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뉴스닷컴
사회go
서천석 “정신병에도 맥락有…분명한 ‘여성혐오’ 범죄”“불필요한 논쟁 이제 그만…안전사회 만들기 위한 구체적 노력 필요”
  • 0

김미란 기자  |  balnews21@gmai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6.05.20  15:49:15
수정 2016.05.20  15:56:34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강남역 살인사건’의 피의자 A씨가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여성혐오’ 사건이 아니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원장은 “정신병의 증상은 사회적 맥락 속에 있다”며 “이 사건은 분명한 여성 혐오 범죄”라고 반박했다.

서천적 원장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 장문의 글을 통해 이 같이 주장, “과거 권위주의 독재 시절에는 많은 조현병 환자들이 환청을 호소하면서 중앙정보부가 나를 미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그 무렵 어떤 환자가 TV뉴스 생방송 중 뛰어들어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는 말을 외치기도 했다”는 당시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학생운동을 한다고 정신질환에 걸리는 것도 아니고, 정신질환에 걸린 사람이 학생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학생운동 경력이 있는 사람이 정신병이 생기면 그 증상에 정치적 내용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이어 “망상이란 자기의 사고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사고 내부에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출구에서 시민들이 살인 사건 피해자 여성 추모글을 남기고 있다.피해자 20대 여성은 지난 17일 강남역 인근 상가 화장실에서 본인이 평소에 여자들에게 무시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용의자 김모씨에게 흉기에 찔려 숨졌다. <사진제공=뉴시스>

서 원장은 피의자 A씨가 범행 동기로 “여성들이 나를 무시해서”라고 말한 부분에 중점을 뒀다. 그는 “이 말은 사회적 맥락을 갖고 있고 그것은 ‘여성혐오’”라며 “이것이 그의 망상이라고 하더라도 그 망상은 ‘여성혐오’라는 사회적 맥락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이 큰 이슈가 된 이유는 한 범죄자의 말 때문이 아니다. 그 범죄가 일어난 우리 사회의 위험한 현실 때문”이라며 “강력 사건의 희생자 비율이 남성에 비해 여성이 8배가 넘는 통계로 알 수 있듯 여성들이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 원장은 “이 문제로 불필요한 논쟁을 할 필요가 없다. 필요한 것은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 노력”이라며 “여성 혐오 의식이 정신병의 증상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면 그 심각성을 인정하고, 사회 전반에 이런 의식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구조적 개혁을 하고 의식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신병이 범죄의 원인이냐? 아니면 여혐이 원인이냐?’ 이런 수준 낮은 논쟁은 이젠 멈춰야 한다”고 일갈했다.

한편, 서천석 원장의 해당글은 1만 건이 넘는 ‘좋아요’를 기록, 20일 오후 4시 현재 4,300건 가까이 공유되며 페북 이용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다음은 서천석 원장 페이스북 게시글 전문

강남역 살인 사건. 범죄자에게 정신병이 있으니
여성 혐오 사건이 아니라고 말하는 주장에 대해서...

정신병에도 맥락이 있다. 과거 권위주의 독재 시절에는 많은 조현병 환자들이 환청을 호소하면서 중앙정보부가 나를 미행하고 도청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무렵 어떤 환자가 TV 뉴스 생방송 중 뛰어들어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는 말을 외치기도 했다. 80년대 후반에는 사회적으로 미국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면서 CIA가 환청의 소재로 등장하는 경우도 생겼고 2000년대 이후 삼성의 지배력이 커지면서는 삼성이 소재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학생운동을 한다고 정신질환에 걸리는 것은 아니고, 정신질환에 걸릴 사람이 학생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학생운동 경력이 있는 사람이 정신병이 생기면 그 증상에 정치적 내용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망상이란 자기의 사고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사고 내부에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어떤 사람은 정신병(이 경우 정신병은 현실에 대한 검증력이 떨어져 현실과 비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질병 상태, 대표적으로는 급성기의 조현병, 조울정신병을 의미한다)을 가진 사람이 사회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드러낸다고 이야기한다. 사회적 문제의 리트머스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정말 그런지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신병의 증상은 사회적 맥락 속에 있다는 것이다.

어제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여성이 번화가의 화장실에서 한 남성에 의해 칼에 찔려 죽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화가 났고' 그래서 죽였다는 말을 했다. 그 남자는 오랜 조현병의 치료력을 갖고 있고 현재는 치료를 중단한 상태다.

그가 지금 정신병적 급성 상태에 있는지는 나로서는 정보가 없어서 모르겠다. 그가 현실적인 판단력을 잃고 심각한 공격적인 행동을 했는지도 알 수 없다. 정신병을 가진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면 그 행위가 모두 정신병 때문인 것은 아니다. 정신병을 가진 사람의 범죄율이 정신병이 없는 사람에 비해 낮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은 다양한 이유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고, 여기에 일부 정신병적 증상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것으로 범죄를 다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런 정신병적 증상을 갖고도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신병을 가진 한 사람이지, 정신병 그 자체가 아니다. 한 사람으로서 그들은 다양한 기질과 성격, 성장배경, 문화, 생활 조건이 다르며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도 다양하다.

문제는 그가 '여성들이 나를 무시해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한 것이다. 이 말은 사회적 맥락을 갖고 있고 그것은 '여성혐오'다. 이것이 그의 망상이라고 하더라도 그 망상은 '여성혐오'라는 사회적 맥락을 반영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남자와 여자가 동등하고, 여자가 남자를 무시하는 것이, 남자가 남자를 무시하는 것에 비해서 특별히 남자들에게 더 기분나쁜 상황이 아니라면 그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신병을 갖고 있으며, 범죄를 저지른 그는 아마도 이유를 알 수 없는 소외감과 분노에 시달렸을 것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소외감의 원인을 여성들의 자신에 대한 태도에서 찾고, 분노의 초점을 여성들에게 맞춘 것은 분명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이뤄진 것이다. 우리 사회 내에서 최근 들어 뚜렷하게 늘어난 심리적 현상인 여성 혐오가 (만약 그에게 정신병적 망상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의 망상 속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여성 혐오 현상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는 그런 망상을 갖지 않았을 것이고 다른 망상을 가졌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정신병적 증상은 맥락이 있다.

결국 그가 정신병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이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라고 말할 근거일 수 없다. 오히려 정신병을 가진 사람이 범죄의 이유로 '여자들의 무시' 운운하는 상황이 여성 혐오 이슈를 우리가 중요한 문제로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그래서 이 사건은 분명한 여성 혐오 범죄다. 그가 정신병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닌 것이 아니라 그가 정신병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여성혐오 범죄인 것이다.

한 가지 더. 또 상상해 보자. 만약 우리 사회가 여성이 남성과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안전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누군가 이런 살인을 저지르고 여성들이 나를 무시해서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그때도 지금과 같은 사회적 파장이 일어났을까? 수많은 여성들이 두려움에 떨고 분노에 사로잡히게 되었을까? 분명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일부 그런 분들이 있더라도 그저 해프닝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이 큰 이슈가 된 이유는 한 범죄자의 말 때문이 아니다. 그 범죄가 일어난 우리 사회의 위험한 현실 때문이다. 강력 사건의 희생자 비율이 남성에 비해 여성이 8배가 넘는 통계로 알 수 있듯 여성들이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뿌리 깊은 여성 차별에 더해서 최근 잘못된 여성 혐오 의식으로 위험성은 더 커지고 있다. 여성 혐오 의식의 확산으로 범죄의 가해자들이 스스로를 정당하다고 여기니 범죄의 잔인성은 증가하며 모방 범죄도 늘어난다.

이 문제로 불필요한 논쟁을 할 필요가 없다. 필요한 것은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 노력이다. 여성 혐오 의식이 정신병의 증상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면 그 심각성을 인정하고, 사회 전반에서 이런 의식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구조적 개혁을 하고 의식의 변화를 추구해야지 지금 뭐를 하고 있나 싶다. '정신병이 범죄의 원인이냐? 아니면 여혐이 원인이냐?' 이런 수준 낮은 논쟁은 이젠 멈춰야 한다.

 

[관련기사]

김미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뒤로가기 위로가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남북협력, 다양한 대화 주체 필요.. 정부는 큰 틀에서 관리해야”

“남북협력, 다양한 대화 주체 필요.. 정부는 큰 틀에서 관리해야”

오는 18일은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 21년째 되...
“KBS,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 왔다”

“KBS,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 왔다”

최근 우리 사회에 언론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
“검찰개혁, 이번에도 쉽지 않아…총대 멜 사람 많지 않아”

“검찰개혁, 이번에도 쉽지 않아…총대 멜 사람 많지 않아”

최근 우리 사회 최대 화두 중 하나는 검찰개혁이다....
심인보 “특권적 검찰 문제, 민주공화국 시민 정체성 위협”

심인보 “특권적 검찰 문제, 민주공화국 시민 정체성 위협”

지난 10월 21일과 29일 MBC 에서는 검사범죄...
가장 많이 본 기사
1
‘정경심 790회 차명투자’…전우용 “회당 2만원 꼴, 국민 바보취급”
2
엄경철 “유시민 알릴레오 1차 보고서 나와…권고 수순 갈 듯”
3
박범계 “朴때와도 달라…전 언론 ‘정경심 공소장’ 당일 보도”
4
이종걸 “정경심 재판 2년 이상…무죄 나와도 만신창이”
5
<대통령의 7시간> 14일 전국개봉.. 멀티플렉스 외면 속 네티즌 “상영관 확대” 요구
6
“검찰 상상인저축銀 압수수색, 전혀 다른 내용인데 ‘조국 의혹’으로 보도”
7
네티즌, 홍보도우미 ‘자처’.. <대통령의 7시간> 예매운동
8
삼성과 17년 홀로 싸운 벤처기업인, 이재용 재판부에 탄원.. 왜?
9
공주대 한달전 ‘문제없다’ 판정했는데 검찰 공소장 왜 반대로 적시?
10
호사카 “日극우, 신친일파 적극 활용…돈주며 비밀회의”
go발뉴스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200-115  |  대표전화 : 02-325-8769  |  팩스번호 : 02-325-876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영우
사업자등록번호 : 105-87-76922  |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서울 아 02285  |  등록일: 2012년 10월 9일  |  발행/편집인 : 김영우
공식계좌 : 국민은행 090501-04-230157, 예금주 : (주)발뉴스
Copyright © 2012 go발뉴스닷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balnews21@gmail.com
저희 ‘go발뉴스’에 실린 내용 중 블로거글, 제휴기사, 칼럼 등 일부내용은 ‘go발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