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나선 감사원, 자살 고교생 학교는 쏙 빼

형식적 사후처리 ‘도마’…성기노출 수모 사실도 밝혀져

지난 11일 경북 경산에서 최모(15)군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자 감사원은 전국의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최군이 다녔던 중학교는 방문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뉴스1’에 따르면, 경북도교육청 등에 확인한 결과 감사원 직원 4명이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위해 13일 경북 경산의 모 고교를 찾았으나 최군이 다녔던 J중학교는 방문하지 않았다.

감사원 조사는 전국의 학교폭력 실태를 파악해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 위한 것으로, 이날 경북지역을 찾은 것은 자체 감사 계획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이번 주까지 학교폭력 실태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그러나 최군이 중학교 때부터 폭력에 시달린 사실을 학교가 알고도 아무 조치하지 않은 것이 경찰조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형식적인 조사라는 비판과 함께 사후 처리가 아닌,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교조 경북지부 김영성 사무처장은 14일 ‘go발뉴스’에 “학교 교육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한 후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책임자를 가려 그 부분에 대한 책임을 전가시키는 미봉책만 쓰고 있다”면서 “근본적인 교육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이런 사건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건이 발생하면 사후 처리가 아닌,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번 안타까운 사건을 계기로 교육의 근본적인 시스템을 점검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14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경북 경산경찰서는 숨진 최군이 2011년 여름, 가해 학생에게서 발로 걷어차였고 담임교사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전혀 몰랐다는 학교 측의 공식입장과 배치되는 결과다.

숨진 최군은 심지어 중학교 때 같은 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강제로 성기를 내보이는 수모를 당했다는 진술까지 나와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김영성 사무처장 “이를 보고도 무관심한 아이들도 문제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메말라 가거나 개별화되어가는 것”이라면서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단순히 무관심한 아이들을 탓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무관심해 질 수밖에 없는 교육시스템, 즉 교육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군에게 강제로 성기를 꺼내 보이게 한 권군은 최군이 유서에서 가해자로 지목한 학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군은 '(중학교 2학년 때인) 2011년부터 지금까지 동급생 5명으로부터 폭행과 갈취 등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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