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책임한 발표에 갈 곳 없는 저소득층 환자들

정형준 정책국장 “병원 공개와 함께 정확한 정보와 해석 뒷받침 돼야”

정부가 뒤늦게 메르스 의심 환자가 나오거나 거쳐 간 병원 24곳을 공개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일부 명단이 실제와 달라 ‘뒷북대응’도 모자라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정부는 “(메르스) 실제 감염 경로가 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병원에 대한 강력한 통제가 불가피하게 됐다”면서 병원 24곳의 명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개된 메르스 병원 24곳 명단의 일부 지명과 병원 이름이 잘못된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선제 대응과 이에 대한 여론을 의식해 허둥지둥 ‘뒷북 공개’ 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사진제공=뉴시스>

인도주의 실천 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은 ‘go발뉴스’에 “병원만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 공개와 더불어 정확한 정보와 구체적인 해석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사후 조치 등 구체적인 정보 제공 없이 24개 병원만을 쭉 기술한 이번 정부 발표가 국민 불안을 오히려 증폭시킨 꼴”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부실 발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공공의료시설에서 치료받던 저소득층 환자들이 받고 있다. 일부 대학병원과 요양병원이 메르스 감염을 이유로 ‘국립의료원 환자’ 받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의료원은 거점병원 지정 직후부터 9일까지 에이즈 환자 등을 제외한 기존 100여명의 환자를 다른 대학병원과 요양병원으로 옮기거나 퇴원 조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형준 정책국장은 “(중증환자들까지)퇴원 후 전원 하려고 하고 있지만 전원갈 병원에서는 메르스 의심 병원에서 온 환자는 안 받겠다. 이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무책임한 발표로 (환자들이) 병원 예약까지 다 되어 있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임에도 입원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공공병상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국립의료원에 있던 환자들이 어디를 가겠나”고 반문하며 “저소득층이고 약자들이 또 그다음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의 늑장․부실 대응에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등은 긴급브리핑과 SNS를 적극 활용해 메르스 확산 방지와 ‘국민 안심시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이재명 시장은 SNS를 통해 메르스 양성 반응 환자가 성남에서 발생했음을 알리며 이 환자의 일부 정보를 공개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시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혼란과 공포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긍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개인신상 공개라는 지적에 대해 이 시장은 “이름, 나이, 주소 등 하나도 알려준 게 없는데 신상공개?”라고 반문하며 “이건 감염병 발생 및 예방을 위한 최소정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신이 메르스 확진자라는 사실을 스스로 알린 해당 시민에게 “가족들이 겪을 어려움을 뻔히 알면서도 타인을 배려하여 스스로 자녀의 초등학교에 찾아가 발병 사실을 알린 환자 가족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재명 시장은 또 8일 “성남시 1차양성판정 환자 가족..검사결과 모두 음성 판정”이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양성판정 환자 가족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 시장은 ‘양성판정 환자 가족 3인의 가검물을 채취해 민간검사센터에 의뢰한 결과 모두 음성 즉, 균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전하면서 “가족들이 더 이상 비이성적인 편견에 희생되지 않도록, 가까운 이웃들이 불필요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이 사실을 많이 알려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