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시 “사재기하겠다” 70% 이상…기재부 “신중 검토”
최근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담뱃값을 현행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이후 이에 대한 찬반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담뱃값 인상이 기대만큼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힘을 실어 줄만한 근거들이 계속 제시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담뱃값이 많이 오르면 담배 소비를 줄일 것이므로 많이 올릴수록 금연 확산을 통한 저소득층의 가계수지가 개선 효과로 인해 소득불균형은 오히려 개선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창우 보험연구원(KIRI) 연구위원은 18일 공개된 ‘KIRI 위클리 포커스’를 통해 “동 법률안은 세수의 일부를 저소득층에게 지출하도록 명시함으로서 담뱃세의 소득역진성을 완화할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소득계층별 담배가격에 대한 수요탄력성을 명시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담뱃세가 초래할 소득역진성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법률안 개정의 근거로 제시하는 담뱃값의 상승으로 인한 수요억제효과에 대해서는 선행연구에서 큰 이견은 없다”면서도 “해외 선행연구는 담뱃세의 소득 역진성이 생각만큼 크지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근거로 이 연구위원은 “미국 의회예산국의 연구는 담배에 대한 지출이 소득에 비례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제시한다”며 “이는 소득이 높아질수록 흡연강도가 강해지며 비싼 담배를 소비하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영국의 경우,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에서 담배가격에 대한 수요탄력성이 더 낮다는 결과를 제시한 연구결과를 언급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 관계자는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오히려) 저희 입장을 반영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보험연구원 자료는) 그런 (역진성완화) 효과의 크기에 대해서는 말을 못하겠다는 이야기지만 그런 효과도 있다는 것을 그나마 인정한 것 아닌가”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현 (담뱃세) 구조가 간접세고 종량세 아니냐. 저소득층이 담배 소비를 더 많이 한다고 데이터가 나와있으니 이미 역진적인 것”이라며 “가격을 올려 흡연율이 떨어진다면 저소득층에서 (흡연율이) 더 줄어든다는 전문가 리포트가 있으니 그러면 (담배값 인상이) 저소득층에 더 불리한 구조가 아니라는 것을 (저희 쪽에서는)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국납세자연맹은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담뱃값 인상에 대한 분명한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연맹은 “담배는 저소득층일수록 많이 피워 가장 역진적인 세금”이라며 “흡연에 따른 진료비, 간병비, 조기사망에 따른 소득 손실 등이 5조 6000억원이라고 하지만 확실한 수치가 아니다. 여러 가지 가정의 조합으로 과대계상 소지가 있고 긍정적인 부분은 아예 계산에서 제외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연맹은 “상당수 저소득층 흡연자가 자신을 위해 쓰는 유일한 지출이 담배고 유일한 낙으로 스트레스를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며 “경제학자들은 술, 담배, 도박처럼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에 높은 세금(죄악세)을 매겨야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허용해주고 높은 세금을 걷는 것은 저소득자, 서민들에게 증세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연맹은 “현 정부는 엄청나게 늘어나는 복지재원을 증세 없이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조달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담배 값 인상, 소득공제축소, 새로운 소득공제신설 억제, 유류세 인하 거부 등을 통해 힘 없고 만만한 서민들이 복지재원의 상당액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복지에는 공짜가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담뱃값 인상이 실질적인 흡연자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한국건강증진재단과 이영수 한국항공대 교수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담배가격인상 부작용 대처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 해줄 수 있다는 평가다.
해당 보고서에 담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담배가격이 2,000원 인상된다면 76.9%는 금연에 대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은 46.7%였으며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30.2%였다.
그러나 담배가격이 인상된 이후 ‘금연을 시도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16.6%에 머물렀다. ‘담배를 덜 피우려고 했다’는 응답자도 24.2%이지만 이는 ‘양의 차이’일뿐 담배를 피우는 것은 여전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담배소비를 줄이지 않았다’는 응답자는 36.9%에 달했다.
즉, 담뱃값을 인상해도 담배를 끊지않는 응답자는 61.1%에 달하는 셈이다. 담배값 인상시기(2004년 12월) 이전 담배를 피우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없는 응답자는 22.2%였다.
담뱃값이 4500원으로 인상될 경우, 응답자의 74.4%는 사재기를 하겠다고 답했다. 최근 북한의 도발위협에 따른 ‘생필품 사재기’ 현상은 없었지만 ‘담배사재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언론의 ‘웃지못할’ 보도를 뒷받침하는 결과인 셈이다.
평균적인 사재기 양은 68.1갑으로 나타났다. 41갑~61갑 이하를 사재기하겠다는 답변이 25.5%로 가장 많았으며 21갑~40갑 이하는 21.7%, 81갑~100갑 이하는 21.5%로 비슷했다. 20갑 이하는 18.2%, 101갑 이상은 8.6%, 61갑~80갑 이하는 4.6%였다.
담뱃값 인상을 둘러싼 정부의 입장은 미묘해 보인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뱃값을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경제부총리) 후보자는 12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담배가격 인상은 국민부담 증가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때문에 이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담배 관련 소관부처인 복지부와 기재부의 ‘수장’이 서로 다른 시각을 보인 셈이다. 이후 진 장관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담배가 서민기호품이라는 점과 물가 등을 들며 담뱃값 인상에 대해 “고려할 부분이 많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19일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복지부는 ‘2013년 금연 홍보 추진 방안’을 통해 올해 중점 추진 사항 중 하나를 ‘담배가격 인상을 위한 분위기 확산’으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복지부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여론을 환기하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오석) 장관 내정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말고는 특별한 것이 없다”며 “원래 기재부는 뭘 하더라도 신중한 입장이다. 총괄조정부처이지 않느냐”는 입장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