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가 3박 4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8일 귀국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것과 관련 여야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희호 여사가 ‘개인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것을 강조하며 의미를 축소한 정부를 비판했고, 새누리당은 북측의 ‘예의’를 지적하면서도 김대중 평화센터의 준비 미흡을 꼬집었다.

▲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방북을 마치고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경,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與 “김대중 센터 준비 미흡” vs 野 “정부, 개인자격 방문 한정”

새정치연합 허영일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김정은 면담 불발’의 원인에 대해 “통일부가 ‘개인자격’을 강조하면서 이희호 여사의 ‘남북대화의 전문적 식견’을 전혀 활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 “박근혜 대통령의 적극적인 대화 의지도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비난의 화살을 김대중 평화센터로 돌렸다. 하태경 의원은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희호 여사 방북단, 김정은에 완전 무시당했군요”라면서 “김정은은 고사하고 김양건 아태평화위 위원장도 못 만나고 관광코스만 돌아보다 왔다”고 적었다.

하 의원은 이어 “고령의 이 여사에게 기본적 예의도 못 갖춘 김정은도 속 좁지만, 제대로 준비 안 된 방북을 강행한 김대중 재단 관계자들도 참 대책없는 분들”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개인 자격’ 방문․ 6.15선언 주역 배제가 원인

전문가들은 김정은 면담 불발 원인으로 이희호 여사가 민간인 신분으로 방북한 것과 이번 방북단에 6.15공동선언 관련자들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방북단 구성에서 6·15공동선언 주역들이 빠졌고, 반면 북한이 거부해온 ‘인도주의적 지원’ 성격이 강했다”고 분석했다.

또 이번 방북을 ‘개인 자격’ 차원에 한정시키며 별다른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정부 태도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당국 차원에서 메시지를 주고 무게를 실어주었으면 (결과가) 다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또한 “정부가 이희호 여사의 방북을 다소 소극적으로 생각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앞서 통일부는 이번 방북이 “의미는 있지만 정부 차원의 메시지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SNS상에서는 북한이 남북관계의 ‘어른’으로 평가받는 이희호 여사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의 면담을 회피, ‘의전상 결례’를 보였다는 지적과 함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이희호 여사의 행보에 경의를 표하는 등의 네티즌 반응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