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제국의 위안부'를 통해 종군위안부를 '자발적 매춘부'로 묘사하고 일본군과 종군위안부를 '동지적 관계'로 표현했다는 이유로 검찰로부터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저자 박유하(오른쪽) 세종대 교수가 2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세종대 박유하 교수가 그의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되자 지식인들이 기소반대 성명을 내고 ‘학문과 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국의 위안부’ 사태가가 ‘학문의 자유’ 문제로만 다뤄져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연구자와 활동가 일동’은 2일 성명을 내고 “검찰 기소는 과하지만, ‘학문의 자유’ 관점으로만 보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제국의 위안부>는 충분한 학문적 뒷받침 없는 서술로 피해자들에게 아픔을 주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이 성명에는 윤정옥 이화여대 명예교수, 정진성 서울대 교수,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 등 60명이 1차 서명자로 참여했다.

2차 서명 참여 의사를 밝힌 역사학자 주진오 상명대 교수는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역사에 대한 해석을 역사 전문가도 아닌 법관에게 맡긴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박유하 교수가 학문의 자유를 침해당한 피해자로만 보려는 시각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의 책에 의해 정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위안부’ 할머니들”이라면서 “어떤 연구자도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적인 표현을 해 놓고는, 학문의 자유를 내세워 합리화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역사를 왜곡하고 피해자들을 매춘이나 일본군의 협력자로 매도, 명예를 짓밟았다며 책 '제국의 위안부' 폐기와 저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의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도 페이스북을 통해 “<제국의 위안부>건은 꽤 복잡한 사안”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위안부 중에는 일본의 협력자라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다’는 점에 대한 환기 정도라면 얼마든지 학문의 자유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도 “‘일본제국에 대한 애국의 의미’, ‘제국의 피해자이면서, 구조적으로 함께 국가 협력(전쟁수행)을 하게 된 동지의 측면을 띤 복잡한 존재’, ‘피해자이자 협력자라는 이중적인 구도’, ‘기본적으로 군인과 동지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식의 단정적인 서술은 학문의 자유에 입각한 표현이라고 하기에는 피해자(개인과 집단)의 명예를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또 “이 문제에 관해 ‘학문의 자유’ 침해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학문의 자유는 불가침이라는 식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또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물론 법적 해결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는 중요하다”면서 “그런데 그런 입장이라면 피해자가 어떤식으로 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지도 동시에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유하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명예훼손 사건의 첫 공판이 오는 14일 열린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책에 서술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로 박 교수를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