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야만적 얼굴만 아니라 매우 친절‧부드러운 방식으로도 작동”
여성신학자 강남순 미국 텍사스크리스천대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는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제기된 ‘여성혐오’ 문제와 관련 20일 “여성혐오가 남성만의 전유물이 아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번 사건을 통해서 ‘여성혐오’가 어떻게 수많은 다층적 얼굴을 지니고 있는가를 사회적으로 학습하게 되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강 교수는 “흔히 ‘남성’만이 여성을 열등하고 위험한 존재로 간주하는 인식으로서의 여성혐오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아니다”며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고 해서 ‘여성혐오 사상’으로부터 면역되지 않는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그리고 우리의 구체적 현실 속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가부장제사회에서 자라고 교육받고 사는 여성들은 가부장제적 가치를 내면화한다”며 “그 가부장제적 사회는 여성의 열등성과 남성을 유혹하는 유혹자로서의 위험성을 지닌 존재라는 여성혐오사상을 지속시키고, 강화시키고, 정당화시키면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남성만이 여성혐오사상을 내면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도 여성혐오사상을 내면화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사건과 관련 SNS에서는 “강남 살인남 얘기를 해주니 우리 엄마가 첫번째로 한 말이 ‘그러니까 왜 여자가 그 시간에 강남에서 놀고 있어’였다, 여성이니까 성차별 안하는 건 아니다”(@1stm******) 등의 글이 올라왔다.
앞서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이 4.13총선 여성예비후보자 대회에서 “우리나라 정서에 여자가 너무 똑똑하게 굴면 밉상을 산다. 약간 모자란 듯 보여야 한다”고 여성 비하 발언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여성 안의 여성혐오’의 사례로 강 교수는 “소위 ‘지도자’로서 누구를 원하는가를 물으면 다수의 여성들이 ‘남성’을 원한다”면서 “남성이 여성보다는 더 ‘믿음직’고 실력이 있다고 보는 것,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보는 여성혐오의 자취”라고 ‘백마탄 왕자 신드롬’을 설명했다.
강간사건이 일어났을 때 “희생자인 여성에게, 여성들이 우선 묻는 것도 ‘네가 도대체 어떻게 행동했기에, 또는 무슨 옷을 입었기에 그런 일을 당했는가’”라며 “즉 남성의 ‘유혹자’로서의 ‘위험한 여성’이라는 생각이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여성들 속에서도 잠재하여 있다”고 성찰해야 할 모습임을 지적했다.
아울러 강 교수는 “노골적이고 야만적인 얼굴만이 아니라, 매우 친절하고 부드러운 은밀한 방식으로도 작동되고 있다”면서 “여성을 매우 우대해주는 것 같은 소위 ‘신사도’의 근원적인 인식의 출발점은 여성을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은밀한, 그러나 강력한 ‘여성혐오’”라고 ‘친절한 남자’의 함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강 교수는 “여성혐오는 남성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 또한 여성혐오는 노골적인 방식으로만이 아니라 은밀한 방식으로 도처에서 작동되고 있다는 점을 ‘학습’하고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의 글에 페이스북 이용자 ‘방**’는 “약자에 대한 시스템이 부족한 우리 현실이 약자에 대한 아무 정책도 없는 정부 권력층의 비호를 받으며 더욱 만연해지고 있다”면서 “정신병증 역시 그 시대의 사회현상과 맥락을 같이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의 병증들이 우리 시대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의견을 올렸다.
‘장**’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과거에 가부장적으로 단선적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은 좀 복잡하게 내제화된 복합적 얽힘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라며 “내적 불균형을 시정하려는 노력은 남녀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에 공감한다”고 댓글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