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운 변호사 “조약 아닌 정치적 선언…朴정부, 여론 빌미 폐기할 수 있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해 30일 “국회의 동의가 없기 때문에 무효임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합의는 우리 국민의 권리를 포기하는 조약이나 협약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이같이 무효를 선언했다.
문 대표는 “위안부 문제해결의 핵심인 일본정부의 법적책임 인정과 그에 기초한 사과와 배상이 빠진 합의는 ‘최종적, 불가역적’일 수 없다”면서 “평생을 고통 속에 사신 피해자들을 빼고는 대통령이 아니라 누구도 최종과 불가역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표는 “가해자의 법적 책임을 묻고 사과와 배상을 요구해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이해해달라고 하니 기가 막힌다”며 “정부의 졸속적이고 굴욕적 이번 합의는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적 자충수가 불러온 참담한 결과”라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28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와 관련한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일본의 잘못된 역사적 과오에 대해서는, 한일관계 개선과 대승적 견지에서 이번 합의에 대해 피해자분들과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표는 “우리는 국내외 수많은 양심들,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일본의 법적책임과 사죄, 배상을 끝까지 묻겠다”면서 “일본은 10억엔이 배상이 아니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정부는 그 돈을 받지 말라”고 요구했다. 문 대표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려면 전액 우리 돈으로 설립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합의문 만들지 말자한 저의 뭔가…국회 동의 절차 피하려?”
국회 동의 절차와 관련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한국측이 합의문을 만들지 말 것을 요구했다는 요미우리 신문 보도를 지적하며 “저의는 무엇인가, 우리 헌법상의 문제를 의식해 국회 논의를 배제하기 위해 그리했던 것은 아니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헌법 제60조 제1항에 따르면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에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박 교수는 합의문 형식으로 정리했다면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로 볼 수 있기에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합의문을 만들지 말자고 했다면 위의 헌법 문제를 우회하여 합의하길 원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국회의 조약에 관한 동의권을 사실상 침해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며 정부의 해명을 요구했다.
박 교수는 “나는 처음부터 이런 합의를 외교장관 혹은 그를 지휘·감독하는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면서 “정부가 합의를 한다고 해도 그것은 조약의 형식을 취해 국회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맞다고 보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30일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번 합의는 조약이 아니며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면서 “때문에 우리 정부는 국내 여론을 이유로 이 선언을 폐기할 수도 있으며, 이 정부가 그것을 못한다면 향후 정권교체 후 새 정부가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합의문을 만들지 않으려 한 이유에 대해선 박 교수는 “합의문서를 만들어 양국 대표가 서명하는 절차를 거쳤다면 자칫 조약으로 간주될 수 있고 그런 경우 비준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며 “만일 국회 동의절차가 진행된다면 이런 합의는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로 “애국적 발로의 가능성”을 꼽으며 “언제든지 한국 정부도 이 합의를 폐기할 수 있는 법적 가능성을 만들어 놓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