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연설과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과 언론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유 원내대표의 발언이 “현재 여권 핵심층의 시국 상황 인식이 얼마나 비뚤어졌는지 보여주는 반증”이라 해석했다.

이 평론가는 9일 ‘go발뉴스’ 데일리 팟캐스트 <민동기의 뉴스박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증세 없는 복지’가 명확히 실패했다는 것을 각종 통계를 통해 절감하고 있는데도 청와대는 ‘증세 없는 복지’를 밀고 나가겠다고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유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정 주요 현안에 대해 상식적이고 당연한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 [‘민동기의 뉴스박스’ 바로 듣기]

이어 그는 이번 유 원내대표의 발언의 무게에 큰 의미를 뒀다. 이 평론가는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국회 원내대표의 중요성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의회 민주주의제도, 특히 미국에서는 해당 정당을 대표하는 국회의 최고 지도자로 준(準)국가원수 반열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 원내대표가 그 동안 집권당의 원내대표들이 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상식적으로 당연히 할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뉴스가 된다는 것 자체가 그동안 여당의 원내대표들이 민심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거수기 대장 역할을 했다는 것”이라 지적했다.

또 이번 유 원내대표의 발언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전략이 당연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정치인 유승민 개인의 정치적 시간표를 감안하면 정치적 존재감과 노선, 자신의 정체성 한꺼번에 강조하는 다목적 카드였다”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내년 총선이 지나면 새누리당으로서는 정권 재창출의 위험 신호가 들어올 것”이라며 “현재 원내 지도부를 형성하고 있는 김무성, 유승민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각자의 개인적 정치적 욕망이나 목표가 조금씩 다르지만 큰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내년 4월 총선을 패배하면 김무성, 유승민 모두 정치적 입지는 줄어들 수 있다”며 “비박계 주도로 총선을 치렀는데 졌다면 다시 친박계가 다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고 박근혜 정부의 임기가 얼마 안 남지만 박 대통령의 정치적 파워는 그만큼 연장될 것이다. 내년 4월이 한국정치사는 물론 여권 내의 권력 지도를 그리는 데 굉장히 중요한 시점인 이유”라고 분석했다.

▲ ⓒ KBS

또한 일부 언론에서 ‘좌클릭’이라는 평가에 대해 이 평론가는 “‘좌클릭’이라기보다는 세월호나 세금 문제, 복지 문제에 대해 민심의 무게 중심이 어디에 있는 지를 명확히 읽은 것이다”며 “유 원내대표는 여당 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왼쪽, 중도에 있는 인물이다. 본인도 경제는 중도 안보는 보수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 원내대표처럼) 합리적이고 개혁을 지향하는 진정한 의미의 보수주의자들이 많아지는 것이 좋다”며 “유 원내대표와 같은 성향의 정치인들이 여권 내에서 많아지고 힘을 기르는 것이 한국 정치를 위해 좋은 일이다. ‘좌클릭’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경제민주화 관련법이 완전히 쓰레기가 돼 쓰레기통에 들어갔다”며 “경제민주화법을 쓰레기통에서 꺼내 일부라도 확실히 시도한다면 유 원내대표의 발언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다

특히 ‘이번 유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정작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야당’이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 평론가는 “야당이 궁색해졌다”면서도 “이 와중에 소득주도성장론은 잘 잡은 이슈다. 이제 단순한 정권심판론을 식상하다.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구체적 강론을 제시하며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렇지 않고 차별성을 확보없이 새누리당이 유승민 원내대표 수준으로 정책을 내놓으면 야당은 또다시 이슈도 선점당하고, 정체성을 잃고, 정책적 차이도 없고, 뒤늦게 정책을 내놓은 다고해도 뒤따라가기밖에 안 된다”고 경고했다.