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된 학생들이 제대로 구조만 됐으면 이 분이 돌아가실 이유는 없었죠. 이 분은 교감이라는 책임자로서 본인의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고 생각해요.”

안산 단원고 고 강민규 교감의 아내 이미희씨의 말이다. 이씨는 13일 CBS <박재홍의 뉴스쇼>과의 인터뷰에서 담담하게 심정을 밝혔다. 남편 강씨는 세월호 참사 이틀 뒤인 지난해 4월 18일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 뒤편 야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구하지 못한 제자들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 때문이었다.

강씨의 유서에는 “교육청에 저 혼자에게 책임을 지워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묻지 말라달라는 마지막 부탁이었다. 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누구 하나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3개월 후인 7월. 이씨는 또 한 번 상처를 받았다. 인사혁신처(당시 안전행정부) 순직보상심사위원회가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교사 8명에 대한 순직유족급여청구에서 7명의 청구만 받아들였다. 이씨의 청구는 기각됐다. 강 교감이 입은 위해와 사망 원인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 세월호 참사 이틀째인 지난해 4월 18일 안산 단원고 교감 강모씨가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 뒤편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YTN

같은 해 8월 25일 이씨는 서울행정법원에 기각 결정 취소 소송을 냈다. 전국의 교사 2만1989명도 재판부에 강 교감의 순직 인정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재판은 8개월 동안 이어졌다. 사고 당시 강 교감이 선내에서 20여 명의 승객을 구조하다 저혈당 쇼크로 의식을 잃었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다. ‘수학여행 인솔자’라는 굴레가 벗겨지는 듯했다.

이씨는 인터뷰에서 “남편이 사고 당시 학생들을 구조했고, 뭍으로 나온 후 심리적으로 힘들어 했다”며 “그 상황을 다 지켜보고 있는데 어떻게 정상적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그런 부분이 안타깝고 시스템이 잘못됐다. 교감 선생님 같은 경우는 살아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비난을 받은 것 같다”라고 호소했다.

참사 이후 찾아온 극심한 자괴감은 남편을 결국 죽음으로 이끌었다. 참사 당일 9시간 동안 경찰 조사를 받은 강 교감은 입원 치료를 권유하는 교장의 제안도 거절하고 현장을 지켰다.

이씨는 “(4월 17일) 진도에 내려가서 남편을 만났는데 표정이 너무 안 좋고, 힘들어했다. ‘수습이 우선’이라는 남편의 말에 손 한 번 제대로 잡아주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울먹였다.

이씨가 낸 소송의 1심 선고는 오는 21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 씨는 “판결이 잘 났으면 좋겠고, 만약 생각했던 결과가 다르게 나와도 (남편의 명예를 위해)계속 갈 거다. 현재 마음이 그렇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