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에서도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가 “검인정 교과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교과서 형태”라고 강조하며,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태진 교수는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교과서가 문제가 있다면 (검인정 제도 안에서)고쳐 나가면 된다’면서 “정부가 국정화 추진으로 불필요한 소모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정부가 좌편향이라고 주장하는 현재의 한국사 검인정 교과서는 박근혜정부 초기 청와대가 직접 검증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정부 초기에 검인정 작업 심사가 일단 끝났을 때도 교문수석실에서 한 부를 가져가서 열흘간 검토를 했다”고 밝히면서 “그러니까 아주 좌편향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 그런 책은 객관적으로 볼 때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런 것이 남아 있으면 고치면 되는데, 그걸 꼬투리로 해서 제도를 바꾸는 건 현명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 <사진제공=뉴시스>

이태진 교수는 ‘교과서 집필은 국편위에 맡기고 손을 떼겠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과거의 예로 보면 정권의 영향이라는 건 완전히 배제하기는 쉽지 않다”며 정권의 입맛에 따라 역사가 편향되거나 왜곡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국정화가 일본의 역사왜곡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본에 대해 강한 비판을 담으면 일본이 외교적으로 문제를 삼을 수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시 말해 국가가 교과서를 1종으로 단일화해 국정으로 만들게 되면 외교적인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일본의 역사왜곡 행위에 대해 강하게 비판할 수도 없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 교수는 ‘국정화 반대세력이 적화통일을 준비하려는 용공세력’이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지금 교과서에 그런 게 나와 있는 건 없다”면서 “지금 제도 자체를 바꾸려하니까 이건 민주주의에 역행한다고 해서 사회적인 반발이 굉장히 심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