경 의원을 지난 8일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제 의원은 악성 채권 소각을 “정부 탓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저희가 구제하는 성공 경험도 보여줘서 이게 가능하다는 걸 던져주는 의미가 있다”면서 “단지 계속 소각하는 게 아니라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데에 이벤트 자체가 갖는 파워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제 의원이 부실채권이나 추심 등을 문제 관련 일을 해왔기 때문에 20대 국회에서 기대되는 의원 중 하나기도 하다. 이 문제에 대해 제 의원은 채무자에게만 과도하게 도덕적 책임을 묻고 채권자의 책임을 묻지 않는 구조 자체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인권침해 요소와 빚을 갚지 못하면 이 사회에서 완벽하게 퇴출당하는 구조는 바로 잡고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데에 일단 의정활동 우선순위를 배치한다”고 의정활동 계획을 밝혔다.

인터뷰를 마치며 <GO발뉴스> 독자들에게 “대안 언론이 성장하는 데에 대안 언론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헌신, 그리고 독자님들의 지지와 응원이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며 “더 많이 지켜주시고 함께 크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제윤경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제공=제윤경 의원실>

“당선인 악성 채권 소각 이벤트, 제도 개선 의지 보여줘”

- 국회의원이 되신지 10일 정도 지났는데 어떠세요?

“밖에서 활동할 때 준비했던 가계부채 쪽에 실제 성과를 집중해서 빠르게 추진해야 하죠. 하지만 같이 일하는 식구들 입장에서는 해당 상임위에 있는 다른 쟁점들도 전문가로서 그동안 준비해온 것들도 있잖아요. 때문에 보좌진들을 통해서 이슈를 하나하나 점검하고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요. 앞으로 4년 동안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해요.”

- 개원 전날인 5월 29일 더민주 초선의원 22명이 팽목항을 방문했어요. 의원님도 참여하셨잖아요. 전에도 다녀오셨는지 모르겠지만, 책임감을 더 무겁게 느끼셨을 것 같아요.

“팽목항을 방문해서 현실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가슴 아픈 건 당연하고 실제로 저희가 유족과 미수습 가족을 뵈니 막연히 느끼던 슬픔보다 훨씬 더 마음이 깊이 무너진다는 느낌도 있었어요.

또 하나는 거기에 해수부 관계자들이 와서 향후 계획들을 설명하는 걸 들으면서 ‘유족들이 얼마나 그동안 답답하고 의구심이 많이 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석연치 않은 게 너무 많았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를 생각하면 여러 가지 무책임한 면도 있고, 이 사안의 중요성이 너무 크고 책임져야 할 문제가 너무 방대하다 보니 관료들이 방어적으로 처신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게 아닌지 생각도 드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왜 세월호 특조위에 정치권이 힘을 실어줘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절감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 제20대 국회 개원을 하루 앞둔 5월29일 오후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21명이 유가족 및 세월호특조위 관계자들과 함께 전남 진도 동거차도앞 침몰현장을 방문해 인양작업 진행상황을 둘러보고 있다. 팽목항 합동분향소와 침몰현장을 방문한 의원은 다음과 같다. 강병원, 강훈식, 금태섭, 김병관, 김병욱, 김영진, 김영호, 김한정, 김현권, 문미옥, 박경미, 박정, 박주민, 박찬대, 소병훈, 손혜원, 이재정, 이훈, 정춘숙, 제윤경, 최운열, 표창원.(22명) <사진제공=뉴시스>

- 등원 첫날 더민주 123명 전원이 이틀 치 세비를 모아 악성 채권을 매입해 소각하는 데 사용해 인상적이었는데 어떻게 하게 되었어요?

“제가 먼저 제안한 게 아니라. 정춘숙 의원이 먼저 제안하셨어요. 또한 우상호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되고 약속한 게 의원 한명 한명의 전문성을 다 국회 내에서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했는데 제가 운 좋게도 첫 번째 대상이 돼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 당 입장에서도 이 부실채권 소각 이벤트라는 게 상당히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죠. 정부 탓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저희가 구제하는 성공 경험도 보여줘서 이게 가능하다는 걸 던져주는 의미에서도 소각 이벤트가 갖는 의미가 있어요.

또 하나는 단지 계속 소각하는 게 아니라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데에 이벤트 자체가 갖는 파워가 있습니다. 그래서 당에서도 첫 번째 이벤트로 채택해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의원님들의 결단이 불과 제안한 지 몇 분 안에 한 분의 이견도 없이 전격적으로 결단이 같이 모였다는 게 의미가 있었던 행사 같고 이로 인해 채권채무시장의 부조리를 더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벤트라고 하셨어요. 그건 보여주기 측면도 있잖아요. 정치인에게는 보여주기식 이벤트도 필요할 것 같아요.

“네. 맞아요. 저는 굉장히 중요한 이벤트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이것도 하나의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이거든요. 어려운 채권시장을 쉽게 보여준 거죠. 저희가 66만 원으로 1억 원 채무를 해결해 준다는 건 뭐냐면 이 이벤트를 통해 채권시장이 황당하다는 걸 저희가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문제가 심각해서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중요한 소통수단으로서의 이벤트였어요.”

▲ 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조붕구 주빌리은행 이사가 5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부실채권 구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7일까지 원 구성 합의가 안 되면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했는데 비교가 됩니다.

“저는 여쭙고 싶은 게 원 구성은 당연히 저희가 해야 하는 거고 국민에게 법적으로 시한 내에 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끊임없이 협상에 응하지 않고 모든 협상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려요.

원 구성이 되어야 하지만 안된다고 저희가 일을 안 하면 안되는 거죠. 그것과 무관하게 국회의원은 당선 이후부터 반드시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특히 저희 당 123명 의원은 각자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뛰고 있습니다. 여기에 무노동이라는 걸 적용한다는 게 자칫 잘못하면 국민에게 정치가 무언가 할 수 있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벤트가 아니라 정치에 대한 불신을 일으키는 이벤트가 될 수 있지 않으냐는 측면에서 우려스러워요.” 

“채무자에게만 과도한 도덕적 책임 묻는 구조 바로잡아야”

- 의원님은 국회에 오시기 전에 부실채권이나 추심 등을 문제 관련 일을 해오셔서 국회에서의 의정활동이 더 기대됩니다. 현재 채권 채무 문제가 어느 정도인가요?

“지금 채권 채무 문제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는 자주 말씀드렸죠. 채무자에게만 과도하게 도덕적 책임을 묻고 채권자의 책임을 묻지 않는 구조 자체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봐요. 가계부채는 우리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을 위험이 있다고 할 정도로 문제 제기 되어왔는데 문제 제기 이면의 해결책은 뾰족이 나온 게 없죠. 그래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인권침해 요소와 빚을 갚지 못하면 이 사회에서 완벽하게 퇴출당하는 구조는 바로 잡고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데에 일단 의정활동 우선순위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 그럼 어떤 입법이 필요한가요?

“채권 추심하는 데 있어서의 문제를 제기해서 인권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심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는 아주 충실히 채권을 회수해야 합니다. 다만 채무자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도 지키면서 채권을 회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요.

또 부실채권시장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이나 사망자 채권까지도 지속해서 추심하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있어요. 이자율 문제도 바로 잡아야겠죠.

사실 일본계 대부업체가 지금 우리나라 대부업 시장에서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데 평균 금리가 30%를 넘어가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둬가잖아요. 이쪽을 조사해서 영업행위는 적법한지와 채권시장에서 일본계 대부업체가 채무자에게 무리한 추심은 하고 있지 않은지 그리고 과도한 영업이익을 챙기느라 많은 서민이 피해를 보지는 않는지 집중적으로 쫓아가 볼 생각입니다.”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5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조붕구 주빌리은행 이사에게 더민주 의원 123명이 기부한 세비 8,179만5,000원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이게 우리나라만의 구조적인 문제인지요. 아니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인가요?

“채무자 보호장치가 거의 전무한 상태라서 우리나라가 심각해요. 그러다 보니 공급자가 마음껏 과잉대출과 고금리대출을 하고 과도한 추심을 할 수 있는 구조적인 환경이 전제된 우리나라가 가장 심각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른 선진국들은 채무자 보호장치가 가장 중요한 견제 장치입니다. 그래서 함부로 대출하기도 힘들고 과도한 고금리대출을 했을 경우 채무자가 갚기 어려운 환경이 되면 오히려 대출을 해줬던 곳이 손해 볼 가능성이 높게 구조가 짜여 있습니다. 그래서 대출 공급자들에 대한 규제가 너무 없는 우리나라가 사실상 가장 가혹한 대출시장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대부업 광고 전면 금지 추진할 것”

- 빚 문제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케이블방송의 대부업 광고입니다. 입법으로 광고를 규제할 수는 없나요?

“추진할 겁니다. 특히 여성전용대출 광고들이 많잖아요. 저희 당에 여성운동을 열심히 하신 권미혁 의원님과 정춘숙 의원님도 계시는데 조만간 두 분 의원실과 같이 대부업 광고를 규제할 수 있는 입법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 어느 정도로 할 생각이신가요?

“일단 저희가 발의하는 내용은 전면 금지를 생각하고 있어요. 케이블방송뿐 아니라 IPTV와 인터넷 광고를 전부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서울시의회 새정치민주연합 민생실천위원회 박양숙 위원장이 제264회 정례회 개회를 앞둔 2015년 11월9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시의회 앞에서 '민생 속으로! 현장 속으로!'를 슬로건으로 민생투어에 나서기에 앞서 부실채권을 사들여 서민의 빚을 탕감하는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 프로젝트에 동참해 고통받는 채무자를 구제하기 서울시의회 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들이 모금한 부실채권매입 기금을 주빌리 은행(공동은행장 이재명, 유종일)에 전달하고 있다. 당시 제윤경 이사도 참석했다. <사진제공=뉴시스>

-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없애고 체크카드 소득공제를 높여서 체크카드를 많이 쓰도록 하는 게 낫다는 주장을 하시던데.

“이건 많은 시민단체와 협의를 해야 하는데 납세자연맹 등 세금 관련된 단체는 어느 정도 부정적일 수는 있지만, 논의를 해보고 싶어요. 가계부채가 심각한데 이왕이면 체크카드와 소득공제용 국세청 카드에 인센티브를 좀 더 주고 신용카드는 소득공제보단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해야죠. 왜냐면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90%가 상위 10%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보고도 있거든요. 그래서 소득공제보다는 세액공제로 할 때 오히려 중하 소득자들이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보다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저는 그렇게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대안 언론이 성장하는 데에 대안 언론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헌신, 그리고 독자님들의 지지와 응원이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아요, 더 많이 지켜주시고 함께 크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