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줄세우기’ 교육정책, 이기적 인성 키워”
경북 경산에서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CCTV를 잘 설치해 학교폭력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 23층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1일 오후 7시 40분쯤 경산시 정평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고교 1년생 최모(15)군이 23층에서 뛰어내려 숨진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해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군은 노트 1장 분량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유서에서 최군은 “학교폭력엔 금품갈취, 언어폭력, 사이버폭력, ‘빵셔틀’ 등등(이 있는데) 이 중 내가 당한 것은 물리적 폭력, 조금이지만 금품갈취, 언어 폭력”이라고 밝혔다.
이어 “학교폭력은 지금처럼 해도 100% 못 잡아낸다. 안에서도 화장실에도 여러 가지 시설들이 CCTV가 안 달렸거나 사각지대가 있다”면서 “이들한테도 주로 CCTV가 없는 데서, 아니면 있다 해도 화질이 안 좋아 판별하기 어려운 데서 (괴롭힘을) 받았다”고 적었다.
최군은 “다들 돈이 없어서 교체하지 못한다는데, 나는 그걸 핑계라고 본다”며 “학교폭력을 없애려면 CCTV를 더 좋은 걸로 설치하거나 사각지대 혹은 설치 안 돼 있는 곳도 판별이 될 수 있을 정도의 CCTV를 설치해야 한다”고 썼다.
이와 관련, 전교조 경북지부 김자원 정책실장은 ‘go발뉴스’에 “CCTV는 그 순간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폭력을 행사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CCTV를 피해서 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CCTV가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먼저”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교사들이 학생들과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폭력과 관련, “교사들이 이에 대처 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김 실장은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는 집단연수가 아닌, 학교폭력에 대한 실질적인 메뉴얼들이 잘 활용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문제는 경쟁교육에서 온다는 지적과 함께 MB정부의 교육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자원 정책실장은 “MB정부 들어 일제고사를 치르게 하는 등 아이들을 ‘줄세우기’하는 정책을 폈다”면서 “아이들이 서로 협력하고 이해하기보다 나밖에 모르는 등 인성자체가 메말라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어 “경쟁에서 도태되면, 아이들이 폭력에 더 노출된다”면서 “중요한 문제는 가해자와 피해자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 아이들이 거의 방관자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제해결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듯이 일제고사나 경쟁교육을 하루빨리 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군은 ‘2011년부터 지금 현재까지 괴롭혀 왔던 애들’이라며 자신과 같은 중학교에 다녔던 동급생 5명의 이름을 밝혔다.
최군이 가해학생으로 지목한 이들은 모두 지난달 최군과 함께 경산의 중학교를 함께 졸업한 동급생이었다. 이 가운데 ㄱ(15)군과 ㅂ(15)군은 4일 최군과 함께 경북 청도군 특성화고교에 함께 진학했다. 다른 특성화고교에 진학한 ㄴ(15)군은 2011년 겨울 최군 집에서 함께 지냈을 만큼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