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18일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착수한 것에 대해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단독으로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권성동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회의장 직권상정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이후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 국회 운영위원장인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산회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운영위에서 부의하지 않더라도 국회법 87조에 따라 30인 이상의 요구가 있다면 그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 부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법사위를 피해 곧바로 본회의에 올리기 위한 꼼수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의 단독 의결은 “법에 근거된 절차를 모두 무시하고, 3선 개헌하듯 날치기를 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수석은 “국회법 제77조에 따르면 의원 연서나 교섭단체 간 협의가 없는 의사일정 변경은 불가능하다”며 “그러나 오늘은, 연서도 없었고 협의도 없었다.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수석은 “국회법은 국회 운영의 룰을 정하는 법률”이라며 “이런 법률이 여당 일방의 날치기로 바뀐 전례가 없다. 오늘 새누리당의 공작은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규탄했다.

이어 이 수석은 “더민주는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날치기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원천무효 불법행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당의 사활을 걸고 모든 당력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서기호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국회법 제87조의 취지를 전혀 엉뚱하게 해석한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이를 근거로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려 한다면 다수의석을 앞세워 국회질서를 유리한 폭거로 기록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서 대변인은 “국회법 제87조는 해당 상임위의 결정에 반하는 의사를 가진 의원들의 입법심사권을 보장하는 한편, 모든 의안에 대한 최종 처리 권한이 본회의에 있다는 기본 원칙을 분명히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면서 “상임위가 본회의에 부의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했더라도 의원 30인 이상의 요구가 있다면 본회의에서 논의할 기회를 부여하도록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 대변인은 “상임위에서 여야 간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안을 본회의에 우회상정하기 위해 국회법 제87조를 끌어다 쓰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면서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롯해 새누리당 운영위원들은 무효를 선언하고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또 서 대변인은 “국회법을 유린한 새누리당의 폭거에 대해 정의화 국회의장께서도 응당한 조치를 취해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 드린다”고 국회의장에게 요구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도 “18대 국회 말미에 합의로 통과된 국회선진화법을 두고 이제 입장이 바뀌니 제도가 문제인양 호도하는 것은 어이가 없다”며 “대화와 합의 없이 날치기와 몸싸움이 난무하는 예전 국회로 돌아가자는 말인가”라고 맹비난했다.

국회 선진화법은 지난 2012년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이 주도적으로 만든 법안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4.11총선 직전 “18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선진화법을 꼭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2012년 5월 2일 열린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 <사진=정치시사 블로거 아이엠피터 블로그>

관련해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2015년 5월 15일 대구 <매일신문> “[이상돈의 소리와 울림] 국회선진화법이 문제인가” 기고에서 “새누리당 비대위가 국회선진화법을 추진한 데는 정치적 의도도 없지 않았다”며 비사를 폭로했다. 

2012년 총선 당시 법안이 추진된 배경과 관련 이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단적인 국정에 이끌려가던 한나라당은 2010년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연거푸 패배함으로써 당 지도부가 와해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구원투수로 나서게 됐다”며 “한나라당이 그렇게 된 데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한나라당이 각종 법안과 예산안을 번번이 날치기 통과시킨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되짚었다.

이에 “쇄신파 국회의원들이 미국 상원에서와 같은 의사규칙을 만들자고 제안하기에 이르렀다”며 박 대통령이 이끌던 새누리당 비대위가 정치쇄신책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야당의 의사방해도 금지하는 조항을 추가해서 제안한 것이 국회선진화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적 의도와 관련 이 교수는 “새누리당이 135석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에 그런 의석 구도하에서 국회선진화법은 새누리당의 입지를 도와줄 법률이었다”며 “그해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패배한다면 국회선진화법은 새누리당이 갖게 될 마지막 무기였던 셈”라고 ‘꼼수’ 의도를 지적했다.

▲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인 권성동 의원과 대변인인 신의진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앞에서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제출과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관련해 SNS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은 자기들이 만든 ‘국회선진화법’이 악법 통과에 거추장스럽자 날치기 하려고요?”(서주호 정의당 서울시당 사무처장), “그거 새누리당의 공약인 동시에 비대위원장이었던 박근혜가 “꼭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던 법인 거 모르심? 진실하지 못한 자네”(yoj*****), “국회선진화법, 김무성 등 새누리당이 요구하고 발의해서 만든 법 아닌가?”(eter*****),

“자기들이 발의한 법을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본회의에 올리려 스스로 부결시키고 다시 상정? 아주 법을 가지고 놀고 있구나 이게 민주주의 법치국가냐?”(kok*****), “예전에 하던 날치기 시절이 그리운가보네”(dht******)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